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英, 연말특수 앞두고 '주유대란' 이어 '주류대란' 위기

공유
0

[초점] 英, 연말특수 앞두고 '주유대란' 이어 '주류대란' 위기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유럽연합이 영국에 대한 여행금지령을 내린 뒤 영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도버해협 지하터널로 연결되는 영국 남동부 켄트 구간의 고속도로에 화물 트럭들이 멈춰 서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유럽연합이 영국에 대한 여행금지령을 내린 뒤 영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도버해협 지하터널로 연결되는 영국 남동부 켄트 구간의 고속도로에 화물 트럭들이 멈춰 서있다. 사진=로이터
영국은 일주일에 한번 음주하는 성인이 전체 인구의 54%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술을 즐기는 나라다.

그러나 25일(이하 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올 연말에는 영국인이 술 사먹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유소에 기름을 나르는 트럭을 운전할 기사가 모자라 주유소 대란이 벌어진데 그치지 않고 주류를 운반할 트럭 운전기사도 심각한 수준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시행되면서 물류산업에서 종사하던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빠져나갔지만 영국 내에서 화물차 기사를 충원하는 것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비롯된 물류대란의 여파다.

英 와인·주류조합, “화물차 기사 부족사태 긴급대책 마련” 호소


BBC에 따르면 주류업계 이익단체인 영국 와인·주류조합(WTSA)은 최근 그랜트 샙스 교통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화물차 기사가 크게 부족해 물류에 심각한 구멍이 뚫리면서 영국에서 유통되는 주류가 성탄절 시즌을 앞두고 재고가 바닥날 위기에 봉착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WTSA는 세계 최대 코냑 제조업체 모엣 헤네시와 세계적인 샴페인 브랜드 로랑 페리어를 비롯해 영국의 주류업체 48곳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WTSA는 서한에서 “물류가 파행을 겪으면서 주류업계는 긴박한 상황에 몰려 있다”면서 “정부에서 화물차 기사 부족 사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긴급히 마련해주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주류를 제대로 시중에 유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마일스 빌 WTSA 최고경영자(CEO)는 서한에서 “화물차 기사가 부족해 이미 유통현장에 대한 주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주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WTSA는 특히 대형 화물트럭 운전기사의 부족 사태가 심각하다면서 대형 화물차 면허에 관한 발급 절차를 완화해 물류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화물차 기사를 긴급히 늘리는 특단의 단기 조치를 정부가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WTSA는 아울러 물류대란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화물차 기사가 영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임시 단기비자를 현재 발급해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내년 2월말로 임시 비자 프로그램이 만료되므로 이를 1년간 더 연장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CNN은 지난 2019년 영국 의회에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54%가 일주일에 최소 한차례 음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만큼 영국은 음주 소비가 강한 시장이어서 물류대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주류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정부 긴급대책에도 근본 문제 해결 안돼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성탄절 시즌을 앞두고 주류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대책 마련에 신속히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이날 낸 성명에서 “주류 물류의 차질을 비롯해 전반적인 공급망 경색으로 빚어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속히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9월부터 주유 트럭 기사 부족으로 주유소 대란이 일어나자 군용 유조차까지 투입하는 긴급 대책을 내놓은 바 있고 브렉시트 시행으로 외국인 화물차 기사들이 대거 빠져나간 문제에 대해서는 3개월짜리 임시 단기비자를 도입해 5000명 가량을 긴급 공수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 문제가 주유소와 주류업체에 그치지 않고 영국내 전역의 물류현장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데 있다.

영국 유수의 물류기업으로 현재 5000명의 화물차 기사를 쓰고 있는 윈캔톤의 제임스 로스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대형 트럭기사에 대한 인건비가 지난해보다 무려 40%나 급등할 정도로 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화물차 기사 부족으로 인한 물류대란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영국 물류현장에 부족한 화물차 기사가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마트 선반이 비워지는 사태는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