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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시아 순방 나선 美 무역대표부 대표가 ‘중국’ 건너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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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시아 순방 나선 美 무역대표부 대표가 ‘중국’ 건너뛴 이유

캐서린 타이 미 USTR 대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캐서린 타이 미 USTR 대표.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 만에 미국 통상당국의 수장이 아시아 순방에 나서면서 아시아 경제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철강관세와 글로벌 공급망 경색 문제 등 산적한 통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1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일본, 한국, 인도를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아시아 순회 일정을 진행 중이다.

타이 대표는 이미 일본 도쿄를 방문해 회담을 가진데 이어 18일에는 서울, 22일에는 인도 뉴델리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특히 USTR 대표의 내한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한 협의를 위해 지난 2011년 방문한 이후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더 이목을 끄는 대목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온라인 정상회담을 가졌음에도 타이 대표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 중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타이 대표의 아시아 순방은 아시아 주요 경제강국들과 통상 현안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지만 아시아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측면도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 통상 외교 본격화


WSJ는 타이 대표의 아시아 순방은 출범한지 10개월 된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국내 문제에 매달렸던 국면에서 벗어나 미국의 주요 우방국 및 교역국들을 상대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남겨놓은 보호무역주의의 유산을 정비하고 새로운 통상 관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타이 대표는 지난달 말 유럽연합(EU)을 방문해 EU와 전 행정부에서 무역 마찰을 빚어온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마무리한 자신감을 토대로 아시아 순방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유럽산 철강 수출품에 부과했던 관세를 철회하는데 합의해주고 EU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을 올리지 않기로 함으로써 EU와 통상 분쟁을 원만히 마무리하는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악화됐던 EU 우방국들과 관계를 회복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최고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로 한미 FTA 협상 당시 USTR 부대표로 미국 수석대표를 맡은 바 있는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은 WSJ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내 현안에 집중했던 바이든 행정부가 EU와 통상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한데 이어 아시아와 통상 현안을 논의하는데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커틀러 부소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말로만 언급했던 것을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행보”라며 이같이 밝혔다.

◇FTA와 RCEP와 CPTPP


특히 타이 대표의 아시아 순방은 중국의 주도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15개국이 서명을 마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내년 1월 발효되는 것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중국이 RCEP를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권 패권을 확대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현안이라는 것. 타이 대표의 이번 순방국 가운데 인도는 RCEP에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미 가입한 상황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종래의 FTA 체제 속에 RCEP까지 출범하면서 통상 전선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의 핵심 우방국 겸 교역국들이 RCEP 출범을 계기로 중국의 경제패권 아래 놓이는 것을 견제해야할 필요가 새롭게 부각됐다는 뜻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의 경제 패권 확대 저지를 위해 추진했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도 바이든 행정부의 대아시아 통상 전략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CPTPP는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 경제 협력체를 지향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지난 2017년 말 탈퇴하자 지난 2018년 12월 일본을 중심으로 호주, 캐나다, 멕시코 등 11개국이 발효시킨 무역협정. 중국과 한국은 아직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CPTPP 자체가 미국이 중국의 경제적 고립을 위해 추진했던 TPP의 후신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을 뺐지만 아시아 동맹국들과 공조를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CPTPP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그동안 가입에 미온적이었던 중국이 지난 9월 전격 가입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동안 CPTPP 가입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가입 여부를 곧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어서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타이 대표 아시아 순방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은 행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