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의 80%가 사립대학이다. 이 비율을 기형적인 설립 구조라 부른다. 국공립에 비하여 사립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학이라는 학교제도를 시작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사립이 10% 정도이고 미국은 유럽보다 좀 높은 30% 정도이다. 일본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우리보다는 사립 비율이 낮다. 기형적이라는 부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렇게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립대학들이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만 확인해 보자.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의 하나는 사립대학의 지배구조 즉 경영권이 설립자나 그 가족을 중심으로 사유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유화되어 있다는 의미는 이사회나 대학 구성원들보다는 개인 중심으로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비록 사학이라 할지라도 교육의 공공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하여 이사회 제도가 있고 일정 비율 이상의 개방이사, 교육이사 등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하여 이사 구성을 규제하고 있으나 이런 제도의 형식적인 틀은 유지되면서도 대다수 사립대학의 운영 방식은 여전히 설립자 가족 중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일부 사립대학에서 이들에 의한 부정과 비리가 지속되어 왔고 이런 상황이 사학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유지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사립대학이 80%나 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부담스럽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정부가 국공립대학을 충분히 많이 새로 설립하거나 기존 국공립대학의 정원을 그만큼 늘리면 되지만 천문학적인 재정 소요나 기존 사립대학 운영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때문에 시행할 수 없다. 또 다른 대안으로 사립대학을 국공립대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학을 정부에 넘겨줄 사학경영자는 없고, 있다 하더라도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어 정부로서는 선택하기 힘들다. 이런 여건에서 사학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공영방식을 취한다는 어정쩡한 궁여지책으로 선택된 대안이 지금의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책으로는 정책 목적을 전혀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물론 이사 정수의 절반 이상을 공익이사로 임명하면 사학의 공공성을 상당한 정도로 확보할 수 있지만 정부가 아무리 많은 학교 운영비를 지원해도 사학 경영자들은 정부의 공익이사 임명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학교의 사유화나 부정비리는 학교 운영비를 확보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대학도 정부의 이 제안을 받아들인 대학은 없다.
사립대학이 80%라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고등교육을 사학에 의존해 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OECD 국가 중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가 가장 낮은 나라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도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 투자는 당연하고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학의 공공성 확보는 재정지원 정책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감사 등 별도의 행정적 정책 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때마다 사학 설립자의 학교 경영권에 대한 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하는 제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제에서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하다.
엄상현 전 중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