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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5만 원 판다는 상인의 한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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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5만 원 판다는 상인의 한숨 소리

코로나 이후 몰락한 명동 상권 가보니...

2일 오후 명동거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은 상점들이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일 오후 명동거리 곳곳에 '임대' 안내문이 붙은 상점들이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
"오늘 5만 원 팔았네요. 달마다 내는 전기요금 100만 원과 월세 1억 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일 오후 2시 명동역 6번 출구에 가까운 명동 중심로에 있는 화장품 가게 점주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무척 힘들다'는 푸념이 연이어 나왔다.
또 명동 골목에서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주인 B씨는 "월 800만~900만 원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골목 상인들이 1억~2억 원인 권리금도 받지 못한 채 명동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들이 지난 2일과 3일 오후 이틀 동안 찾은 명동 거리는 조용했다. 평일 오후라지만 지하철 명동역 6번 출구에서 을지로 입구역까지 이어진 중심거리와 골목마다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 충격을 받았다. 명동의 쇼핑명소로 알려진 유니클로 매장은 공실로 남아있었다.

문을 연 상점들에도 손님이 없어 한산하기만 했다. ‘임대문의’, ‘폐업’ 등의 안내문이 붙은 작은 가게들이 수십 곳을 넘는 듯했다. 한때 서울 최대 상권이라고 불린 명동은 이제 활기를 완전히 잃은 듯했다.

10년 동안 명동 거리 곳곳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을 한 도미코(57세)씨는 "예전에 비하면 거리에 사람들이 별로 없고 상인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면서 "같이 일한 사람이 9명이었는데 지금은 1명뿐"이라고 말했다.

명동의 텅빈 상가는 통계로도 드러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명동 지역의 소규모 상가(연면적 330㎡ 이하) 공실률은 43.3%를 기록했다. 소규모 상가 10곳 가운데 4곳 이상이 비어있는 셈이다. 지난해 2분기 명동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0%인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43% 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중대형 상가(연면적 330㎡ 초과) 라고 해서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역시 공실률은 37.3%다. 올해 1분기 공실률(38.4%)보다 1.1%포인트 낮다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지난해 2분기 공실률(29.0%)과 비교하면 8.3% 포인트나 상승했다.
상인들이 떠나니 상가 임대료는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2분기 명동의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1㎡ 당 20만 8030원으로 지난해 2분기(29만 660원)보다 24.2% 내려갔다. 소규모 상가 임대료도 1㎡ 당 16만 7900원으로 지난해 2분기(21만 1530원)와 비교해서 20.6% 내렸다.

2일 오후 텅 빈 명동 골목.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류으뜸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일 오후 텅 빈 명동 골목.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류으뜸 기자

H 중개업소의 이모 대표는 "명동예술극장 근처 대로변은 3.3㎡당 매매가격은 12억~13억 원, 월세는 평균 1억 원이었다"면서 "지금은 월세를 100만 원을 불러도 들어오지 않는다. 매매가격은 아직 그대로지만 내려가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명동이 썰렁해진 것은 외국인 관광객이 발길이 끊은 진 게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 명동은 외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었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19년 기준 한국을 다녀간 24개국 중 20개국 관광객들은 명동을 가장 좋았던 관광지라고 답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감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관광 목적으로 들어온 외국인은 올해 6월 1만 7847명으로 코로나19가 사태이전인 2019년 6월(123만 7840명)에 비하면 무려 98% 감소했다. 명동을 많이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같은 기간 90% 감소한 1243명을 기록했다.명동에서 외국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정도가 됐다는 말이 전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명동에서 환전거래소를 운영하는 B씨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고 있다"고 털어놨다. 환전거래소는 외국인들이 바꾼 외화를 은행에서 바꿔 수입을 얻는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후 환전 거래를 하지 못하니 손에 쥐는 돈이 없어진 것이다. 현재 명동에는 환전거래소가 50 ~ 60곳 남아있지만 사정은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2일 오후 한산한 명동 거리 사진=조하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일 오후 한산한 명동 거리 사진=조하니 기자

이틀간 돌아보고 명동을 나서는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을 찾기는 어려웠다. '명동은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사람이 많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는 것을 실감했다. 명동 상권이 언제 다시 옛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매대 상인의 한숨소리가 들렸다.


류으뜸·안희진·조하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frind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