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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한국, 탄소배출이행률 평점 'F'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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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한국, 탄소배출이행률 평점 'F' 낙제점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 회장
“청바지 한 벌 만드는데 33.4㎏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합니다.” 올해 10월에 한 베트남을 돕는 시민연대에서 온 레터의 한 귀절이다. 탄소 감축 문제가 일상화 되고 있다. 탄소배출을 추적해온 국제적 과학 협의체인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는 2018년 세계 총 탄소배출량을 371억 톤으로 보고했다. 전세계 1인당 4.75톤 배출이다. 2018년 한국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전세계 1인당 배출량의 3배인 14.09톤이다.

드디어, 탄소감축에 대한 국가 중장기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이 10월 18일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되었다. NDC 상향안(40%)이 10월 말 국무회의에 상정되어 최종 확정되면, 11월에 개최되는 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 공표되고 12월에 UN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 상향안에 대하여 갑론을박이 뜨겁다. ‘졸속과 부실’, ‘달성가능성 제로’, ‘전기료 급상승’, ‘탈원전 전면 재검토’, ‘기업 국제경쟁력 약화’ 등등.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대체로 동의한다. 저탄소 사회 그리고 탄소중립 시대로 나아가는, 그 첫 걸음은 탄소 배출량 실체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NDC에는 3개의 시점이 있다. 2050년까지의 중간 시점인 NDC 목표 연도인 2030년, 각국의 NDC의 탄소 감축 출발 연도, 그리고 많은 유럽 선진국들의 탄소감축 시점인 1990년이다. 탄소감축 출발 연도는 탄소감축원년의 의미를 가진다. ‘1990년’은 글로벌 탄소감축 활동의 출발 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IPCC 1.5℃ 특별보고서(2018)’에 따라서 21세기 말까지 산업화 사회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지구촌 모든 국가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한다. ‘2030년’은 ‘1990년’~2050년의 60년이란 긴 과정 중 중간 목표 지점으로 각국은 2030 NDC를 국제사회에 공표하고 이행해야 한다. 탄소감축원년은 탄소 증감의 변곡점 연도로 각국마다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탄소감축원년은 2005년이며, 일본은 2013년이며, 중국은 2010년이다. 한국은 2015년을 탄소감축원년을 정하고 NDC를 최초로 수립했는데, 2030년 BAU(8억5100만 톤) 대비 37%를 감축하는 목표를 수립하고 국제사회에 공표한 바 있다.

NDC 3개 시점별 탄소배출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가별 탄소배출량은 총발생량, 1인당 발생량, GDP당 발생량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국가별 1인당 발생량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을 중심으로 하여 영국,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을 비교분석하였다. 국가별 탄소배출량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자료에 근거했으며, 연도별 국가 인구수는 월드뱅크 발표 자료를 정리한 통계청 자료에 따랐다.

먼저, 2030년 목표 탄소배출량은 적정할까? 1990년 1인당 총 탄소배출량은 미국이 25.78톤, 영국이 13.93톤, 일본이 10.28톤, 한국이 6.81톤이다. NDC에 따른 2030년 1인당 순 배출량은 영국이 3.84톤, 미국이 11.08톤, 일본이 6.00톤, 중국이 4.1톤, 한국이 8.4톤이다. 영국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90년에는 상대적으로 많았으나, 2030년이 되면 매우 양호한 상태가 될 것이다. 한국의 배출량은 영국의 2.1배, 일본의 1.4배이며, 미국의 0.75배이다. 2030년을 기준으로 해서 이들 국가와 비교하여 볼 때에, 한국의 1인당 배출량 8.4톤은 지나치게 크지도 작지도 않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지금까지 탄소감축을 잘 하고 있나? 한국의 탄소감축원년인 2018년을 기준으로 살펴본다. 탄소감축원년~2018년 탄소배출 증감 여부를 1인당 배출량으로 보면, 영국, 미국, 일본은 지속적으로 감축했으나, 중국과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영국은 1990년 13.93톤에서 2018년 7.01톤으로, 미국은 2005년 25.01톤에서 2018년 20.4톤으로, 일본은 2013년 11.04톤에서 2018년 9.78톤으로 감축했다. 중국은 2010년 7.8톤에서 2018년 8.95톤으로, 한국은 2015년 13.57톤에서 2018년 14.09톤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2018년 시점의 탄소배출감축 이행율을 분석했다. 탄소감축원년~2030년의 NDC 총 감축량을 산출 평균하여 누적 반영한 2018년 목표 탄소발생량을 실제 총 탄소배출량과 비교하여 감축 이행율을 분석했다. 2018년 시점의 영국 NDC 이행율은 95%, 미국은 83%이다. 일본은 1인당 배출량 목표는 9.62톤이며, 실제 배출량은 9.78톤으로 98%의 이행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오히려 탄소배출량이 증가했다. 대학교 평점기준으로 볼 때, 영국과 일본은 A+, 미국은 B0, 중국과 한국은 D학점 이하다.

우리나라는 2015년 탄소감축원년 약속을 국제적으로 지키지 못했고, 2018년을 한국의 새 탄소감축원년으로 약속하고 있다. 2030년까지 남은 9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NDC 40%는 과중한 목표라는 것에 누구나 동의한다. 정부는 2019년, 2020년 총배출량은 아직은 잠정치로 발표하고 있지만, 다행히 2018년 배출량보다 적다고 한다. 2019년은 예년에 비해 낮은 여름 기온과 높은 겨울 기온 덕분에, 2020년은 코로나 덕분에 전력 사용량이 감소하여 탄소 배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쉽게도 탄소감축을 위한 이행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기온과 코로나라는 외부 요인에 의하여 감축되었다는 것이다.
2017년, 2018년 배출량은 2015년, 2016년에 비하여 증가한 바 있다. 2017년 총 탄소배출량은 2016년 대비 2.3%, 2018년 총 탄소배출량은 2017년 대비 2.5%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탄소배출추세에서 2.5%이상 감축해야 배출량의 증가 제로가 되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2030 NDC에 따른 매년 산술평균 감축률 4.44%를 감축해야 한다. 가야할 길은 먼데, 남은 시간은 짧다. 이 도전은 우리에게는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탄소배출이행률 평점 D 아니면 F인 국가 한국, 2018년 이후에는 전년도 대비 탄소배출 감축국이 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개인 일상에서부터 한걸음 한걸음 저탄소 라이프 실천으로 그리고 탄소발자국으로.


이영한 지속가능과학회장(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