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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이전 리스크에 시달리는 국민연금 ··· 만성적 인력난에 ‘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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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이전 리스크에 시달리는 국민연금 ··· 만성적 인력난에 ‘골치’

2017년 전북전주로 본부 이전 후 140여 명 이탈…현 직원 절반 수준
윤석명 한국연금협회장, 경험 없고 무능한 펀드매니저때문에 투자 수익 지속적 타격

#국민연금 펀드운용사에 근무 중인 이씨는 서울 자택과 200킬로미터 떨어진 전주 사무실을 오가는 통근 생활에 지쳐 퇴직을 결심했다. 당초 이씨는 4년 동안 평일에는 전주시의 작은 원룸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는 서울로 올라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이런 생활이 이어지자 이씨는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해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 마저 들기 시작했다. 특히 이씨는 자신 혼자 전주에 머물면서 삶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퇴직 후 서울로 올라가기로 결심했다.

2016년 11월 4일 대한민국 서울 지점에 있는 국민연금(NPS) 로고 [사진=로이터 통신]이미지 확대보기
2016년 11월 4일 대한민국 서울 지점에 있는 국민연금(NPS) 로고 [사진=로이터 통신]

전북 전주로 본사를 이전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7년 서울 강남에서 전북 전주로 본부를 이전한 후 140여 명의 자산 운용가가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국민연금의 투자 계열사 직원 320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국민연금은 국내 총생산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자산을 보유했으며, 민간 부문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위한 연금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되고 있다. 연금 자금 운용의 스킬과 이를 운용하는 인력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지난 5년 간 편제 상 직책 중 43%가 공석으로 심각한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측은 본사의 지방 이전에 따른 문제점에서 기인함을 인정했다. 아울러 펀드 투자 확대로 이를 운용할 인력 수급 부분의 중요성도 인정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전주로 이전하기 전과 비교하면 현재 많이 안정화 됐다”며 “최근 대규모 채용으로 상대적인 공실률 상승에 따른 인력 문제로 이것이 다시 부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 투자가 확대되면서 해외에서 일할 기회도 늘고 있다. 근무 여건 개선을 통해서 인재가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 노력도 계속 하고 있다. 인재육성 프로그램 역시 충실히 갖췄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민연금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 9월 채용공고에 '1년 의무 경력 요건'을 처음으로 없애고, '국내 주식형 펀드매니저에게 해외 근무 기회를 제공한다'고 공고했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연간 투자수익률은 9.7%로 2020 회계연도 기준 일본공적연금(GPIF, 25.15%), 캐나다의 연금계획투자위원회(CPPIB, 20.4%)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국민연금은 2019년 34%였던 해외투자 배분을 2024년까지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은 뉴욕, 런던, 싱가포르에 30명의 직원을 고용했으며 이는 캐나다 CPPIB의 351명, 노르웨이은행투자운영회(NBIM)의 252명보다 훨씬 적다. 이에 투자업권에서는 국민연금의 인력난이 아직 펀드 성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향후 큰 타격도 예상한다. 2015년 국민연금의 선임 펀드매니저에서 물러난 홍춘욱씨는 “내가 매니저로 있을 때 8~10명 정도의 지원자가 1명의 펀드매니저 자리를 놓고 경쟁했는데, 그때보다 펀드매니저의 급여 수준이 더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연금협회장은 “한국에서는 수도 서울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크다. 무엇보다 가정, 학교, 생활 습관 등에서 변화를 꺼리기 때문이다" 며 “하지만 국민연금에 가해지는 정치적 압박이 이 같은 상황을 무시했다. 결국 경험 없고 무능한 펀드매니저를 보유해 결국 투자 수익면에서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