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멈추지 않는 원화약세, 한국경제 위기 서막?

공유
2

[초점] 멈추지 않는 원화약세, 한국경제 위기 서막?

원화 약세로 한국경제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원화 약세로 한국경제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10월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7원 상승한 1,184.0원을 기록했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위험지대는 1,120원으로, 환율은 1년 만에 처음으로 1,18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위험 지대에 가까워지고 있어 한국 경제에 위기 모드가 켜지고 있다.

이런 환율 상승은 지난해 9월 14일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180원을 초과한 것이다.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자금 수요와 해외 사업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높은 환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부채 무게를 더해서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채무 불이행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원화약세로 한국주식 투자매력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 주식시장 자본유출로 이어질 경우 경제 전반에 낭패가 닥칠 수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8월 7816억 원의 한국 주식을 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한국 주식을 매도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30조9950억 원을 매도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24조3790억 원의 한국 주식을 매도했다.

국내 주식 중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2위를 차지한 SK하이닉스는 각각 6조5000억 원과 1조5000억 원을 매도했다. 또한 엔씨소프트, 현대차, SK텔레콤 등 국내 대표기업 주식을 매도했다. 달러가 상승하면서 원화가 하락하고 있다. 일부 기업 관계자들은 원화의 급격한 감가상각이 아시아 통화 위기와 같은 경제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원화약세로 한국 주식의 이익이 줄어들고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더 매각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에서 원화가 약해지고 다시 약세를 보일 수 있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과다 매도와 무역흑자 하락은 원화 하락의 직접 요인이다. 반대로 미국 주식시장은 달러 강세를 찾기 위해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이 돌아오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원화가 약화되면 한국 금융당국은 약세를 막기 위해 보유 달러를 매각하는 등 외환시장에 개입한다. 그러나 외환 개입은 한국의 달러 보유량 감소로 이어진다.

달러 보유가 감소하면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적절한 움직임을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더구나 달러가 상승하면 부채의 상환부담이 커지고 이자 부담도 더해진다.
한국은 1997년 아시아 통화 위기 때 경제위기를 경험했으며, 이런 상황은 피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11월부터 미국에서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달러가 더 상승하고 원화가 더 약해질 수 있어 한국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한국 주식의 과매도, 원화하락, 중국 부동산 버블, 미국 금리 인상 등 한국 경제에 불리한 여건이 늘어나고 있다.

◇원화 약세의 원인


우선 미국의 양적 완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연말까지 양적 완화를 줄이기 위한 계획을 세웠으며, 해외에서 유통되는 투기자금은 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올해 11월 초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며,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연 1.516%로 급등했다. 연준이 채권 매입 금액을 줄이기 위해 테이퍼링을 사용함에 따라 시장 유동성이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 달러 공급이 감소하면 정부 채권을 포함한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것이다. 미국 금리와 달러가 상승하면 원화와 같은 신흥국의 통화는 저렴해지고 원화는 약세를 보인다.

또한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는 시장 불안을 야기 하고 달러 강세의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한다.

헝다 그룹의 파산설은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헝다 그룹은 자산 규모 면에서 중국 부동산 업계 1위, 세계 500대 기업 중 122위를 차지한다. 파산할 경우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헝다 그룹의 파산설은 글로벌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파산이 연쇄 반응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중국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헝다 위기는 지난해 중국 정부가 부동산 산업에 다양한 규제를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회사는 정부와의 정치적‧재정적 공모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제한으로 인해 확장 정책은 실패했다. 회사의 파산은 의심할 여지없이 중국뿐만 아니라 회사에 돈을 투자한 서구 금융 기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쳐, 한국에서는 원화 약세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테이퍼링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원화 약세는 당분간 더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한국 경제의 위기를 우려하는 다른 이유는 한국의 가계부채다. 6월 말 한국 가계부채는 약 1805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가계부채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제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