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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수소경제 생태계 형성 통한 ESG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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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수소경제 생태계 형성 통한 ESG 리더십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지난 8일 출범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의 창립총회에 주간사인 현대차그룹, SK그룹, 포스코그룹 등 15개 기업들이 모여 '수소경제 강국 코리아'를 향한 열정적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이날 결성된 '수소협의체'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피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에 도전하는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자는 결의였다.

2015년 주요국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파리기후협약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인 1.5⭘C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탄소감축으로만 해결할 수 없고 오직 '수소경제'만이 가능하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수소가 국가경제, 사회전반, 국민생활 등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여 경제성장과 친환경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경제를 말한다. 수소생산 방식의 친환경성을 고려하여 세부적으로 그린수소(수전해), 그레이수소(개질수소), 블루수소(개질수소+CCUS)로 명명하기도 한다. 블루수소는 개질 반응시 CCUS 기술과 연계하여 공정에서 발생하는 CO₂를 포집하면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소생산 방법은 화석연료 개질(reforming), 화학 철강 등 공업 프로세스 부산물(부생가스), 물의 전기분해 미생물 이용 등 다양하지만 현재 90% 이상은 화석연료로 생산하고 있다. 석유화학·철강 공정의 부산물로 얻은 부생수소가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천연가스 개질을 통해 얻는 '그레이 수소'는 온실가스를 생성하므로 탄소 포집·활용 및 저장 기술을 활용하여 친환경성을 높인 '블루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2015년 유엔에서 보고된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는 일종의 캠페인 성격을 지닌 선언이었지만 ESG 선언은 기업의 생존에 관한 것이다. 특히 수출로 생존해야 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상 ESG 경영은 기업의 존폐를 흔드는 위협이 되겠는데 선제적 대처만이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묘수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래의 수소 시장의 성장성을 주목하고 세계 각국도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주요국 및 국제기구는 재생에너지의 보완재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으며 수소와 관련된 정책 방향, 기술개발 로드맵, 수소경제 전략 등 전 세계 수소경제시장 선점을 위한 종합전략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미국은 'H2@Scale'(2019.3), EU는 'EU수소전략'(2020.7), 일본은 '수소기본전략'(2017.12) 등과 같이 세계 각국은 이미 수소경제 확산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2019.1)을 통해 향후 2040년까지 현재의 부생수소, 개질 수소 중심에서 수전해, 해외생산 중심의 수소생산 방식을 발표했다.

또한 주요국은 자국의 강점을 살려 수소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액화수소기술은 방위산업, 우주산업 등에 활용되는 기술로 선진국 보유 기술의 이전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EU에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의 시간대별 잉여 전력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해외의 미이용 에너지를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조달하는 수소 공급사슬을 구축하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 및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중심의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수소경제 생태계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부문에 과감하게 투자할 것을 제시하였다.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 정유 에너지, 산업 가스, 자동차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 13개 사의 논의 단체로 출발한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는 현재 1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는 수소 관련 주요 기구로 성장했다. 수소의 경쟁력, 수소 적용분야, 파급효과 등을 발표하며, 수소경제 전략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여기서 수소경제 확산을 위해 선결 조건은 청정수소 생산량 확대와 생산비용 감축, 수소 공급에 활용할 재생 에너지 확대, 유통 인프라 확중, 수소전기차 가격 인하 등이다.

이번 '수소협의체'에서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은 "우리나라는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수소산업 생태계의 균형적인 발전이 늦었지만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못할 것도 없겠다는 자신감이 든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이 개별 단위의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업‧정책‧금융 부문을 하나로 움직이는 역할을 함으로써 수소경제에 기여하는 리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의 수소전기차로는 '넥쏘'뿐이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에 부분 변경 모델로 진화시키는 동시에 최근 출시한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를 수소전기차로 개발하고 2025년까지 3개 모델로 확대할 계획이며 나아가 2028년에는 하늘을 나는 전기차도 만든다는 것이다.

수소경제의 밸류체인은 수소의 생산‧저장‧운송 등 전 이용단계로 구분된다. ESG 선언에 발맞춰 국내의 기타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수소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SK그룹은 '수소기업협의체'에 참여하는 15개 회원사 가운데 가장 큰 18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자체적으로 수소의 '생산-유통-활용'에 이르는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사업 추진을 통해 수소 사업이 현실화될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SK는 SK E&S와 SK㈜를 주축으로 2025년까지 수소 밸류체인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해 글로벌 1위 수소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이다. SK종합화학은 탄소사업에서 그린사업으로 사업 체질을 완전히 바꾼 '글로벌 그린케미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SK의 대표적인 상징은 더 이상 주유소가 아닌 친환경적 수소충전소가 되는 셈이다.

한편으로 '수소협의체'는 경쟁 상대인 다른 기업과 손잡고 '수소사업동맹'을 구축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쟁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목표이다. 한국 기업 동맹은 '3000조' 수소시장을 공략하면서 더 이상 추격자 아닌 '퍼스트 무버'로서 개척자들이다. 현대차는 SK에서 생산한 수소를 활용하고, SK는 현대차에서 생산한 수소차를 제공받으며 각자 강점을 살려 윈윈하는 협업 구도다. 이에 더해 SK가 물류 서비스 거점에 설치하는 상용차용 수소충전소에는 현대차가 기술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한다.

전기와 수소, 천연가스와 수소는 상호 변환이 가능하므로, 수소를 매개로 한 전력·가스 인프라의 통합도 가능하다. 그리고 기존의 전력망 및 가스관 인프라를 기반으로 수소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렇게 '수소경제 생태계'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유통(저장 및 운송)‧활용 측면에 균형 잡힌 성장이 필요하다.

이번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딜로이트 컨설팅은 "세계 선도국과 기업들이 현재의 수소 패권 경쟁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바로 대형화(Scale-Up)와 속도감 있는 전개"라며 "기업들이 적극적인 협업과 공동 투자, 공동 기획을 논의해 가치사슬 전후방의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소경제는 2000년대 한차례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얻었으나 이후 기술력 부족과 경제성 확보 등의 문제로 열기가 식었다가 최근 ESG 경영과 더불어 뜨겁게 재점화 되고 있다. 여기서 낙관론의 근거는 화석연료 고갈, 환경문제 대두, 기술(해결)의 발전, 대용량 장기 저장이 가능해짐에 따라 에너지 공급 안정성 문제 해결(수소에너지와 재생 에너지간 협업)이 원활해져 기술적 보조가 가능해진 것이다. 회의론의 근거는 에너지 변환에 따른 손실(열역학에 기반), 안전성 위협,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다운스트림(downstream) 중심으로 발전하여 부족한 업스트림(upstream) 부분인 생산‧저장‧운송‧충전의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수소경제가 차세대 성장 동력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립형 산업생태계가 형성되어야 하며, 이는 규모의 경제 확보를 전제로 한다. 대기업과 공공기업이 협업해 '수소협의체'가 구축되어 논의 가능한 수소산업 생태계가 갖추어 졌기에 수소경제가 젊은 세대에게 꿈과 희망의 미래를 꿈꾸게 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