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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6일까지 임시폐쇄 중부시장… 인기척 대신 ‘안전제일’ 적힌 빨간색 테이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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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26일까지 임시폐쇄 중부시장… 인기척 대신 ‘안전제일’ 적힌 빨간색 테이프만

집단감염 피해 우려해 자발적 코로나19 검사받는 착한 상인들에 울컥
중부시장 외에도 가락시장, 명동시장 등 전통시장은 하루하루 살얼음판
전쟁 후의 동네같은 시장의 황량한 분위기 언제나 활기 되찾을 날 올지…

지난 24일 오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중구 중부시장을 찾은 시민이 임시휴업 공지를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24일 기준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중부시장은 26일까지 시장을 폐쇄하고 임시휴업한다. 사진=손민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4일 오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중구 중부시장을 찾은 시민이 임시휴업 공지를 보고 발길을 돌리고 있다. 24일 기준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중부시장은 26일까지 시장을 폐쇄하고 임시휴업한다. 사진=손민지 기자

추석 연휴가 지난 25일 현재, 서울 전통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씨름하고 있다. 25일 0시 기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누적 확진자는 659명, 중구 중부시장 누적 확진자는 243명이다.

집단 감염의 피해를 우려해 가락시장의 일부 업소는 오는 10월 23일까지 문을 닫는다. 서울시는 23일 가락시장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지 못한 시장 종사자는 시장 내 출입을 제한하고,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부시장도 지난 23일 오후를 기점으로 상인들에게 서울시의 임시휴업 행정명령을 알리고 출입통제를 시작했다.

글로벌이코노믹은 하루 확진자가 역대 최다(서울 1222명)를 기록한 지난 24일 오후 3시경 중부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1957년 문을 연 중부시장은 국내 최대규모의 건어물 시장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건어물의 절반이 이곳을 거쳐 간다.

중부시장 입구에는 입장을 제한하는 표시가 돼 있다.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중부시장 입구에는 입장을 제한하는 표시가 돼 있다. 사진=안희진 기자


을지로입구 4가역 7번 출구로 나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중부시장 입구에는 ‘안전제일’이라 적힌 빨간색 테이프가 칭칭 감겨 있었다. 그 위에 ‘코로나로 인해 폐쇄’라는 문구가 인쇄된 A4 용지가 바람에 나풀거렸다. 그 모습이 시장 안에 설치된 ‘우리 시장은 철저한 방역소동으로 안심하고 찾는 클린시장입니다’라는 플래카드와 묘한 대비를 이뤘다.

시민들은 시장 입구 내부를 흘끗 쳐다봤다. 수레를 끌고 장을 보러 온 한 어르신은 “여기 오늘 영업 안 해요?”라고 묻고는 아쉬운 발걸음을 뗐다.

문을 연 상점이 없으니 상인들의 모습을 보기도 힘들었다. 기자는 약 30분을 시장 입구 근처에서 서성였다. 그때 봉고차 하나가 멈추더니, 상인 A씨(Y 상회 운영, 남성)가 시장에서 나와 차에 짐을 실었다.

거래처에 물건을 전달했다는 A씨는 “시장 폐쇄 소식에 코로나19 검사를 2차까지 받았고 곧 3차 검사도 받을 예정이다”라면서 “어제까지만 해도 음성 판정을 받은 상인들이 시장에 나와 업무를 봤지만, 오늘은 문을 연 곳이 없다”고 말했다.

중부시장 입구 바로 옆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B씨에 의하면 서울시는 지난 23일 중부시장 중앙에 ‘찾아가는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시장 상인들과 주변 상권의 상인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음성 판정을 증명할 경우에만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허락하고 있어 상인들은 매일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자발적으로 받는다.

중부시장 인근의 한 점포 셔터에 코로나19 확진 관련 공지가 붙어있다.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중부시장 인근의 한 점포 셔터에 코로나19 확진 관련 공지가 붙어있다. 사진=안희진 기자


분명 영업이 제한됐는데, 시장 안에서 사람이 가끔 나오는 게 이상해 기자는 시장 골목을 빙 돌아 외곽으로 가봤다.

뜻밖에도 문을 연 건어물 상점이 한 곳 있었다. 상점 선반 위에는 선물세트로 보이는 상자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S수산의 사장인 C씨는 “중부시장 밖에 있는 상점이라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손님에게 부칠 택배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씨는 “코로나 음성 판정을 여러 번 받았지만, 검사를 더 받으러 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S수산 바로 옆 상점 몇 군데는 셔터가 내려져 있고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중입니다’라는 공지가 붙어있었다. 전쟁이 끝난 동네를 보는 것 같은 시장의 황량한 분위기에 마음이 미어졌다.

중부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방산시장의 모습.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중부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방산시장의 모습. 사진=안희진 기자


중부시장 인근에는 목재, 벽지, 조명 등 인테리어 관련 사업을 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중부시장 입구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방산시장이 있는데, 그 안에는 ‘종합인쇄’와 ‘포장산업’이라 적힌 간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상인들은 중부시장 임시폐쇄의 타격을 받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시장과 업종이 다르다 보니 임시폐쇄 후에도 매출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목재 가게를 운영하는 C씨를 비롯한 상인들은 의연한 태도로 말했다. 실제로 상점 내부는 인터뷰 중에도 고객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전화벨도 종종 울려 중부시장보다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방산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 D씨는 “중부시장 외에도 가락시장, 명동시장 등 시장에 코로나19가 퍼지고 있어 걱정이다. 다행히도 우리 장사는 수요가 계속 있어 매출이 코로나19 확산 전과 비슷하지만 아마 많은 시장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손민지·안희진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