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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신 접종 거부 근로자들 ‘이중고’ 불가피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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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백신 접종 거부 근로자들 ‘이중고’ 불가피한 이유

가트너의 설문조사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응답자의 비율. 사진=가트너이미지 확대보기
가트너의 설문조사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응답자의 비율. 사진=가트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델타 변이의 창궐로 방역 전선에 비상이 걸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 의무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상당수 기업들이 이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백신 접종 거부 근로자들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백신을 맞지 않은 근로자를 사실상 해고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기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을뿐 아니라 실제로 해고에 들어간 기업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을 여전히 거부하는 근로자들 입장에서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직을 당하는데 머물지 않고 실업수당까지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직자를 보호하고 재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운영되는 실업수당 수혜 대상에서도 소외되는 ‘이중고’를 겪을 경우 이들이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백신 접종 의무화 현황


8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서 가장 큰 의료기관인 노스웰헬스종합병원은 무려 1400명에 달하는 인력을 최근 해고했다. 이들은 모두 직원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한 병원 측의 방침에 반해 백신 접종을 거부한 직원들이다.

미국 최대 통합의료기관인 캘리포니아주 소재 카이저퍼머넌트도 2200명이 넘는 직원에 대해 무급휴가 실시를 강행했다. 물론 백신 접종을 거부한 직원들이다.

의료계뿐만 아니다. 미국 3대 항공사에 속하는 유나이티드항공은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는 직원 600명가량을 강제로 내보냈다.
또다른 주요 항공사 아메리칸항공은 다음달 24일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 해고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고 미국 굴지의 IT 대기업 IBM 역시 오는 12월 8일가지 백신 접종을 끝내지 않은 직원은 퇴사시킬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더그 파커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전 직원에 보낸 서신에서 “연방 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 시책에 따라 아메리칸항공의 국내 사업부 전 직원과 일부 해외 지점의 직원은 반드시 백신 접종을 정한 시점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잘 읽힌다. 미국 주요기업의 법무담당 임원, 준법감시인, 인재관리 임원 27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6%가 정부 시책에 따라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중고 겪을 가능성 있는 이유


그러나 백신 접종에 소극적이거나 거부감이 있는 근로자들의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해고 조치에 나선 기업이 늘어난 것뿐 아니라 실업수당을 챙기는데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트라우트만페퍼해밀턴샌더스의 고용전문 변호사 크리스토퍼 모랜은 CNBC와 인터뷰에서 “종교적인 이유나 접종을 받기 어려운 장애가 있는 경우가 아니지만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을 거부해 해고를 당하게 되는 근로자는 실업수당 수급 자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업수당 전문 변호사 앤 팩스턴은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다. 주정부마다 방침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실업수당을 탈 수 있는 자격은 해고를 당했거나 합당한 이유 때문에 퇴사한 경우나 회사 생활 중 ‘부적절한 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만 인정된다.

다른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부적절한 행위’를 어떻게 유권해석하느냐에 따라 백신 접종 거부로 해고된 근로자의 경우 실업수당을 못받을 수 있다는게 팩스턴의 지적이다.

그는 “실업수당 자격이 되는지 검토하는 관계당국이 백신 접종을 거부한 행위를 부적절한 행위로 간주한다면 실업수당 지급이 거부될 수 있다”면서 “백신 접종을 하기 싫어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에도 합당한 이유로 퇴사한 경우가 아닌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직에 이어 실직수당까지 받지 못하는 이중고가 발생하면 울며겨자먹기로 백신을 맞는 근로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지만 백신 의무화에 강하게 반발하는 근로자의 규모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인적자원 전문가 단체인 인사관리협회(SHRM)가 지난 1~2월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8%가 직장을 잃더라도 백신을 맞을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