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출범 2년 맞은 오픈뱅킹, 흥행은 '성공' 혁신은 '실패'

공유
1

출범 2년 맞은 오픈뱅킹, 흥행은 '성공' 혁신은 '실패'

오픈뱅킹 출범에 무한경쟁 돌입한 금융사…혁신서비스 발판 기대 못미쳐
7월 기준 누적가입자 8976만 명, 등록계좌 1억6682만 좌 ··· 2년새 8~9배성장
자주 사용 서비스 1위 ‘잔액조회’, 2위 ‘출금이체’ 머물러
12월 시작 마이데이터와 연계시 금융 자산 종합 관리 가능할 듯

지난 2019년 12월 1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12월 18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출시 2주년을 앞둔 오픈뱅킹 서비스가 압도적 흥행에는 성공했다. 가입자 수와 등록 계좌 수의 폭발적 증가로 이른바 ‘국민 금융 서비스’에 등극한 것.

반면, 출시 전부터 기대 모은 '혁신' 서비스나 '고객 혜택' 면에선 '낙제점'을 받았다. 오픈뱅킹은 출시 2년이 지났어도 대표기능이 계좌조회나 송금 에 머물 쁀 ‘허울 뿐인 혁신’이란 평가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오픈 뱅킹 서비스의 누적 가입자 수는 8976만 명, 등록 계좌 수는 1억6682만 좌이다. 출시 직후인 2019년 12월 말 누적 가입자 수가 1062만 명, 계좌 수가 1996만 좌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2년새 8~9배 가량 성장한 것이다.

오픈 뱅킹이란 은행, 저축은행, 증권사, 핀테크 등의 앱 하나로 모든 본인 명의의 계좌를 조회하고 자금을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출시 초기부터 치열한 고객 선점 경쟁이 펼쳐졌으며, 금융사 간 무한 경쟁을 통해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오픈뱅킹 출범식에서 “오픈뱅킹은 금융사 간 벽을 허물고 경쟁적 협력을 유도할 것”이라며 “모든 금융권이 개방형 혁신에 참여하는 오픈 파이낸스가 궁극적인 금융의 미래 모습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허울 뿐인 혁신, “계좌조회, 송금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해”


막상 뚜꺼을 연 오픈뱅킹의 모습은 일반적인 기대와 달랐다. 특히,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은 '혁신 서비스' 부문에서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오픈뱅킹 이용규모 및 사용 기능 비중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결제원]이미지 확대보기
오픈뱅킹 이용규모 및 사용 기능 비중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결제원]

지난해 금융결제원 조사 결과, 오픈뱅킹 이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잔액조회(5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출금이체(28%)’, ‘거래내역 조회(10%)’, ‘계좌실명조회(3%)’, ‘입금이체(1%)’ 등이 뒤를 이었다.
다른 서비스나 기능을 살펴봐도 여러 은행의 소액 자금을 모아주는 기능이나 이를 활용한 적금 등 단순한 기능에 그칠 뿐, 기본적 은행업무 외의 서비스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오픈뱅킹의 범주 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이체, 조회 등에 한정됐다”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탑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결제원의 오픈뱅킹 '이용약관'을 살펴보면 오픈뱅킹의 제공업무 및 이용방식에 대해 출·입금의 ‘이체업무’와 잔액조회, 계좌실명조회, 수취조회 등이 포함된 ‘조회업무’ 두 가지만 규정하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없는 구조인 것.

한 시중은행 고객 A씨는 “주로 이용하던 은행이 한 곳 이다 보니 오픈뱅킹의 큰 장점은 못 느꼈다”며 “몇천원만 남은 다른 은행 계좌에서 쉽게 돈을 빼올 수 있어 편리하지만 그것 말고 특별하거나 별다른 기능이 없어 실망했다”고 평했다.

또한 오픈뱅킹 시행과 함께 이뤄진 건 당 수수료 인하로 은행의 전자금융 수수료 수익 역시 줄었다. 고객 이동이 보다 수월해진 만큼 '울며 겨자 먹기' 식 마케팅도 늘었다. 각 금융사들이 오픈뱅킹을 놓고 서로 눈치만 보는 이유다.

◆변수는 마이데이터, 업권 간 벽 허무는 ‘혁신’ 기대 모아


금융권이 기대를 거는 요소는 오는 12월부터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다. 현재 마이데이터 본인가를 받은 업체는 총 45곳으로, 은행권에서는 5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3곳,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등이 본인가를 통과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사, 핀테크 기업 등에 흩어진 모든 개인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서비스다. 단순히 계좌 잔고 조회나 송금 등에 그쳤던 오픈뱅킹과는 달리 대출 잔액, 카드 이용액, 주식거래 내역, 보험료 납입 등 고객의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를 '오픈뱅킹과 연계'하면 모든 금융 자산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하나의 앱을 통해 흩어진 내 자산을 관리하고, 사업자는 고객의 성향이나 소비패턴 등의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초(超)개인화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대출 중인 상품을 분석해 더 낮은 금리의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가입 중인 보험을 고객에게 맞게 '맞춤형'으로 재 설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 등이 비금융 데이터를 통해 적정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며, 금융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이 '자금을 주고 받는 개념'이라면 마이데이터는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를 활용할 여지'를 주는 것”이라며 “은행 업무 범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 지주 차원에서 비은행 역량을 비약적으로 향상 시켰지만, 업권 간 장벽에 막혀 시너지를 내기 어려웠다”며 “마이데이터가 도입되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의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생활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