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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탄소중립 신기술로 '석탄개발 기후악당' 오명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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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탄소중립 신기술로 '석탄개발 기후악당' 오명 벗는다

산하 전력연구원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로 저감 실현, 에너지 소비도 줄여 '탄소중립' 기여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전경. 사진=한전 전력연구원이미지 확대보기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전경. 사진=한전 전력연구원
한국전력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관련 신기술 개발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선다.

그동안 호주·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추진해 온 석탄사업으로 주로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온 한전은 한전전력연구원을 중심으로 CCUS 분야 신개술 개발에 박차, 2050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함은 물론 막힌 해외석탄사업의 돌파구도 마련하고 실추된 '기후악당' 이미지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한전, CCUS 신기술 개발 박차...탄소중립 달성·이미지 제고 일석이조


29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산하 한전전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관련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C) 포집(C), 활용(U), 저장(S)은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 중 하나로, 세계 각국은 CCUS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 이후 전 세계 이산화탄소 감축량 중 15%는 CCUS를 통해 감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국토가 넓은 선진국들은 이미 CCUS를 상용화해 자국 영토 지하 또는 해저에 대규모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석유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발전5사 등 에너지자원 공기업과 SK이노베이션 등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종료가 임박한 동해가스전 등에 탄소포집·저장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에너지분야에서 첨단 원천기술 개발을 선도해온 한전전력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고효율로 포집하거나 이산화탄소를 화학·생물학적 방법으로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는 첨단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전력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중탄산소다로 만드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탄산소다는 제빵용 베이킹소다와 산업용 탈황제 등으로 사용되는 원료물질로, 중국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다.

전력연구원은 발전소 등 각종 시설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광물탄산화 기술을 활용해 별도의 정제공정 없이 중탄산소다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 민간기업에 기술이전을 마쳤고, 현재 상용급 플랜트 설계가 진행 중이다.

또한 전력연구원은 한양대학교 등과 협력해 메탄화 미생물을 개발, 생물학적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도시가스 등에 활용되는 청정연료인 메탄가스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생물을 활용한 생물학적 메탄화 기술은 저부하 운전이 용이해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린수소 생산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이밖에 전력연구원은 지구온난화의 또다른 주범인 육불화황(SF6)을 분해해 무해한 물질로 만드는 신기술도 개발 중이다.

육불화황은 절연성능이 우수해 전력 개폐기 등에 사용되는 원료이나, 온실가스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2만 3900배나 돼 육불화황을 사용하지 않는 개폐기 개발과 앞으로 폐기될 개폐기에서 발생되는 육불화황의 처리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한전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화력발전소·제철소 등 대규모 설비에 적용가능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개발,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에 국내 최대규모인 10메가와트(MW)급 습식 이산화탄소 포집 실증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하루 180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규모로, 전력연구원은 독자개발한 이산화탄소 흡식흡수제(KoSol)와 포집공정(KoSol Process) 기술로 이산화탄소의 90% 이상을 제거하면서도 에너지소비량은 40% 이상 감소시켜 지난 6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내 CCUS 분야 최초의 첨단기술로 지정받기도 했다.

◇정부의 '신규 해외석탄발전사업 공적금융지원 가이드라인'에도 부합

전남 나주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 조감도. 사진=한국전력이미지 확대보기
전남 나주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 조감도. 사진=한국전력


이러한 한전의 CCUS 분야 연구개발(R&D) 노력과 성과는 한전의 막힌 해외석탄사업에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전은 지난 10년간 8000억 원 이상 투자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바이롱 석탄광산 개발사업이 환경훼손을 우려한 현지 당국과 법원의 잇따른 거부로 막히면서 사실상 좌초 상태를 맞았다.

이 때문에 한전은 이미 손실처리한 5130억 원을 뺀 나머지 3000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불투명해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한전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내외 금융기관·환경단체 등의 요구에 부응해 해외 석탄발전사업은 이미 승인받은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와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 외에 신규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현재 개정이 논의 중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석탄양해' 규약에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은 즉각 중단하되 기후변화 저감기술인 CCUS를 적용한 신규사업은 금융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개정안에 넣는 방안을 OECD에 제안해 놓은 상태다.

우리 정부는 지난 24일 발표한 '신규 해외석탄발전사업 공적금융지원 가이드라인'에서 모든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의 신규 해외석탄발전사업 공적금융지원을 다음달 1일부터 중단하되, 향후 구체적인 추가사항은 OECD 등 국제사회의 합의에 따르기로 했다.

즉, 향후 CCUS 기술발전 속도와 OECD 규약개정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의 해외석탄사업 정책방향도 수정될 여지가 남아있는 셈이다.

한전은 앞으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을 150MW 규모로 상용화해 연간 100만~300만t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화학·제조업 등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구조인 만큼 CCUS 기술의 조기 도입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 상용화와 메탄화 기술 고도화, 육불화황 처리 전(全)주기 기술 확보 등을 통해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