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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계 경제회복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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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계 경제회복에 '찬물'

카타르 페트롤리엄 가스전. 사진=카타르 페트롤리엄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카타르 페트롤리엄 가스전. 사진=카타르 페트롤리엄 캡처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최대 폭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세계 경제회복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천연가스 상승세는 중국 요업제품 업체부터 프랑스 파리의 제과점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곳곳의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 영향을 미쳐 팬데믹 이후의 물가상승세를 더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간) 천연가스 상승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주요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면서 이미 사상최고치로 치솟은 천연가스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반구의 난방유 수요가 높아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이미 고공행진 중인 천연가스 가격이 더 뛰고, 이렇게 되면 비용압박에 몰린 업체들의 마진 축소, 가계 소비 감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등 세계 경제에 연쇄 파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각국 중앙은행도 지난해 도입한 대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서둘러 되감을 수밖에 없다.

경제가 수요 감소, 금리 상승, 공급 차질이라는 퍼펙트스톰에 직면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의 브루스 로버트슨 애널리스트는 "에너지는 경제의 기초"라면서 "높은 에너지 가격이 공급망을 통해 (전 산업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로버트슨은 최근의 미약한 회복 조짐에도 찬물이 끼얹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세계 에너지 가격은 코로나19 봉쇄 해제 이후 상승세 고삐가 풀린 상태다. 공급이 제한적인 가운데 국제유가는 지난해 후반부터 상승 랠리를 지속하면서 7월에는 배럴당 75 달러를 돌파하며 수년만에 최고수준으로 올라섰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는 비교적 최근 시작됐다. 올 여름 북반구 여름부터다.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 확인된데서 비롯됐다.

유럽의 주요 천연가스 공급원인 러시아가 내수 확대, 생산 차질, 우크라이나를 통한 연료 공급 감소 합의 등 여러 요인들로 유럽으로 수출을 제한하면서 공급이 크게 위축됐다.

유럽에서는 이미 천연가스 가격이 유가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이는 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이 천연가스 수입선 다각화에 나서면서 아시아로 불똥이 튀었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해상 천연가스를 놓고 경쟁을 벌여 천연가스 가격이 뛰고 있다.

이탈리아 유틸리티 업체 에넬의 프란체스코 스타라체 최고경영자(CEO)는 "천연가스 가격 고공행진은 유럽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도 골치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똥은 미국으로도 튀고 있다.

유럽, 아시아, 미국 에너지 시장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장에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올들어 80% 폭등해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른 주요 시장 상승폭에 비해서는 낮지만 급등세는 틀림없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는 전세계 경제에도 서서히 충격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프랑스 최대 설탕업체 테리오스는 지난달 연료비 상승으로 인해 유럽내 설탕제조 비용이 '엄청나게' 오르고 있다면서 설탕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프랑스 식료품 가공업체 로켓 프레레스의 파스칼 리로이 선임 부사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다른 모든 비용 상승 압박을 부르고 있다"면서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전세계에게 공통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인 중국에서는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인해 광둥, 장시성의 요업업체들의 가동이 중단됐다. 파키스탄에서도 무갈철강이 높은 유틸리티 비용으로 '훼방'을 받아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방글라데시 같은 저소득 국가는 아예 경제활동을 위한 천연가스 확보조차 애를 먹고 있다.

러시아 LNG 생산업체 노바텍의 레오니드 미켈슨 CEO는 현재 아시아 지역 LNG 가격은 '확실한 비정상'이라면서 높은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나가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천연가스 가격 고공행진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행보를 재촉할 가능성도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10년만에 가장 높은 전년동월비 3%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이같은 오름세가 일시적이라고 다독이고는 있지만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긴축전환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ING그룹의 카스텐 버젠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생산자들이 높은 에너지 가격 상승세를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지나가는 것이 되지 않을 것임을" 뜻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지난달 31일 보고서에서 "상당수 신흥시장의 경우 소매 연료비, 또는 에너지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경제적 충격이 상당하고, 사회도 불안해진다"고 경고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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