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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놓친 롯데쇼핑, M&A 대어 '한샘'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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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놓친 롯데쇼핑, M&A 대어 '한샘' 품을까?

한샘 인수 위해 3000억 원 출자 결의…앞서 의사 밝힌 LX하우시스와 라이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백화점 강남점 콘란샵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9일 한샘 인수를 위한 PEF에 2995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롯데지주이미지 확대보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백화점 강남점 콘란샵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9일 한샘 인수를 위한 PEF에 2995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사진=롯데지주
롯데쇼핑이 한샘 인수전에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롯데쇼핑은 이사회를 열어 한샘 인수 주체인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한샘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 예정인 사모집합투자기구(PEF)에 2995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공시에는 ‘한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에 투자하는 사모집합투자기구에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는 IMM PE가 전략적 투자자의 최종 결정을 앞둔 상황에서 롯데쇼핑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신세계그룹 등 여러 대기업이 전략적 투자자 물망에 올랐으나 3000억 원 출자 결의를 밝힌 LX하우시스와 롯데쇼핑 2파전으로 굳어진 모양새다.

앞서 IMM PE는 지난 8월 조창걸 회장과 특수관계인 7명이 보유한 지분 30.21%와 경영권 양도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IB업계에서는 IMM PE가 이르면 10일 전략적 투자자를 선택하고 9월 중순 한샘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리스크는 줄이고 시너지는 극대화


롯데그룹은 2015년 1조 원 규모 KT렌탈(현 롯데렌탈)과 3조 원 규모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 인수를 끝으로 5년간 인수합병(M&A) 시장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사모펀드운용사에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는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 최근 10년간 롯데쇼핑에서 이뤄진 조 단위 M&A는 사실상 롯데하이마트가 유일하다. 2012년 1조2481억 원에 롯데하이마트를 인수했고 이후 M&A 공백은 길었다. 점포 구조조정 시기 주요 출자 기업은 롯데컬처웍스(4316억 원), 롯데카드(3252억 원) 등으로, 사업구조와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관련된 지분 투자였다.

앞서 중고나라를 인수하는 사모펀드에 출자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처럼 롯데쇼핑은 한샘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지분 일부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앞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전 의지를 드러냈다가 막판에 발을 뺀 점을 생각하면 한샘에 출자하려는 것은 위험을 최소화하면서도 그룹사 전반으로 사업적 시너지를 내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잡화·의류의 이익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고가의 명품 등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판매 비중이 여전히 높다”면서 “특히 가전·가구·인테리어 등 ‘리빙’ 부문은 매출 단가가 최상단에 속하는 소비재라는 점에서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과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이 2019년 인수한 까사미아, 현대백화점그룹이 2012년 인수한 리바트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롯데쇼핑의 한샘 인수 의지를 북돋는 요인이다. 롯데쇼핑이 한샘을 품게 될 경우 최근 '집 꾸미기' 수요 급증으로 리빙 사업 강화에 집중하는 신세계‧현대백화점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또 롯데쇼핑이 한샘의 전략적 투자자로 낙점되면 롯데하이마트나 롯데홈쇼핑 역시 고급 가구, 인테리어 판매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뿐만 아니라 롯데건설의 아파트 빌트인 가구에서도 한샘의 덕을 볼 수 있다.

◇ 롯데쇼핑vsLX하우시스, 승자는?


인테리어 사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 채널을 보유한 롯데쇼핑의 라이벌은 인테리어 자재 시장을 장악하며 일반 고객을 상대로 패키지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한 LX하우시스다.

LX하우시스 측은 “두 회사 간 상호 협력 시너지로 국내 토털 인테리어 시장에서 한샘의 다양한 가구와 소품부터 LX하우시스의 프리미엄 건축 자재까지 전체 시장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MM PE는 한샘 인수와 관련해 약 1조 5000억 원(주당 20만 원 초반 수준)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이 예정대로 약 3000억 원을 투자할 경우 한샘의 지분 5~6% 선을 쥐게 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면서 “투자를 실제 이행하려면 IMM PE의 사모펀드 설립과 참여자 등이 선행돼야 한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투자를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