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델 CEO가 ‘산업 자동화’ 때문에 걱정하는 이유

공유
0

[초점]델 CEO가 ‘산업 자동화’ 때문에 걱정하는 이유

마이클 델 델 컴퓨터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클 델 델 컴퓨터 CEO. 사진=로이터

‘산업 자동화로 모든 근로자가 공평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노동단체의 주장이 아니라 미국 굴지의 PC 제조업체인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발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악몽에서 미국 경제가 벗어나고 있으나 유례 없는 구인난이 암초로 등장하면서 미국 경제의 향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산업 자동화가 고용시장의 경색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전망을 델 CEO가 내놨다.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필요 불균형


델 CEO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산업 자동화로 미국 고용시장의 수급불안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일자리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의 숙련도와 시장에 나와 있는 인력의 숙련도 사이에 불균형 현상이 빚어져 고용시장의 수급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문제가 이미 발생하고 있는데 산업 자동화의 추세가 확산되면서 고용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게 그의 전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조달하는 것이 중요한데 필요한 인력에 해당하는 구직자가 모자라는 것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지만 산업 자동화로 일자리가 앞으로 더 줄어드면서 구직자 입장에서는 더욱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델 CEO는 “그 결과 구직자가 넘치고 있음에도 실상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시장이 불안한 이유


실제로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가 지난 2017년 펴낸 보고서는 델 CEO의 전망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 자동화의 여파로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종래의 일자리는 최소 4억개에서 최대 8억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생산성이 급격히 증가한데 비해 근로자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미국 고용시장이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970년대 이후 산업 생산성은 61.8%나 급증한 반면 근로자의 시급은 17.5% 오르는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포럼(WEF)도 기술 발전 속에서도 소득 분배가 전세계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난 2016년 보고서에서 지적한 바 있다.

종래의 산업 환경에서도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 이 정도에 머물고 있는데 산업 자동화가 더 진전되면 근로자의 처우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춘 재교육의 중요성


델 CEO는 현 상황에서 적극 모색해야 하는 방안으로 ‘대대적인 산업인력 재교육’을 꼽았다.

자동화 등의 여파로 산업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추세에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발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시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지금부터 100년 전까지만 해도 기존에 있던 일자리에서 일하는 것이 대개의 경우 가능했다”면서 “하지만 로봇이 등장하고 우주선이 개발되며 알고리즘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오면서 새로운 첨단기술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갈수록 희귀해지고 있기 때문에 산업인력을 새로운 환경에 맞춰 재교육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델 CEO는 “그럼에도 기술 발전이 워낙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기존 인력에 대한 재교육이 그만큼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을 지가 가장 염려되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산업 생산성의 증가와 근로자 처우의 격차 추이. 사진=EPI이미지 확대보기
산업 생산성의 증가와 근로자 처우의 격차 추이. 사진=EPI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