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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재계 "백신 의무화, 연말 쇼핑시즌 이후로 늦춰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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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재계 "백신 의무화, 연말 쇼핑시즌 이후로 늦춰달라"

카이저패밀리재단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0%가 백신 접종 의무화가 이뤄지면 퇴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카이저패밀리재단/CNBC이미지 확대보기
카이저패밀리재단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0%가 백신 접종 의무화가 이뤄지면 퇴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진=카이저패밀리재단/CNBC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업체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 의무화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어느 나라보다 충분히 확보해 백신 접종 초기 국면에서 세계 선두권의 성적을 기록했으나 델타 변이가 창궐한 것은 물론이고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국민이 여전히 상당해 접종률이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 완료율은 아직도 60%를 돌파하지 못하면서 접종 후발 주자에 속했던 한국, 일본 등에 역전당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국 재계는 바이든 정부가 강력한 방역 조치에 팔을 걷어붙인 것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가 자칫 현재 목도하고 있는 물류대란과 인력난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코앞으로 다가온 연말 쇼핑 시즌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백악관 방침대로 시행되면 美 기업 3분의 2 적용 대상


25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경제단체들은 미국 연방정부 예산을 다루는 부처로 코로나 백신 접종 의무화 정책의 실행을 주도하고 있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관계자들과 잇따라 예정된 가진 회동에서 이같은 우려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방침이다.

특히 이들은 백악관이 직원 100명 이상의 사업장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거나 매주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예고한 것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 조치의 시행을 성탄절 시즌을 비롯한 연말 쇼핑 시즌 이후로 늦춰줄 것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백악관의 방침대로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미국 전체 사기업의 3분의 2가량이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이 미국 재계의 이같은 의견을 수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BC에 따르면 OMB는 여론수렴 차원에서 25~26일 화물차 관련 이익단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재계단체들과 접촉할 예정이다.

◇화물차업계, 소매업계 등 "백신 접종 의무화 늦춰달라"


미국 물류대란의 중심에 화물차 기사 부족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는

전미화물차협회(ATA)는 26일로 예정된 OMB와 간담회를 앞두고 지난주에 서한을 보냈다.

ATA는 OMB에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 백신을 맞는 기사들보다 회사를 그만두는 기사들이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이미 8만명 정도의 화물차 기사가 부족해 물류대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백신 의무화 시점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ATA는 미국 정부가 백신 접종 의무화를 예정대로 강행하게 되면 현재 현장에서 뛰고 있는 화물차 기사의 37% 정도가 퇴사하거나 100명 미만 사업장으로 전직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 스피어 OMB 회장은 서한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는 화물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인력난을 위기 상황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매업계 관련 이익단체로 25일 OMB와 간담회가 예정된 소매산업지도자협회(RILA)의 에반 암스트롱 로비스트도 CNBC와 인터뷰에서 “접종 의무화 조치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퇴사를 선택하는 근로자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안그래도 심각한 구인난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 쇼핑 시즌에 대비한 소매업계의 준비 작업이 이미 시작돼 인력이 아쉬운 상황에서 백신 의무화 조치가 내려지면 공급망 불안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면서 “연말 시즌이 끝난 뒤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12일 확정 발표 예정


여론조사에서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우가 확인되고 있다.

미국 의료기관 카이저패밀리재단이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어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0%가 고용 유지를 위한 조건으로 백신 접종이나 진단검사가 의무화되면 차라리 퇴사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펴낸 분석 보고서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는 이미 경색돼 있는 고용시장의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CBNC에 따르면 OMB는 경제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2일께 코로나 백신 접종 의무화에 관한 방안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