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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마이클 델이 스티브 잡스 제안 받았으면 PC 역사 바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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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마이클 델이 스티브 잡스 제안 받았으면 PC 역사 바뀔 뻔했다

마이클 델 델 컴퓨터 창업자(왼쪽)와 생전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사진=애플인사이더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클 델 델 컴퓨터 창업자(왼쪽)와 생전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사진=애플인사이더

지난해 집계한 판매량 기준으로 미국 PC 제조업체 델 컴퓨터가 전세계 PC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레노보와 HP에 이어 3위다. 애플은 바로 그 뒤의 4위다.

개인용 컴퓨터를 뜻하는 PC라는 기준에서 보면 레노보, HP, 델이 만드는 PC와 애플이 만드는 PC의 유형은 같다.

그러나 레노보, HP, 델과 애플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운영체제. 레노보, HP, 델의 운영체제(OS)는 윈도(Windows)이고 애플의 OS는 맥(Mac)이다.

레노보, HP, 델뿐 아니라 대부분의 PC 제조업체가 윈도 OS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플 PC가 여전히 4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일로 평가될만하다. 맥 OS를 사용하는 PC 업체는 애플이 유일하기 때문이고 그만큼 사용자 기반에서 절대적인 열세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의 시장점유율이 지금보다 훨씬 커지거나 OS 측면에서 글로벌 PC 업계의 지각이 변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애플 창업자이자 IT 업계의 전설로 통하는 스티브 잡스 사망 10주기를 즈음해 뒤늦게 밝혀져 관련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PC 역사 바꿀뻔한 잡스의 제안


이같은 사실은 10대 시절 스티브 잡스의 팬이었고 훗날 애플의 최대 경쟁업체가 된 마이클 델 델 컴퓨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 등 외신에 따르면 델 CEO는 전날 IT매체 시넷과 인터뷰에서 잡스가 지난 1993년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자신의 집을 여러번 직접 찾아온 사실을 공개했다.
1993년은 애플이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으면서 쫓아냈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다시 임시 CEO로 받아들이는 결정을 내리기 4년 전이었다. 자신이 일으킨 회사에서 쫓겨난 잡스 입장에서는 절치부심하며 회사 경영을 다시 맡는 날만을 고대했던 시점이다.

실제로 잡스가 델의 집까지 찾아간 이유는 자신이 새로 창업한 컴퓨터 제조업체 넥스트에서 개발한 컴퓨터 OS ‘넥스트’를 델 컴퓨터에서 채택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잡스가 델에게 요청한 내용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윈도 OS보다 자신의 넥스트 OS가 기술적으로 월등하다면서 델 PC에 채택해달라는 것.

당시에 잡스가 제안한 OS 넥스트를 델 CEO가 만약 수용하기로 했다면 오늘날의 PC 업계 지형이 크게 달라지는 벌어질뻔 했다는 얘기다. 맥 OS가 애플의 독자적인 운영체제로 국한되지 않고 최소한 델 컴퓨터와 함께 지금보다 거대한 ‘맥 OS 군단’을 형성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맥 OS의 토대가 된 기술이 바로 넥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델 CEO는 넥스트 OS에 기반한 응용 프로그램이 없어 상업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잡스의 제안을 결국 거절했다고 한다. 잡스는 1997년 애플 CEO 자리로 되돌아온 뒤에도 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윈도가 깔린 델 PC에 맥 OS도 추가로 설치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못말리는 잡스의 이상주의


델 CEO는 15세에 25세의 잡스를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뒤 훗날 델 컴퓨터를 차린 것을 계기로 경쟁관계에 있었지만 잡스로부터 배운 것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가 보여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열한 이상주의에 감명 받았다”고 회고했다.

자신의 집까지 찾아와 넥스트 OS를 채택해달라고 끈질지게 요청한 일도 그 일환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비록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잡스의 식지 않는 열정에 놀랐고 잡스에 대해 좀더 알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델 CEO는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비롯해 훗날 대성공한 애플의 제품들도 잡스의 열렬한 이상주의가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오늘날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넣고 다니는 사람이 50억명이나 되는 것은 잡스 같은 놀라운 지도자가 PC 산업을 혁신하고 컴퓨팅 기술에 접근하는 사고방식을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