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막 내린 ‘초저금리 시대’…금리 인상이 끼칠 파장은

공유
0

막 내린 ‘초저금리 시대’…금리 인상이 끼칠 파장은

차주는 ‘직격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1.03%p 상승
위축된 부동산 시장, “단기간에 그칠 것. 하락세 없다”
증시 영향은 제한적, 추가 인상과 미국 금리 상승 압력 관건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및 테이퍼링 가속화 전망 속 ‘오미크론’이 변수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지난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 째 지속된 기준금리 0%대의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목된 대출 증가세와 집값 상승률은 둔화됐다. 하지만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차주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차주는 ‘직격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1.03%p 상승


금융권은 이번 기준금리 상승에 가장 큰 영향 받는 대상으로 대출 차주를 주목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두 차례(8·11월)의 기준금리 인상에 가계 대출 금리가 1.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17조5000억 원 늘어난다. 이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1174만 가구)당 금액으로 환산시, 가구 당 증가하는 이자부담액은 연 149만1000원이다. 또한 이자부담에 따른 가계대출연체액 증가액도 3조2000억 원에 달한다. 추광호 한경연 정책실장은 “저소득층은 금리 인상에 대한 방어력이 취약하다”며 “짧은 기간 중 기준금리를 연속 인상 시 연체율 증가 등 부작용만 야기시킨다”고 꼬집었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하면, 고부채 국면에서는 평상시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두 배 정도 하락한다”며 “코로나19 위기에서 경제 주체 별로 불균등한 충격을 받아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축된 부동산 시장, “단기간에 그칠 것. 하락세 없다”


부동산 시장 역시 기준금리 상승 영향으로 위축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 서울 주택 매매 가격 전망 지수는 94.1로 전월 대비 18.9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지수가 100을 하회 하면 3개월 내 집값 하락이 유력하다는 뜻이다. 매매 가격 상승세도 둔화됐다. 11월 서울 주택 매매 가격 상승률은 0.73%로 전월(1.1%) 대비 상승폭이 0.37%포인트 축소됐다. 다만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같은 매수세 위축이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집값 상승세가 축소돼도 하락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5년 간 가장 높은 1.75% 기준금리를 적용해도, 실수요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한정적이다”며 “금리가 올라가도 매월 부담하는 이자에 적용되는 금리는 가계나 개인이 감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시점에선, 금리보다 대출 한도가 관건이다”며 “다만 집값을 안정 시키겠다는 목적으로 대출금리를 너무 현저히 올리는 것은 사회의 다른 경제 활동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증시 영향은 제한적, 추가 인상과 미국 금리 상승 압력 관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코스피가 전일 대비 14.02포인트(0.47%) 하락한 2980.27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10시 기준 2977.72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이내 회복세를 보였다. 통상 금리 인상은 유동성을 축소 시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가 인상됐어도 증시가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충분히 인지해 시중 금리에 선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급이 증가한 데다가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며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을 막는 등 오히려 ‘호재’라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중 금리는 2회(8월, 11월) 금리 인상을 선반영 했다” 며 “단기적으로 미국 장기 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주식시장 할인율 상승 부담이 우려 요인이 될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및 테이퍼링 가속화 전망 속 ‘오미크론’이 변수로 떠올라


미 연준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이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융권은 이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테이퍼링 가속화를 발표하고, 내년 기준금리 인상도 3차례로 늘리는 등 정책 금리의 정상화를 앞당길 것으로 본다. 이는 예상치 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자산 매입 속도 조절과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단행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각종 경제 지표가 개선되는 것도 조기 금리 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가별로 선제적 국경 폐쇄 및 거리 두기 정책을 시행하면 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수 있는 반면 경기 정상화에 따른 조기 테이퍼링 종료 및 조기 금리 인상 우려는 완화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새로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뉴욕 3대 지수는 모두 2%대 하락세를 보이며 마감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2.53%나 하락했다. 이는 오미크론 코로나19 변이 때문에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도 코로나 19위기 속에 OECD국가 중 가장 먼저 금리인상에 나서 시중 과잉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데 성공한 한국은행이지만 향후 '오미크론'이라는 코로나19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이 변수에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직까지 오미크론이 글로벌 증시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고 있다. 하지만 향후 통화 정책을 유턴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미국에 동조한 통화 정책으로 미국 기준금리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8월 들어 갑자기 금리 정책을 변경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을 당황시켰다. 급기야 11월에도 금리 인상을 추가로 단행해 기준금리 연 1%대를 맞았다. 이 와중에 한국은행은 제로 금리 시대를 벗어났다고 자화자찬까지 했다. 하지만 몇 일 지나지 않아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글로벌 증시와 시장 상황은 불투명해졌다. 한국은행 입장에선 다시금 금리 인하로 통화 정책을 유턴 해야 할 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며 주름살만 늘리고 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