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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커지는데 XR 기기는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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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커지는데 XR 기기는 작아진다?

글로벌 XR 시장 164조원까지 성장 전망…메타·MS 등 빅테크 기업 잇달아 뛰어들어
삼성전자 HMD 오디세이 판매 종료…VR 기기 국산 전무, AR 기기만 中企 명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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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메타버스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뒷받침할 XR(AR·VR) 기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XR 기기 시장은 여전히 영향력이 미미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XR 시장은 2019년 78억9000만 달러(약 9조3400억 원)에서 2024년 1386억 달러(약 164조22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상현실(VR) 기기는 미국 메타의 VR 기기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대만 HTC가 양분하고 있다. 또 증강현실(AR) 기기는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가 대표적이며 애플도 관련 기술을 개발해 내년 중 선보일 계획이다.

부품업계에서도 XR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퀄컴은 2017년 스냅드래곤 835 모바일 XR을 출시한데 이어 2019년에는 5G·AI 기반 XR 플랫폼 스냅드래곤 XR2를 내놨다. 스냅드래곤 XR2는 현재 50여종의 XR 기기에 탑재됐다.

지아드 아시가드 퀄컴테크날러지 제품관리 부사장은 최근 열린 퀄컴 서밋에서 “VR과 AR 기기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PC도 메타버스로 확장될 것”이라며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기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메타버스 기기의 ToF 카메라 채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LG이노텍 등 국내 부품업계도 주목받고 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현존하는 제품이 스테레오 카메라를 탑재한 것과 달리 북미 제조사는 공간 인식의 완성도를 높인 ToF 카메라 다수 채용 예정으로, LG이노텍의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XR 기기 시장은 뜨겁지만 국내는 여전히 식어있는 상태다. 국내 VR 기기는 삼성전자가 오디세이 HMD를 판매했으나 지난해 4월 오큘러스의 앱 지원 중단 이후 ‘삼성 XR’ 서비스까지 종료하면서 관련 시장에서 철수했다.

올해 초 삼성전자가 새 VR 기기를 내놓을 거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된 후속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삼성전자는 미국 AR 기업인 디지렌즈에 지분을 투자했다.
삼성전자가 VR 기기 사업에서 철수한 후 국내에 VR 기기를 만드는 기업은 없다. 국내에 판매 중인 VR 기기 중 오큘러스 시리즈는 SK텔레콤이 위탁판매하고 있고 HTC 바이브(VIVE)나 눈(NOON) VR 기기 등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 AR글래스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지난해 8월 5G AR글래스인 ‘U+ 리얼글래스’를 처음 상용화했다. 이 제품은 출시 후 한 달 만에 초기 물량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같은 해 11월에는 VR 기기인 'U+ 슬림 VR'을 출시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는 네이버 제페토와 SK텔레콤 이프랜드 등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 또 B2B 시장에서는 기업 디지털 전환의 핵심으로 제조·물류에 혁신을 가져올 ‘디지털 트윈’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시장에서 VR과 AR은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핵심기술이지만 일부 중소기업만이 소량의 제품 생산을 하고 있을 뿐, 대기업들은 사실상 등을 돌린 상태다.

이혁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디지털콘텐츠기반팀 선임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디바이스 시장이 미성숙하고 시장에 출시된 제품 및 관련 투자가 미미한 상황으로 전적으로 해외 제품에 의존 중”이라고 밝혔다.

또 “국내는 투자 부족, 시장 출시 제품 부재, 소비자 관심 및 인식 저조 등 문제로 인해 디바이스 분야 성장 정체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 XR 시장은 5G 상용화 이후 커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콘텐츠 부족과 HMD 디바이스의 불편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침체를 맞았다. 그러나 최근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관련 콘텐츠와 기술이 잇달아 개발되면서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전과 달리 콘텐츠가 풍성해져 XR 기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4월 오큘러스 퀘스트2를 판매할 당시 64GB 모델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이 같은 관심으로 SK텔레콤은 이후 오큘러스 퀘스트2 128GB, 256GB 모델을 연이어 판매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디바이스의 물량이 부족한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산되는 VR 기기가 전무하고 AR글래스도 중소기업에서 제조해 물량을 맞추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디바이스가 부재하고 당장 시장성이 맞는 디바이스를 찾다보니 중국 등 해외 디바이스를 채택해 관련 콘텐츠와 플랫폼을 연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