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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계기 다시 부각되는 우주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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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계기 다시 부각되는 우주보험

2000억 원 규모 제3자배상책임보험 가입 필수
삼성화재·DB손보 등 국내 손보사 공동인수 방식 참여
우주산업 성장성 높아…보험사 위험 인수능력 강화해야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가 발사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1일 오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연구동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가 발사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첫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오후 5시 1차 발사를 통해 우주를 향해 치솟아 오른 가운데 우주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 주도로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 발사계획이 활발히 추진되는 만큼 우주보험의 역할은 그 어느 때 보다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인공위성·우주발사체 관련 보험인 '위성보험'은 위성 제작과 조립 과정에서의 위험을 담보하는 ‘발사 전 보험’, 발사 과정과 궤도 진입 위험을 담보하는 ‘발사보험’, 위성의 운용 과정에서의 사고를 담보하는 ‘궤도보험’, 발사·운용 실패로 인한 수입 상실 또는 제 3자 배상 책임 등을 담보하는 ‘기타보험’으로 구분된다.
이 중 '제3자배상책임보험'은 의무 보험으로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주 개발을 장려하고 우주 물체를 효율적으로 이용·관리하기 위해 2005년 12월 1일부터 ‘우주개발진흥법’이 시행됐다. 이 법을 근거로 우주 발사체를 발사하고자 하는 자들은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규정됐다. 공해 상에 떨어지도록 만들어진 발사체가 잘못 떨어져 운항 중인 선박이나 육지에 추락해 인명이나 재산상 손해를 입혔을 때 배상하기 위한 것이다.

누리호도 발사 과정에서 사고 발생 시 피해 보상을 위해 최대 2000억 원까지 보상 가능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됐다. 여기에는 삼성화재를 비롯해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등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참여해 공동인수에 나섰다. 공동인수는 위험이 큰 보험 물건에 대해 보험사들이 위험을 분산 시키고자 공동으로 계약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인공위성·우주발사체 관련 보험은 사고 발생 시 손실 발생 규모가 천문학적이다. 특정 보험사가 모든 것을 담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위성보험은 다수의 손해보험사가 위험을 공동 인수하고 있다. 인수 이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국내 재보험사에 출재한다. 국내 재보험사 역시 위험 분산 차원에서 이를 다시 해외 재보험사에 상당부분 재출재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대형 물 건이라 해도 개별 손해보험사가 실제 담보하는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보험요율(보험가입 금액에 대한 보험료의 비율) 역시 해외재보험사를 통해 받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항공 위험 같은 경우 경험치 데이터가 충분치 않은 위험이므로 국내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요율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며 “결국 해외 재보험사에 위험을 분산하게 된다. 재보험 수수료를 내고 출재를 하는데 재보험 출재를 얼마나 했는지, 보험료가 얼마인지 등에 따라 보험사의 수익 구조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위험을 전가하는 만큼 실제 받은 보험료 대비 수익이 되는 보험료의 비중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역시 제3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당시 항공우주연구원은 보험요율이 높다며 배상책임보험 외의 '발사보험'이나 '궤도보험' 같은 발사 후 보험에는 일체 가입하지 않았다.

'발사 후 궤도 진입에 실패', '궤도에 진입한 후 정해진 궤도이탈' , '작동불능'의 경우를 담보한 보험에 미리 가입하지 않았던 나로호의 경우 2009년 1차, 2010년 2차에 걸친 두 차례의 발사에서 정상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이 때마다 입은 손실은 결국 항공우주연구원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몫이 됐다. 당시 우주보험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던 결과다. 향후 우주보험시장에 대한 꾸준한 조사·연구를 통해 이해도를 높이며 장기적으로 우주리스크를 효율적· 기술적으로 관리할 방안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원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국내 위성보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위성보험은 여전히 손해보험 산업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차세대 혁신 산업인 우주산업에 있어서 민·관협력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향후 성장성 면에서도 기대되는 분야이므로 위성보험의 인수능력 증진과 리스크관리에 대한 경험치 축적 등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보험의 원수보험료 시장의 규모도 국내 인공위성·우주발사체 발사 시점과 맞물리면서 커지고 있다. 우주산업 발달과 진전 여부에 따라 향후 시장은 더욱 확대 될 전망이다.

2018년 12월 발사된 천리안 2A호의 경우 위성보험 원수보험료가 2017년 292억 원, 2018년 183억 원이었다. 천리안 2B호의 경우 지난해 8월 기준 위성보험 원수보험료가 전년 동기 대비 747.9% 증가한 28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2020~2022년 우주개발계획’을 통해 지속적인 인공위성 발사 로드맵을 발표했다. 향후에도 인공위성 발사 계획은 계속될 예정이라 위성보험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정부 주도의 우주개발사업에 민간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주 개발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의 역할 또한 중요해졌다. 손보사들은 언더라이팅 기법을 발전시켜 우주 산업 관련 각종 위험을 인수하는 일에 지속적으로 관심 기울여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