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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민간 중소기업 설립을 통한 경제 활성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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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민간 중소기업 설립을 통한 경제 활성화 추진

- 경제 개혁 위한 터닝포인트되려면 지속적인 규제 완화 필요 -



중소기업 설립법 개요 배경

1959년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쿠바는 국가주도의 계획경제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2019년 헌법 개정을 통해 주요 재화의 생산, 분배, 소비에 대한 사회주의식 계획경제 체제를 유지하되 일부 비주요 분야에 한해 정부의 사전승인을 통해 생산수단의 사유화(개인 자영업 및 사유재산)를 허용하고 있다.

해당 개정을 통해 기존 헌법에서 인정하는 국유재산, 협동재산, 농민재산권 이외에 사유재산이 국가경제에 보완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인정했고 개인이 소유한 재화 및 서비스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했다. 사유재산의 인정에도 국가는 개인의 재산 양도와 매각에 개입해 규모를 제한하거나 가격을 조정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특히 지나친 부의 집중, 빈부격차 확대를 예방하고자 자영업 면허 발급 제한, 규제 강화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8월 6일, 쿠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가평의회는 기존 자영업 허용에서 진일보한 중소기업(Micro, Small and Medium Enterprises – MIPYMES)의 설립, 운영 및 규제에 대한 일련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현재 민간부문의 진출이 유일하게 허용된 자영업 부문(식당, 숙박, 운전 등에 집중) 및 협동조합(농업부문)과 관련해 일부 내용에 대한 통합 등이 후속조치로 이뤄질 전망이다.

쿠바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새롭게 설립될 중소기업은 ‘국영’, ‘민간’ 또는 ‘혼합’의 형태를 띨 수 있으며 설립 후 2년간 토지세가 면제되나 최대 고용 가능한 인원이 100명 이하로 제한되며 보건, 통신, 에너지, 국방, 언론 등의 분야에 종사할 수 없고 컴퓨터 프로그래머, 회계사, 통번역가 등 현재 프리랜서에게 허용된 분야에 대해서도 진출이 불가하다. 개인은 복수의 기업을 소유할 수 없으며, 직원 수에 따라 소기업(10명 이하), 중소기업(11~35명), 중견기업(36~100명)으로 분류된다. 현재 활동 중인 자영업자의 경우, 직원 수에 따라 새로 규정되는 중소기업 또는 비농협조합으로 전환돼야 한다.

하쿠바 정부는 식품 생산, 지역 개발, 기술기반 사업, 수출업, 수입대체 사업 등 정부의 전략육성 분야에 대해 우선적으로 설립허가를 발급할 것이라 발표했다. 단, 수출업의 경우 기업이 직접 수출입 절차를 밟을 수 없으며, 정부의 수출입 국영기업을 통한 간접적인 형태로만 가능하다. 국영기업이 산업을 주도하는 쿠바는 코로나19 및 미국의 경제 제재 강화로 인한 생필품 부족, 전력난 등 최악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부문의 참여를 통한 경제활성화의 필요성이 대두해 경제 개혁의 속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7월 11일 쿠바 전역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가 경제 붕괴, 식량 공급 감소 등으로 폭발한 쿠바 국민의 분노를 표출한 가시적인 신호로 평가되며 정국 안정을 위해 경제 회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 의견

쿠바 경제학자 Pedro Monreal은 이번 정부 발표안에 대해 크게 세가지 의문을 표했다. 향후 쿠바 정부는 민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지,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의 설립도 언젠가는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기업과 정치가 분리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해당 법안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 언급했다.

Monreal은 현재 쿠바 내 약 1800개의 국영기업과 약 250개의 상업기업(국영 또는 합작)이 있는 상황에서 이번 법안 발효를 통해 최대 1만4000개의 민간기업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기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설립 인허가 발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현재보다 7배가 많은 규모의 기업을 정부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 하에서의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쿠바의 특수한 상황에 기인하며, 기존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육성방향, 정책지원, 규제완화 등의 차이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 언급했다.

그는 현재 쿠바의 핵심산업인 제조업 및 농수산업의 경우 국영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관광업의 경우 국영기업 및 상업기업이 양분하고 있는 바, 신설되는 중소기업은 현재 개인 자영업 위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요식업, 운송업, 상업’ 세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농수산업의 경우에 민간 중소기업의 진출이 허용되나 현재 국영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국가 총생산구조 및 범위를 위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다고 한 부분이 민간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외국자본이 유입된 민간 중소기업 설립 가능여부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지적하며, 동일한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국영형태와 민간형태 간의 차별적 대우가 존재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Pavel Vidal 콜롬비아 하베리아나대학 교수는 쿠바는 적어도 고용측면에서는 혼합경제모델로 나아가고 있다고 밝히며 향후 수년 내 민간부문이 쿠바 전체 고용의 50% 이상을 책임질 것이라 분석했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유입 가능여부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는 점은 아직까지 민간부문이 국가경제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쿠바정부의 의구심을 반영한 것이며, 민간부문의 성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 언급했다.

쿠바 경제학자 Omar Everleny는 중소기업법의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항의 경우 과도한 규제로 비춰질 수 있다며 특히 민간기업이 직접 수출입 권한 미부여, 자산관리 의무, 공급업체, 고객, 상품, 주고객층 등에 대한 정의 의무 등을 그 예로 꼽았다.

한편, Alejandro Gil 쿠바 부총리는 민간 중소기업 설립법이 자본주의로의 ‘퇴보’가 아니라 사회주의를 완성하는 것이라며 기존 체제 하에서 적용되던 사회보장, 노동자 보호, 부의 집중 견제, 사회주의 조세제도 등이 동일하게 적용될 것임은 언급했다. 특히, 이번 중소기업법은 자본주의나 신자본주의적 성격을 띠는 법안이 아닌 노동자 중심의 법안임을 재차 강조하며, 민간 중소기업은 사회주의 체제 하의 경제주체로, 부여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임을 언급했다.

Johana Odriozola 쿠바 경제기획부 차관은 쿠바 내 중소기업 및 비농업 협동조합의 설립이 급격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나아갈 것이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설계된 계획의 일부 수정이나 관련 인력의 교육, 기업활동을 위한 환경 조성이 진행될 것임을 언급했다. 중소기업은 설립 후 2년간 토지세가 면제되지만 이윤에 대한 35%의 과세, 소매판매에 대한 10%의 세율 적용, 고용인력 월 급여의 5%에 해당되는 고용주세 및 14%의 사회보장 분담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재화의 판매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될 수 있으나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고 추가했다.

전망 시사점

쿠바 정부는 이번 중소기업법을 통해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경제활동 참여 및 국가경제 기여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민간기업의 활동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기업의 경제활동 의지를 위축시킬 여지가 있으며, 특히 기업 설립을 위한 외국자본 유입의 제한은 신설되는 중소기업이 현 자영업자의 소규모 사업장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부의 집중, 빈부격차 확대 등을 예방하고자 정부가 가격 조정 및 규제 강화 등을 통한 개입이 가능한 점, 기업이 직접적으로 해외 수요처를 발굴해 수출입 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점 등은 수출확대 및 수입대체산업화를 꾀하는 쿠바 정부의 경제과제에 민간부문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 기존 자영업자들이 기업체로서 법적지위를 받게됨에 따라 다양한 금융거래가 가능해진 점, 추후 민간부문의 성장에 따른 관련 법의 개정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쿠바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민간부문이 새로운 경제주체로서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험적 성격의 자본주의가 도입된 점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 쿠바 정부 관보, EIU, Granma 등 쿠바 국영지, BBC 등 주요 외신 및 KOTRA 아바나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