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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의 교육단상] 대통령 후보의 교육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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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의 교육단상] 대통령 후보의 교육 공약

엄상현 전 중부대 총장
엄상현 전 중부대 총장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이 선출될 날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 동안 대한민국 사회 각 분야에 대한 발전과 개혁을 위한 온갖 종류의 공약들이 발표되고 논의될 것이다. 국민과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은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발표하는지 눈여겨 볼 것이다. 자신들의 평소의 희망이나 의견과 일치하는지를 판단하면서 누가 더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한 대통령감인지 평가할 것이다.

필자는 교육부문과 관련해서 어떤 공약도 하지 않겠다는 후보를 지지할 생각이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후보들이 어떤 구체적인 혁신적 교육정책도 공약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헌법에서 규정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지켜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정당의 경우 대통령 후보들이 이제 막 결정되어 아직 공약들이 완성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렇지만 각각의 후보 진영마다 교육공약을 만들겠다는 교육전문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 이들이 저마다 전문성을 가진 교육계 인사들인 것은 분명하겠지만 보통의 교육계 종사자들에 비하여 정치적 편향성이 한층 강한 사람들일 것이 또한 분명하다. 당연히 자신들이 평소에 주장하던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교육정책들을 공약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자신들이 속한 후보들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더욱 극단적인 정책 대안들로 만들어낼 것이다.

정당별 파당성과 정치적 편향성이 강한 대안일수록 더욱 선명하게 보이고 공약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자극적인 정책에 쏠리면서 교육의 본질적 문제는 덮일 것이다. 그동안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그랬듯이 이번 선거에서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렇게 공약이 만들어지면 당선된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법보다 더 엄중한 정치적 행정적 실천 과제가 된다. 그동안 대통령 선거를 위한 정치 공약에 의해 훼손된 교육의 본질이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도 지속될까 두렵다.

헌법은 비록 그 보장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지만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 보장과 동시에 규정하고 있다. 이 세 가지 원리가 동시에 헌법에 규정된 의미를 교육기본법이 잘 설명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은 교육의 중립성을 조금 구체적으로 해석해 준다.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 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대통령이 되어 헌법의 원리를 무시하고 법률을 어길 작정이 아니라면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으로 만들어진 교육 공약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대통령 후보나 대통령이 교육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교육도 국가사회 속에서 제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다. 누구보다도 대통령이 교육에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다만 그 관심은 정치적 파당적인 것이 아니라 교육적인 것이어야 한다. 교육기본법의 해석과 같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보장 필요성의 기초가 되는 교육 본래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이 정치적 파당적인 것이 아닌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그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되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 기능 회복을 위한 정치력을 동원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적 목적은 무엇보다도 아이들 각각의 긍정적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시켜주는 것이다. 긍정적 잠재력의 개발이란 건강한 성장의 다른 표현이다. 이 본질적 교육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부모로 인해 아이들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개천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고 금수저 아이들도 건강하게 성장해야 한다. 교육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선거 공약이 간절히 필요하다. 어떤 정치적 이슈보다도 교육의 본질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공약해 주기를 바란다.

교육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이슈를 피할 수 없을 때 보수적 의견과 진보적 의견을 동시에 검토할 것임을, 진보 교육전문가와 보수 교육전문가가 언제나 함께 참여할 것임을 공약해 주기 바란다. 대통령 후보들이 우리 아이들 모두의 건강한 성장을 위하여, 교육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겠다고 선언해 주기를 바란다.

엄상현 전 중부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