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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대통령' 파월 美 연준의장, '매'의 발톱을 드러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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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대통령' 파월 美 연준의장, '매'의 발톱을 드러냈나

美 상원 금융위 청문회에서 테이퍼링 조기 종료 시사로 변신 모습 보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세계의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68)이 숨겨온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지난 3년 동안 통화 완화 정책을 지지하는 ‘비둘기파’에 속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30일(현지시간) 열린 미 상원 금융위 청문회에 출석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조기 테이퍼링 종료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매파’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배런스 등 미국 언론이 평가했다. 경제 전문지 배런스는 “파월이 달라졌다”라고 했고, 블룸버그는 “지난 3년간 보지 못했던 파월이 나타났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22일 그를 내년 2월에 시작하는 의장으로 지명한 뒤 처음으로 의회 증언대에 섰다.

파월 의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의 자산 매입 축소 조치인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애초 예고했던 내년 중반에서 수개월 앞당길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의 변신에 월가는 충격에 빠졌다. 다우존스 지수 등 월가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폭락했고, 단기 금리가 급등했다. 파월 의장이 단순히 매파의 태도를 보인데 그치지 않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초저금리 정책과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통화 완화 정책의 종료를 예고했다는 게 월가의 진단이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해왔으나 이제 ‘일시적’이라는 말을 더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곧 그가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테이퍼링 종료와 함께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고 배런스가 지적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내년 6월에 종료하면 내년 하반기에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제 테이퍼링이 내년 3월 또는 그 이전에 끝나고, 내년 5월 중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위축과 인플레이션 대응 중에서 어느 쪽에 포커스를 둘지 저울질해왔다. 그는 최근까지 경기 부양을 지원하는 통화 정책에 중점을 뒀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8년 2월 취임한 뒤 줄곧 인플레이션보다 고용 증대를 강조해왔다. 실제로 그가 재임하는 동안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았었다. 월가는 고용 증대와 경기 활성화를 위한 파월 의장의 통화 정책 기조에 줄곧 환호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5%를 상회하는 등 고공 행진을 계속하자 인플레이션 대응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연준의 목표치를 크게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 시장이 안정된 회복세를 보이면 서둘러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렇지만, 파월 의장이 진정한 매파로 변신할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블룸버그가 강조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종료한 뒤에도 여전히 미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파월 의장이 아직 금리 인상 시점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고 이 통신이 전했다. 배런스도 “파월 의장의 태도 변화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게임 체인저는 아니며 연준은 여전히 사태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재무부 차관을 지냈고,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를 연준 이사로 지명했다. 그는 프린스턴대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2018년 상원 인준 당시에 30년 만에 경제학 박사 학위 없는 연준 의장이 됐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