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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사회 경주마 '닉스고'의 우승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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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사회 경주마 '닉스고'의 우승 의미

김종국 건국대 산학겸임교수 (정책학 박사)

김종국 건국대 산학겸임교수 (정책학 박사)
김종국 건국대 산학겸임교수 (정책학 박사)


한국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Knicks Go)가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델마 경마장에서 열린 ‘브리더스컵 클래식(Breeders’ Cup Classic)’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줄곧 선두를 지킨 ‘와이어투와이어(wire to wire) 우승’이었다.
닉스고의 우승은 마사회가 자체개발해 특허를 획득한 유전체 기반 경주마 선발기술 ‘케이닉스(K-Nicks)’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쾌거이기도 하다.

마사회는 케이닉스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난 2017년 미국 킨랜드 경매장에서 닉스고를 발굴해 지금까지 구입가격 8만 7000달러(1억 원 상당)의 100배에 이르는 867만 3000달러(약 103억 원)를 상금으로 벌어들였다.

닉스고가 내년 1월 현역 마지막 대회로 준비하고 있는 총상금 300만 달러(약 35억 원)가 걸린 미국 페가수스 월드컵(Pegasus World Cup)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총 누적 상금 1600만 달러의 상금을 벌어들인 전설의 경주마 ‘건러너(Gun Runner)’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은 상금을 벌어들인 경주마로 기록에 오른다.

닉스고는 올해 1월 페가수스 월드컵에서 우승해 상금 174만 달러(약 19억 원)을 거머쥔 전력을 자랑한다.

상금뿐 아니라 닉스고는 내년 미국에서 씨수말로 데뷔하면 회당 종부료 2만 5000~3만 달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에 걸쳐 연간 150~180회 종부한다면 평생 종부료만 200억 원 가량 벌어들일 수 있는 셈이다.

나아가 한국에 들어와서 씨수말로 활동하면 그 자마(子馬)을 고가에 수출해 국내 말 농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닉스고의 쾌거는 금전상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1984년 출범한 브리더스컵은 켄터키더비처럼 역사가 깊진 않지만 높은 경주마 수준으로 미국 4대 그랜드슬램 대회의 하나로 불린다.

145년 역사의 켄터키더비가 일반 경마팬 사이에 인기가 높다면, 브리더스컵 특히 하이라이트인 브리더스컵 클래식은 그 해의 미국 최고의 ‘더러브렛(Thoroughbred:경주마 품종) 경주’로 간주된다.

출전권 자체를 획득하기 어려운 브리더스컵 클래식에 한국 경주마가 출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닉스고는 브리더스컵 더트마일 경주에서 우승했고, 올해 클래식에 처음 출전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북미 경마계에서 최고 인기 경주마로 부상한 닉스고는 최근 전미(全美) 더러브렛경마협회(NTRA)의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미국 경마계의 연말시상식 격인 ‘이클립스 어워드(Eclipse Award)’에서도 올해의 경주마에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유럽·호주 등에서 경마는 ‘고급 레저’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에서 마주가 된다는 것은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 최고의 명예로 여겨진다.

지난달 16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신을 기념해 에스콧 경마장에서 열린 ‘퀸엘리자베스2세 스테이크스’ 경마대회에 참석해 직접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수여했다.

이달 1일 호주 멜버른컵 대회 때 1만 명이 운집한 호주 빅토리아주 플레밍턴 경마장에서 남성들은 수트를, 여성들은 세련된 드레스와 모자를 입고 나와 서로 맵시를 뽐내며 거대 야외 패션쇼를 연상케 하는 축제를 벌였다.

번 브리더스컵 클래식에서 닉스고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메디나스피릿, 3위를 차지한 에센셜퀄리티는 각각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왕가의 글로벌 더러브렛 사업체 소속의 쟁쟁한 경주마이다.

전통 깊은 고급 레저로 자리잡은 북미 경마계에서 ‘경마 변방국’으로 여겨져 온 한국의 경주마가 2021년 올해의 최고 경주마로 우뚝 선다면, 이는 반도체 등 제조업이나 음악·드라마 등 대중문화에서 쌓아온 한류의 성과와는 또다른 의미를 가질 것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