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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산업계, '위드 코로나' 시대 인력난 해소 위해 외국인에 문호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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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산업계, '위드 코로나' 시대 인력난 해소 위해 외국인에 문호 활짝

美 이민서비국의 행정 절차 지연으로 취업 및 영주권 대기자 쌓여가


미국 정부와 산업계가 '위드 코로나' 시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취업 문호를 확대하려 한다. 사진은 미국 이민서비스국이 주최한 미국 시민권 취득 축하 행사. 사진=미 이민서비국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부와 산업계가 '위드 코로나' 시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취업 문호를 확대하려 한다. 사진은 미국 이민서비스국이 주최한 미국 시민권 취득 축하 행사. 사진=미 이민서비국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대의 심각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 놓으려 하고 있으나 이에 필요한 행정 절차 지연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 6월 말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노동자 130만 명가량이 대기 상태에 있다. 또한 이미 미국에 입국해 거주하는 영주권 신청 대기자도 150만 명에 이른다. 미국은 연간 영주권 허가 건수를 14만 건으로 제한해 놓고 있다.
미국인들의 상당수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 직장 복귀를 거부하거나 아예 일자리를 떠났고, 외국인 노동자 충원에도 차질에 빚어지자 미국 산업계가 구인난으로 아우성이다. 미 전국자영업 연맹의 9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51%의 사업장이 구인난을 겪고 있다. 미 노동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고용·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9월 채용 공고 건수는 1040만 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661만 건보다 무려 379만 건이나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로 직장을 떠난 근로자들이 아직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는 게 핵심 이유이다. 미국의 지난 9월 전체 퇴직자는 62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자발적 퇴직자가 440만 명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외국인 노동 인력 충원을 지원하기 위해 1조 7,000억 달러 규모의 ‘더 나은 재건’ (Build Back Better) 법안에 관련 조항을 포함하려 한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하원 법안에는 미국이 1992년 이후 사용하지 않은 15만 7,000건의 취업 비자 동결을 해제하고,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의 해외 가족 초청 비자 허용 건수를 26만 2,000건 추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 내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 약 700만 명을 구제하는 내용도 하원의 법안에 들어 있다. 이들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신분을 보장해 줌으로써 산업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또 외국인 노동자가 미국에서 하루빨리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28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해 미 이민서비스국(USCIS)의 인력을 보강하도록 했다.

미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 비자 발행 건수는 연간 14만 건으로 제한돼 있다. 이 비자는 해당 연도에 사용하지 않으면 연말에 자동으로 말소된다. 미국은 또 특정 국가 출신이 외국인 취업 비자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특정 국가가 취업 비자 취득의 7%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취업자가 많은 인도, 중국, 멕시코, 필리핀 국가 출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지적했다.

케이토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이민서비스국에 계류된 영주권 신청 건수가 155만 1864건에 달한다. 이 중에 이미 미국에 입국한 상태에서 대기 중인 사람이 85만 명에 달한다고 이 연구소가 밝혔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2017년 이전의 외국인 노동력을 충원하려 한다면 현재 약 300만 명가량이 부족한 상태라고 밝혔다. 여기에 팬데믹 기간에 일자리를 떠난 미국인이 170만 명에 달해 산업계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태이고, 이에 따라 생산성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JP모건이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2016년까지 외국 출신자로 인해 인구가 연간 1백만 명가량씩 늘어났으나 그 숫자가 2020년에는 48만 명으로 줄었다고 JP모건이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입국 확대 문제를 놓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 노동계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미국인의 임금 정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친 이민단체들은 외국인 인력이 늘어나지 않으면 건설 지연, 제품 생산 비용 증가, 재고 감소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미국의 경제 성장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