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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김민경 안무의 'I(아이)'…가상현실의 규범적 예시의 현대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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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김민경 안무의 'I(아이)'…가상현실의 규범적 예시의 현대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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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안무의 'I(아이)'
홍대포스트극장에서 지난 11월 17일 막을 내린 ‘전통과 창작의 만남Ⅱ’에 초청된 ‘김순정발레단 4인안무가전’에 선보인 김민경 안무의 『I(아이)』는 나를 찾아가는 작업을 현대적 명제에 싣는다. 안무가는 가상현실의 실체를 경쾌한 선율과 조화하면서 문명 진화적 현실에 대한 물음을 공유한다. 메타버스, 현실보다 더 실감 나는 가상현실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증시키는 영상 작업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상상을 가변의 세상으로 이끌면서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것은 다른 한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깊은 사유에서 추출한 발레 적 응답은 예술의 신생아인 영상과 함께하면서 동질감을 이어간다. 가상현실이 이전의 세상을 이어 가는 낯선 풍경은 미래를 차압한다. 탄력감을 느끼게 하는 음악이 영상과 어울리면서 새로운 춤으로 진화하는 모습이 예시되고, 가상의 여인(발레리나)이 현실처럼 등장하고 현대발레의 일상적 모습으로의 진입을 가속 시키는 상황이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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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안무의 'I(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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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안무의 'I(아이)'


가상의 세계를 강조하듯 풍선 재질 같은 무대의 소파 두 개가 웃음을 유발하는 가운데 보랏빛 조명을 타고 두 사내가 춤을 춘다. 소파 앞은 현실 세계, 소파의 뒤는 가상세계로 설정된다. 남성 무용수 두 사람은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을 상징하고 여성 무용수는 메타버스 속에만 존재하는 가상 인물이다. 나는 또 다른 나와 하나가 될 수 있으며, 수의 개념이 혼동된다. 여러 개의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연출된 춤과 다양한 편집 영상이 함께한다.

『I(아이)』는 두 명의 남자무용수가 메타버스 속으로 접속하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현실의 나와 가상의 나가 얽힌다. 메타버스에서 현대인들은 현실 세계의 ‘나’를 대신하는 복제 아바타들을 통해 유쾌한 세컨드 라이프를 즐긴다. 가상현실에서 ‘나’는 게임의 한 병졸처럼 놀이의 도구이며, 현실의 깊은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현대인은 여러 개의 ‘나’를 가지고 살아가며 상황에 맞게 ‘나’를 꺼내 쓴다. 이전처럼 규범과 질서를 따지지 않으며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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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안무의 'I(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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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은 온라인상에서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즐기고 있는 여러 상황을 보여준다. 안무가는 가상세계의 ‘나’와 현실의 ‘나’ 가운데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를 탐색한다. 메타버스 세계의 네 장(場)은 1. 누구와도 왈츠를 추거나 적이 될 수도 있는 세계에서 만난 여인 2.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아바타들과 현실의 우리와의 대비 3. 다채로운 아바타의 세계 4. 혼란스러워하는 여인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현대인. 서로 만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을 표현한다.

춤의 존재적 혼재가 가상현실을 다루는 작품답다. 보조적 댄스필름에 주류적 무용수의 춤이 서로 강약을 오간다. 포스트극장의 벽은 스크린이 되고 인물 영상과 보랏빛 사내가 하나가 된다. 영상의 손이 클로즈업되며 발레리나 독무가 현실처럼 인식되도록 무대에서 실제 춤이 이루어진다. 영상 속 여인의 모습과 현실의 독무는 버스트 샷과 오버랩을 스치면서 남성 무용수 둘과 발레리나 하나의 춤으로 현실 깊숙이 뿌리내린 가상현실의 실체를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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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아이)』는 주제에 접근하는 안무가의 현대적 감각과 세심한 장치가 두드러지게 노출된다. 가상현실을 즐기는 두 남성이 쓴 특수안경, 현실 같지 않은 두 사내의 표정, 빨강과 보라로 대별되는 두 사내의 의상과 연기적 춤이 흥미롭다. 가상과 현실이 어울리는 세 사람을 주시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다양한 모습의 버스트 샷의 합성 외에도 영상은 합성된 인물, 사내의 뒷모습, 발레리나 솔로, 발레리나 듀엣, 꽃처럼 벌린 손의 ‘클로즈업’과 무릎 샷을 담아낸다.

김민경 안무의 『I(아이)』, 메타버스 속에서는 나를 가린 채 어떤 것도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메타버스 속에서만 존재하는 여인은 그 안에서 진짜 ‘나’는 누구인지 혼란스러워한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동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 세계로 돌아오자 그 여인은 사라져 버린다. 현대발레의 영토가 확장되어가는 현실에서 발레는 현대무용의 숲을 더 풍성하게 한다. 『I(아이)』를 통한 순수발레의 응용적 실험이 발레의 새로운 활력의 한 부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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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