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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에 얼어붙은 '전세'시장…'월세'로 내몰리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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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에 얼어붙은 '전세'시장…'월세'로 내몰리는 청년들

전세대출 60%가 실수요자인 청년층 집중
전세대출, 총량규제 제외라지만 금리와 심사기준 강화돼
집값폭등에 내집마련 포기, 전세값 폭등에 좁은 집 이사, 전세 규제에 월셋방 전전
대출규제 멈춰달라는 청원까지 등장

서울 전세 거래건수 추이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서울 전세 거래건수 추이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가 청년들을 월세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규제로 인한 ‘대출절벽’이 전세 거래를 크게 위축시키며 투기수요가 아닌 실수요 청년층 까지 저격한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분할상환제 등은 오히려 청년층의 이자부담을 늘리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규제를 멈춰 달라는 청원이 등장할 정도로 대출규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7615건으로 전년 대비 30.07%(3275건) 줄었다. 단독·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의 전세 거래 건수도 각각 4160건, 4719건으로 같은 기간 20%, 25.25% 씩 줄었다.
이런 급격한 감소세는 지난 9월부터 발생했다. 아파트 전세 거래의 경우 등락은 있지만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9000~1만 건 사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9월 들어 6887건으로 급감했다. 다세대·다가구주택 등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한 전세거래지수에서도 전세거래 감소가 드러난다. 전세거래지수는 현장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전세거래의 활성화 정도를 평가한 지표다. 이달 1일 전국 전세거래지수는 9.7로 전주 대비 0.3%포인트 하락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8일에는 8.5로 1일 대비 1.2%포인트나 급락한 상태다. 해당 지수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건 지난 2018년 말(7.8) 이후 2년 여 만이다. 올해 초 전세거래지수는 20%대에 머물고 있었다.

금융권에선 전세 거래 감소의 원인으로 가계 대출 규제로 인한 대출 절벽을 꼽았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총량규제 등으로 은행대출금리가 인상되며 이자부담이 상승한 탓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올해 초 연 2%에서 지난달 말 4% 중반 대 까지 상승했다.

특히 전세대출은 보증금 인상분에 대해서만 전세대출이 가능한 점 등 제약도 많다. 최근 도입 중인 분할상환제 역시 차주 이자 부담을 늘리며 전세 대출 문턱 높이기에 일조하고 있다.

◆‘전세난’에 살 곳 잃은 청년층…‘독’이 된 대출규제


문제는 전세대출의 60%가 실수요자라 할 수 있는 청년층에 집중됐다는 것. 지난달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6월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48조5732억 원으로 2017년 6월말 대비 181.2%(95조7543억 원) 폭증했다.
청년층의 전세대출잔액은 기록적인 부동산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2017년 6월 29조1738억 원에서 올해 6월 88조234억 원으로 3배 가량 급증했다. 이 중 20대 전세대출잔액은 24조3886억 원으로 전체 16.4%를, 30대는 63조6348억 원으로 42.8%를 차지했다. 청년층이 전체 전세대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한 것이다.

청년층의 전세대출은 상대적으로 투기 등 가수요가 껴있는 중장년층과 달리 대부분 '실수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때문에 최근 대출총량규제로 전세대출이 중단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전세대출을 총량제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줄이고자 이미 대출심사기준을 높였으며,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손질해 대출 금리도 올렸다. 이는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청년층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소득 하위 30%인 청년 층 저소득 차주 비중은 24.1%로 다른 연령층 14.4% 대비 2배에 육박한다. 또한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청년층 취약차주의 비중도 6.8%로 다른 연령층 평균(6.1%)보다 높다. 대출문턱을 넘기도 힘들 뿐더러, 넘어도 가산금리 등으로 대출받기 벅찬 이가 많다는 것이다.

◆규제가 만든 난민…월세로 쫒기는 청년들


대출규제로 인한 ‘전세난’은 청년층을 월세로 내몰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전세수급지수는 112.6으로 전월 대비 2.7포인트 하락한 반면, 월세수급지수는 109.6으로 같은 기간 2.1포인트 상승했다.

10월 기준 전세 및 월세 수급동향 [자료=한국부동산원]이미지 확대보기
10월 기준 전세 및 월세 수급동향 [자료=한국부동산원]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우위임을 의미한다. 전세의 수요가 감소한 만큼 월세의 수요가 늘어난 것.

때문에 대출규제로 전세대출이 제한된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으며, 대출규제를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라는 글의 청원인은 자신을 7세 아이를 둔 삼십대 엄마라고 소개하며, 최근 폭등한 전세값에 집주인이 실거주 명목으로 재계약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이미지 확대보기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해당 청원인은 “집값폭등으로 ‘내집마련’과 멀어졌고, 전세값 폭등으로 좁은 집과 가까워졌다”며 “금리 폭등으로 아이 학원 하나 덜 보내게 됐는데, 이젠 전세 규제로 월셋방에 살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제도 금융권의 전세 대출이 막히면 목돈이 없는 청년층은 월세 등으로 주거 이동이 불가피해진다”며 “정부 규제 흐름이 이어지는 이상 전반적으로 청년들의 월세화는 가속화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