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기업들 "재택근무 임금, 아직 삭감없이 지급"

공유
0

[초점] 美 기업들 "재택근무 임금, 아직 삭감없이 지급"

미국 기업 경영인의 81%가 재택근무자에 대한 임금 차등 적용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페이스케일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기업 경영인의 81%가 재택근무자에 대한 임금 차등 적용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페이스케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확산된 재택근무제를 유지해야 하는지가 업계에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잦아드는 듯했던 코로나19 사태가 델타 변이의 창궐로 다시 악화되면서 출근제로 복귀를 추진하던 기업들이 다시 주춤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논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있다. 재택근무하는 직원들에 대한 월급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재택근무자는 회사에 출근하는 경우가 아닌만큼 어느 정도 월급을 깎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똑같은 업무를 처리하는데 근무지가 달라졌다고 월급을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반론이 부딪치고 있는 것.

전례 없는 글로벌 보건 사태로 빚어진 근무방식의 대변화가 기업 입장에서는 인사 및 급여 정책 측면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향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재계, 전례 없어 갈팡질팡

18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재택근무자에 대한 차등 적용 문제는 업계에서 널리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확고한 방침이 수립되지 않은 가운데 기업 경영인들은 자신 있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급여정보 조사업체 페이스케일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여름 실시한 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고 허핑턴포스트는 전했다.
페이스케일이 사용자 6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재택근무 확산으로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의 경쟁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많은 우려에 비해 재택근무자에 대한 급여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침을 세우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응답자의 81%가 재택근무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급여 조정 문제에 대해 아직 전략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의 대부분이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향후 인사 관리상 큰 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페이스케일이 50여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보장하는 기업이 늘어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케팅 및 홍보업계, IT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의 경우 각각 74%, 71%가 앞으로 재택근무제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근로자들의 재택근무 선호도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美 직장인 상당수 “재택근무 보장하면 임금 삭감 수용”

미국의 보험 핀테크사이트 미트브리즈닷컴이 지난 7월 미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다수인 65%가 재택근무자에 대해 5%의 급여를 삭감하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완전한 재택근무를 보장하는 경우에’라는 조건을 달았다. 심지어 응답자의 15%는 25%까지 급여가 삭감돼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완전히 재택근무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진다면 회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할 경우에 어느 정도의 급여 삭감 조치를 내리더라도 감수하겠다는 직장인들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이같은 흐름을 감지한 일부 기업들은 실제로 재택근무자에 대한 급여를 차등 적용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 글로벌 회계법인 PwC 등이 이 경우에 속한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직원이 희망할 경우 재택근무를 허용하되 임금은 출근제 직원과 다르게 적용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재택근무자 임금 차별’ 아직은 소수


그러나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근무지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는 경우가 주류를 형성할 정도로 다수는 아니다. 바꿔 말하면 근무지와 상관 없이, 즉 재택근무자를 임금상 차별하지 않는 경우가 아직은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오히려 재택근무제 확산 속에 재택근무자에 대한 연봉을 다르게 책정했던 업체들이 근무지를 따지지 않는 쪽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소설 뉴스 웹사이트 레딧,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오크타,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가 이런 경우에 속한다.

레딧의 경우 근무지별로 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정책을 최근들어 폐기하는 대신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집값이 비싸기로 악명 높은 대도시권에 거주하는 직원에 국한해서만 임금을 다르게 적용키로 했다.

질로의 경우 직원의 근무지와 연봉을 연동하는 방식을 없애는 대신 직무, 역할, 실적에 연동해서만 임금을 차등적용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거꾸로 말하면 미국 내 어느 지역에서 근무하든 원격근무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연봉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없도록 했다.

댄 스폴딩 질로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 성과를 올리는데 기여할 수만 있다면 직원들이 미국 내 어디에서 근무하든지 관계 없다”고 밝혔다.

경제 분야별로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제를 희망하는 비율. 마케팅과 홍보업무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사진=페이스케일이미지 확대보기
경제 분야별로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제를 희망하는 비율. 마케팅과 홍보업무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사진=페이스케일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