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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사상 첫 민간 우주여행 경쟁’서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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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사상 첫 민간 우주여행 경쟁’서 빠진 이유

릿 리즈먼(오른쪽)이 지난 2017년 스페이스X에서 선임 자문역으로 근무할 때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에게 우주선 개발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스페이스X이미지 확대보기
릿 리즈먼(오른쪽)이 지난 2017년 스페이스X에서 선임 자문역으로 근무할 때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에게 우주선 개발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리처드 브랜슨은 일반인에게는 언감생심이라 할 공통점이 두 가지나 있다.

첫째는 세 인물 모두 세계적인 억만장자라는 것.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머스크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을 얼마전까지 경영했던 베조스는 세계 1위 부자의 자리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사이다.

둘째는 우주에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등 각자 우주개발 전문기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주사업의 특성상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만큼 떵덩거리는 부호가 아니면 이 분야에 관심을 두기 어려운 측면도 있으나 모든 부자가 우주에 관심이 있으라는 법은 또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머스크가 나머지 두 사람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브랜슨과 베조스가 지난 7월 잇따라 사상 최초의 민간 우주여행에 성공해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면서 대서특필되고 있을 때 머스크는 그 대열에 가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왜 그랬을까.

◇못한건가, 안한건가


머스크가 우주여행 대열에 가세하지 않은 이유를 그가 직접 밝히기 전까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유력 시사전문지 디 애틀랜틱에 따르면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가 우주여행을 싫어하거나 우주선에 타는 것을 두려워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가 아니라 우주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지구 저궤도’ 우주여행에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해석을 하는 근거는 없지 않다. 애틀랜틱이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출신의 개릿 리즈먼으로부터 얻은 증언에 따르면 그렇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선임 자문역으로 일한 적이 있고 현재 미 남가주대 비터비 공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리즈먼의 경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가 전해준 머스크의 발언은 거의 결정적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14년부터 NASA의 상업용 유인우주선 프로그램에 세계 굴지의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사와 함께 참여해 그동안 유인우주선을 개발해 왔다.

그러나 시험비행의 기회는 보잉사의 ‘스타라이너’에 먼저 부여됐다. 나사 우주여행사와 보잉 소속 우주비행사를 태운 보잉의 유인우주선은 지난 2019년 12월 1차 시험비행에서 실패를 겪은데 이어 지난달 초에 있었던 2차 시험비행도 문제가 발생해 발사 자체가 연기됐으나 첫 기회는 보잉사가 차지했었다.

리즈먼은 머스크가 경쟁에서 밀려 떨떠름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머스크에게 비록 공식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직원들 사기 진작 차원에서 스페이스X가 독자적으로 유인우주선을 띄워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머스크는 뜻밖의 반문을 했다고 한다.

◇“저궤도에 뭐하러 가요?”


리즈먼에 따르면 머스크가 자신을 멀뚱히 쳐다본 뒤 진지하게 내뱉은 말은 “지구 저궤도로 우주여행하겠다는 사람이 있나요”였다. 지구 저궤도까지 올라가는 우주여행은 명실상부한 우주여행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NASA 우주여행사 자격으로 100일 이상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여행을 해본 경험이 있는 리즈먼은 머스크에게 “저 같은 경우에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다시 얘기했고 머스크의 입장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리즈먼은 “머스크와 대화를 나눈 결과 그는 스페이스X가 어느 누구보다 저궤도 우주여행에 성공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궤도 우주여행보다는 달 탐사와 화성 탐사에 늘 관심을 쏟아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머스크가 20년전 스페이스X를 창업하고 나선 가장 큰 이유도 NASA의 화상 탐사 프로젝트에 진척이 없는 것을 보고 굉장한 답답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리즈먼은 “머스크는 인류가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머스크도 그동안 종종 밝혀온 바 있지만 결국 인류는 지구에 국한된 종족이 아니라 다행성 종족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는게 머스크의 믿음”이라고 전했다.

한편, 애틀랜틱이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들은 결과를 종합하면 머스크는 충분히 안전하다는 확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우주선에 직접 오를 가능성이 적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 화성행 우주선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보이지만 가능하면 화성에서 죽고 싶다는 발언을 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