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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금 넘쳐나는 美 IT 대기업들, 상업부동산 매입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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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금 넘쳐나는 美 IT 대기업들, 상업부동산 매입 붐

상업부동산 최다 보유 미국 대기업들. 사진=WSJ
상업부동산 최다 보유 미국 대기업들. 사진=WSJ

미국의 IT 대기업들이 오히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덕분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현금보유고를 등에 업고 상업부동산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현금이 넘쳐나 값비싼 상업부동산을 대거 사들일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측면도 있는데다 비싼 사무실 임대료를 내야 하는 임차인의 지위에서 아예 건물주의 지위로 갈아탈 수 있는 호기라서다.

아울러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의 상업부동산 가격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하락한 것도 이들이 앞다퉈 상업부동산 매입에 나서게 하는 배경이다.

◇알파벳, 뉴욕 최대 부동산보유 기업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요지의 사무실 빌딩을 21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매입하기로 하고 계약을 진행 중이다.

미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이번 계약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단일 빌딩으로는 가장 비싼 매물이자 미국 부동산 거래 역사상 최고가 거래인 것으로 알려졌다.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으로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이 보유한 현금은 현재 1359억달러(약 161조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알파벳이 뉴욕에서만 보유한 상업용 건물과 토지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497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해 이미 지난 2011년보다 52억달러(약 6조2000억원)나 증가한 상황이었는데 이번 계약으로 2조원 이상이 늘게 된 셈으로 알파벳은 뉴욕에서 부동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아마존, 페이스북 등도 앞다퉈 매입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도 가장 의욕적으로 상업부동산 매입을 벌여온 대기업 가운데 하나다. 아마존이 보유한 건물과 토지를 합치면 573억달러(약 68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지난해 8월 맨해튼에 소재한 옛 로드앤드테일러 백화점 건물을 9억7800만달러(약 1조원)에 사들였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인 페이스북 역시 지난해 9월 워싱턴주 벨뷰에 있는 상업용 건물을 3억6800만달러(약 4000억원)에 사들였다.

◇10년전 대비 38% 급증

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들이 현재 보유한 부동산과 토지는 1조6400억달러(약 1943조원)에 이른다. 이는 10년전과 비교하면 38%나 크게 증가한 규모일뿐 아니라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규모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나 패스트푸드 체인업계의 공룡 맥도날드 같은 대기업이 요지의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해온 사실은 널리 알려 있으나 굴지의 IT 대기업들이 이런 흐름에 가세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WSJ는 전했다.

이들이 매입한 부동산의 용도도 다양해서 사무실은 물론, 데이터센터, 물류창고, 심지어 소매 매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WSJ는 “IT 대기업들이 왕성하게 상업부동산을 사들이면서 상업부동산 가격이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내려가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부동산 투자자들은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상업용 건물의 공실율이 크게 올라가면서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를 비롯해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상당수도 현금은 많지만 상업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코로나 사태로 가격이 최대한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심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