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621조 7423억 원이다. 지난해 말 대비 8.01% 늘었다. 가계 대출 증가액도 지난해 말 24조 7174억 원에서 9월 말에는 두 배에 달하는 46조 1140억 원 늘었다.
은행권이 지난해 국제 자본 관리 규약을 조기 도입한 만큼 국민, 신한, 우리, 농협 등 은행권은 연말까지 전체 대출 중 기업대출 비중을 51~57%선에 맞춰야 한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많은 연말을 앞두고 이들 은행 간 대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업 대출 쏠림 현상이 오히려 은행의 자금 배분 기능을 왜곡할 것이란 우려의 시각도 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중소기업 대출 중에선 자영업자가 상당수 포함된 개인 사업자에 대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유망한 산업군과 사업체 발굴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계속 연장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은행의 건전성은 역대 최고로 좋다. 하지만 이대로 대출이 나가도 되는지 우려가 된다"고 털어놨다. 실제 국내 은행들의 상반기 부실 채권 비율은 0.54%로 지난해 동기(0.71%) 대비 크게 낮다.
은행의 또 다른 기능인 기업·산업에 대한 부실 평가도 유예 됐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비슷하다. 2018년부터는 대출 증가율에 비해 GDP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괴리도 커졌다. 지난해의 경우 GDP 증가율은 0.4%인데 기업대출 증가율은 12.6%였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경기 사이클이 개선되지 않았지만 기업 대출은 더욱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재무제표를 공시하는 2500여 개 기업 중 이자 보상 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이 1000개에 달하고, 은행 신규 대출액의 30%가 한계 기업에 흘러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