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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웨이브 첫 기획 오리지널 시리즈 공개…콘텐츠 전략 '길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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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웨이브 첫 기획 오리지널 시리즈 공개…콘텐츠 전략 '길 정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최초 공개…날카로운 풍자·유머 담은 정치 시트콤
'유 레이즈 미 업' 이어 아이디어 돋보이는 코미디…거대자본 콘텐츠 속 생존전략

9일 오후 8시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1, 2화 시사회가 국내 영화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윤성호 감독, 김성령, 이채은, 이학주.이미지 확대보기
9일 오후 8시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1, 2화 시사회가 국내 영화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 회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윤성호 감독, 김성령, 이채은, 이학주.
웨이브 오리지널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청와대')'가 실체를 드러냈다.

12일 공개를 앞둔 '청와대'는 서비스에 앞서 9일 오후 영화 커뮤니티 '익스트림무비' 회원들을 대상으로 12부작 중 1, 2부의 시사회를 개최했다.
'청와대'는 올해 3월 웨이브에서 처음 제작에 들어간 정치 시트콤이다. '청와대'는 웨이브 시리즈 중 처음 제작에 들어갔지만, 편집 일정이 길어지면서 8월에 공개된 '유 레이즈 미 업'에게 첫 오리지널 시리즈 자리를 내주게 됐다. '유 레이즈 미 업'은 윤시윤과 하니가 주연한 8부작 드라마다.

연출을 맡은 윤성호 감독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출중한 여자', '대세는 백합' 등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드라마를 네이버TV와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공개했다. 이번에도 그는 OTT 플랫폼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게 됐다.

윤성호 감독이 연출한 '청와대'는 배우 김성령과 배해선, 허정도, 이채은 등 실력파 배우들과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백현진, 이학주, 강길우 등이 출연한다.

'청와대'는 대통령 정권 말기에 물의를 빚고 사퇴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후임으로 갑자기 장관에 임명된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전직 국회의원 이정은(김성령)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정치 시트콤'이라는 장르 특성을 고려해 희화화된 부분이 많지만, 정치권의 비화를 전면에 드러낸 점은 눈에 띈다. 특히 정권 말기 장관인사에 대한 부담이나 후보자 자격 검증이 아닌 여야 갈등으로 번지는 인사청문회를 표현한 장면은 씁쓸한 유머를 자아낸다.

또 체육계 성폭력에 대해 언급할 때는 진지함을 잃지 않는 태도도 보여준다. 이야기 초반이지만 체육계 성폭력에 대한 이 작품의 메시지는 강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대본 리딩 현장. 사진=웨이브이미지 확대보기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대본 리딩 현장. 사진=웨이브

'청와대'는 과장된 유머와 말맛으로 속도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하지만, 그 가운데 주인공이 문체부 장관이라는 점은 나름 치밀한 부분으로 꼽힌다. 대부분 정부부처의 경우 정치인이나 관련 분야 교수, 산하기관장이 장관으로 내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체부의 경우 정치와 무관한 전혀 예상밖의 인물이 장관으로 내정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인 도종환 의원은 시인 출신의 3선 국회의원이다.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은 배우이자 당시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였던 유인촌이었다.

이 밖에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영화감독 이창동과 배우 김명곤이 장관을 역임했으며(당시 문화관광부),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이어령 평론가가 장관으로 지내기도 했다.

'청와대'에서처럼 스포츠스타가 장관으로 취임한 경우는 없지만 스포츠스타 출신 국회의원이 있다면 드라마처럼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상상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윤성호 감독은 "처음에는 예능PD가 장관으로 취임하는 방향으로 했으나 시놉시스 과정에서 폐기했다"며 "대신 박세리나 김연아, 김연경 선수 같은 사람이 장관이 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비록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명칭이 등장하고 세종청사가 배경으로 잡히지만, 픽션으로써 거리감을 주면서 시청자가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배우들의 명연기다. 김성령과 배해선 같은 '믿고 보는 배우들' 외에 백현진, 이학주 등 최근 주목받는 배우들의 연기도 발군이다. 여기에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아는' 정승길, 허정도, 양현민 등 배우들도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윤성호 감독은 "회를 거듭할수록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캐릭터가 바뀌면서 여러 인물들이 조명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려진 인물들 외에 보수언론 기자나 홍보팀 직원, 야당 의원 등 여러 분야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보여줄 코미디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편 윤성호 감독은 웨이브와의 첫 작업에 대해 "의외로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놀랬다"라고 밝혔다. 윤 감독은 "지상파 3사가 투자해 만든 OTT인 만큼 방송국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줘서 편하게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방송국 제작 드라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독점 콘텐츠를 확보한 웨이브는 올해 초 오리지널 콘텐츠에 앞으로 4년간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넷플릭스와 애플TV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등이 거대 자본을 투자한 블록버스터 콘텐츠를 선보일 때 웨이브는 최근 공개한 두 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적은 자본으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앞으로 격해지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서 틈새시장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2일 웨이브를 통해 전편 공개된다. 이어 웨이브는 임시완, 고아성 주연의 드라마 '트레이서'를 올 연말이나 내년 초 공개할 예정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