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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젊은 롯데' 위해 무슨 '혁신' 꾀했나...롯데그룹 정기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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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젊은 롯데' 위해 무슨 '혁신' 꾀했나...롯데그룹 정기인사

김상현·안세진 등 외부 인재 파격 영입 '혁신'
기존 BU 체제, 5년 만 역사 속…HQ 시대 도래


신동빈 롯데 회장이 2022년 정기 인사에서 외부 전문가 영입과 HQ체제 도입으로 변화를 의지를 다졌다. 사진=롯데이미지 확대보기
신동빈 롯데 회장이 2022년 정기 인사에서 외부 전문가 영입과 HQ체제 도입으로 변화를 의지를 다졌다. 사진=롯데


신동빈 롯데그룹(이하 롯데) 회장이 실적 부진에 빠진 그룹을 되살리기 위해 안정이 아닌 변화를 택했다.

이번 인사에서 롯데는 성과주의에 입각해 유통‧호텔 등 그룹 ‘간판’ 사업 수장에 외부 글로벌 유통 전문가와 신사업 전문가를 영입했다. 또 기존 BU(비즈니스 유닛) 체제를 5년 만에 폐지하는 등 그룹 경영 체계를 완전히 바꿨다.

여기에는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초핵심 인재 확보’ ‘개방성과 변화 가능성을 갖춘 조직’ 등 새로운 롯데를 위한 신동빈 회장의 큰 그림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롯데는 25일 롯데지주 포함 38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 롯데쇼핑 CEO에 '非롯데맨' 김상현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가 롯데의 신임 유통군 총괄 대표에 올랐다. 사진=롯데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가 롯데의 신임 유통군 총괄 대표에 올랐다. 사진=롯데


롯데는 먼저 자사 출신만 기용하던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롯데쇼핑을 이끌어온 강희태 부회장이 퇴진하고 외부 출신 김상현 전 홈플러스 부회장이 신임 총괄 대표로 선임됐다. 김 총괄 대표는 1986년 미국 P&G로 입사해 한국 P&G 대표, 동남아시아 총괄 사장, 미국P&G 신규사업 부사장을 거쳤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를 역임했다.

롯데가 유통 부문 총괄 대표(부회장)를 외부 인사로 영입한 것은 1967년 한국 사업을 시작한 이후 54년 만에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황범석 대표가 물러나고 신세계 출신의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내정됐다. 롯데컬처웍스 대표에는 최병환 CGV 전 대표가 부사장 직급으로 영입됐다.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는 신임 호텔군 총괄 대표로 선임됐다. 사진=롯데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는 신임 호텔군 총괄 대표로 선임됐다. 사진=롯데


또 호텔 BU를 이끌었던 이봉철 사장이 물러나고,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가 호텔 사업군 총괄 대표로 낙점됐다. 안 총괄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커니 출신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LG그룹과 LS그룹에서 신사업,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김교현 화학 BU장은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고 이영구 식품 BU장이 식품군 총괄대표를 담당한다. 이 총괄대표는 롯데제과 대표이사도 겸직한다.

이번 정기 인사에 앞서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7월 열린 하반기 사장단 회의(VCM)에서 “새로운 미래는 과거의 연장선에 있지 않다”면서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핵심 인재 확보에 우리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BU 시대 가고 HQ 시대 온다


조직개편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비즈니스 유닛(BU·Business Unit) 체제 대신 헤드쿼터(HQ·HeadQuarter) 체제를 도입한다는 점이다.

롯데는 지난 2017년 3월 BU 체제를 선보였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BU를 조직해 각 BU장이 해당 사업군의 경영을 총괄하도록 했다. BU는 계열사들의 현안과 실적 관리, 공동 전략 수립 등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에 주력해 왔다.

롯데 관계자는 “약 5년간의 BU 체제를 유지하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더욱 더 빠른 변화 관리와 실행, 미래 관점에서의 혁신 가속화를 위해 이번 조직개편을 추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HQ는 기존 BU 대비 실행력이 강화된 조직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사업군과 계열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사업군의 통합 시너지를 도모한다. 구매, IT, 법무 등을 묶어 HQ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롯데 측은 덧붙였다.

또 롯데는 출자구조와 업의 공통성 등을 고려해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털)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했다.

이 중 식품, 쇼핑, 호텔, 화학 사업군은 HQ 조직을 갖추고, 1인 총괄 대표 주도로 면밀한 경영관리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IT, 데이터, 물류 등 그룹의 미래성장을 뒷받침할 회사들은 별도로 둬 전략적으로 육성한다.

이외에도 롯데는 지주사와 HQ·계열사 간 소통 강화를 위해 롯데지주 ESG 경영혁신실 산하 사업지원팀을 신설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더욱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조직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또 계열사 책임경영이 이뤄지면서 그룹의 ESG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jizz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