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 강남지역에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해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작 강남권 주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아 오 시장의 계획이 현실화될 지 미지수이며, 상당한 진통도 예상된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토지 소유권을 갖고, 수분양자는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토지비가 제외돼 초기 분양가를 민간 일반분양의 30~50% 수준으로 크게 낮출 수 있다. 대신에 토지 임대료는 매달 부과된다. 이론상으로는 서울 강남에 전용면적 99㎡(30평) 아파트가 3억 원대에 공급될 수 있다.
서울시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이 활성화되면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 완화와 서울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행 주택법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을 처분할 때는 공공에 되팔아야 하기 때문에 단기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오세훈 시장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에 김헌동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내정하면서 반값아파트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김 내정자는 경실련에 몸 담고 있을 당시 부동산시장 안정 방안으로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을 주창해 왔다.
그러나 오 시장과 서울시의 기대와 달리 실제로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앞에 놓여 있다.
반값 아파트 부지 후보지로 언급되는 자치구와 주민들이 주변 집값 하락을 우려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강남구는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서울시 방안에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공주택 공급 대신 상업시설을 확충해 국제교류 중심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게 강남구의 입장이다.
또 다른 후보지인 성동구치소 부지의 관할구인 송파구 상황도 비슷하다. 옛 성동구치소 부지는 당초 민간분양 공동주택과 함께 문화체육복합시설 등의 조성 계획이 추진돼 왔지만 서울시가 토지임대부 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일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남은 땅에 싼 가격으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우리 입장에서는 최근 7∼8년의 합의를 뒤엎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성동구치소 부지 개발은 원안 유지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같은 강남지역 자치구와 지역주민의 반대 입장에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후보지와 관련해 아직 어떤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할 지는 미정이다. 다만 해당 후보지 개발이슈가 집값을 더욱 자극할 수 있어 공공분양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공분양’ 원칙을 확인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