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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비축물자 방출...석유·상품 가격 하락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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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가비축물자 방출...석유·상품 가격 하락 유도

지난 6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쇼. 사진=로이터
지난 6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쇼. 사진=로이터
중국이 국가가 비축한 물자를 방출했음을 공개하는 방법을 통해 상품 시장에 개입했다.

이전처럼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물자를 방출했다는 점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이번에는 방출 사실을 공개해 구두 시장개입 효과까지 노렸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최초로 시장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비축 물자 방출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중국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성에서는 전력 부족사태로 공장 가동이 일부 중단되는 등 혼란이 빚어지는 가운데 비축물자 방출 공개 결정이 나왔다.

중국이 이전과 달리 비축물자 방출을 공개한 것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급격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낮추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불러 정치적으로 중국 지도부에 부정의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국가식품전략비축국(NFSRA)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 정부가 막대한 비축유를 방출했다면서 "원재료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이같은 행동에 나섰다고 밝혔다.

NFSRA는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7월 중순 수백만 배럴의 석유를 방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전략비축물자를 관리하는 NFSRA는 앞으로도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음을 천명했다. 국가 비축유 순환을 '정상화'하는 것은 "비축물자를 통해 시장 균형을 달성토록 하는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한 것이다. 시장의 인플레이션 심리가 고조되면 언제든 중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비축유 방출을 통해 유가를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NFSRA는 공개 입찰을 통해 시장에 국가 비축석유를 방출함으로써 "국내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더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석유 비축 규모는 막대하다.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2억2000만 배럴의 석유를 확보해 저유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중국의 비축유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각국이 보관하는 전략비축유(SPR)와는 개념이 약간 다르다. SPR은 공급 중단이나 전쟁 같은 비상시에만 방출된다.

중국은 필요할 경우 방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채 비축유를 풀어 시장내 미세조정에 나서왔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같은 관례를 깨고 비축유 방출을 공개했다. 이는 이전과 달리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중국 정부가 비축유 방출 선언을 통해 시장 가격 형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선임 정책보좌관 출신으로 지금은 컨설팅업체 래피던 에너지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밥 맥낼리는 "이는 국내 정유업체들을 위해 SPR을 활용해 유가를 끌어내리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명백히 보여주는 성명"이라고 평가했다.

중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당한 수준이다. 주로 유가가 뛴 것이 배경이다. 미 백악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증산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크게 내리지 않는 가운데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3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미 해상석유 시설 가동 중단을 부른 허리케인 아이다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중국이 방출한 물자가 석유만은 아니다. 구리, 알루미늄, 곡물도 방출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비축물자를 방출해도 공개하지 않았고, 시장 트레이더 사이에만 소문이 돌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이를 공개해 시장 개입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중국이 예전과 달리 비축물자 방출을 떠벌리는 것은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대규모 방출로 수급을 조절한다기보다 강한 의지를 보여 시장의 인플레이션 심리를 가라앉히려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애스펙츠 공동 창업자인 암리타 센은 중국이 이번 여름 기간 방출한 석유규모는 2000만~3000만 배럴 수준이라면서 추가 방출 규모 역시 기껏해야 1000~1500만 배럴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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