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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사업 폐지...200만 고객·2500명 직원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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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사업 폐지...200만 고객·2500명 직원 어떻게 되나

한국시티은행 매각 불발…고비용 인력·사업 환경 악화 때문
금융당국 "단계적 폐지 과정 감독" vs 노조 "졸속 청산 반대"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데에 실패하고 결국 17년 만에 사업 폐지(청산) 절차를 밟는다. 사진=한국씨티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데에 실패하고 결국 17년 만에 사업 폐지(청산) 절차를 밟는다. 사진=한국씨티은행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데에 실패하고 결국 17년 만에 사업 폐지 절차를 밟는다. 씨티은행은 지난 22일 오후 열린 이사회를 통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이는 지난 4월 여·수신과 카드, 펀드, 방카슈랑스 등 소비자금융 사업 철수를 공식화한 지 6개월 만에 나온 결정이다.

◇한국시티은행 매각 불발…고비용 인력·사업 환경 악화 때문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4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 사업 출구전략을 발표했다. 이어 해당 사업 부문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 의향자가 나타나지 않아 부득이하게 전체 소비자금융 사업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씨티은행은 2004년 출범 이후 17년 만에 소비자금융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고비용 인력 구조와 전통적인 소비자금융 사업의 환경 악화가 매각 불발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국내 금융사 중에서도 실사까지 참여한 곳이 있었지만, 직원 고용 승계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씨티은행의 1인 평균 연봉은 상반기 보고서 기준 1억 2000만 원 수준으로, 4대 시중은행보다 약 3000만 원가량 높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고용 승계를 전제로 하는 소매금융 사업 부문의 전체 매각을 우선순위에 두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 결정은 당초 거론된 사업 철수 방안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겨졌다. 씨티은행과 거래해온 200만여 명의 개인소비자에게 서비스 이용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금융 부문 직원들의 희망퇴직, 재배치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조만간 예금, 대출, 신용카드 등에 대한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현 고객들에 대한 상품의 기존 서비스는 계약 만기·해지까지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씨티은행은 소비자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대출 만기가 다가온 고객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가계대출 규제 등에 따라 타행으로의 대환대출 등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직원들도 불안감이 크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에 따르면 소비자금융 부문 인력은 약 2500명이다. 사 측은 명예퇴직금 7억 원 규모의 희망퇴직안을 노조 측에 제시하면서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노조 측은 폐지 반대 논조를 유지하고 있어 협상이 타결될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 "단계적 폐지 과정 감독" vs 노조 "졸속 청산 반대"


당국은 단계적 폐지 과정을 철저히 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조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조치 명령 내용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폐지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와 거래질서 유지 등을 위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해 이행하고, 이를 금융감독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계획에는 기본 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 방안, 영업 채널 운영 계획, 개인 정보 유출과 금융사고 방지 계획, 내부 조직·인력·내부 통제 등도 담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앞서 HSBC의 소비자금융 폐지 사례를 보더라도 소비자금융을 완전히 청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HSBC의 경우 2013년 7월 소비자금융 폐지를 결정하고, 점포는 2014년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서울 지점 외에 모두 닫았지만, 아직 남아있는 고객을 위해 콜센터 등은 운영 중이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단계적 폐지 결정에 대해 졸속 청산이라고 비판하며 결사반대에 나섰다. 노조 측은 "씨티 뉴욕 본사의 경영실패에 따른 피해를 죄 없는 300만여 명의 씨티은행 고객과 2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떠안게 됐다"며 "금융위가 씨티은행의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상 폐업 인가 대상인지'를 논의한다는데 고객의 대출, 수신, 카드, 외환을 중단하는 것이 폐업이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또한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장에게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가 인가 대상인지' 물었지만, 위원장은 '검토 중'이라고만 답할 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금융위는 명확하게 폐업 인가 대상으로 결론 내려주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번 씨티은행 문제는 분명 폐업인데,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며 "이는 외압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증거"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용 승계가 안돼 못 판다는 것은 이해도 안 되고 믿을 수 없다"며 당국을 성토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