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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장르파괴 전략' 적중한 현대 싼타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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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장르파괴 전략' 적중한 현대 싼타크루즈

2022년형 현대 싼타크루즈.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형 현대 싼타크루즈.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현대자동차가 첫 픽업트럭인 ‘2022년형 싼타크루즈’를 지난 7월 ‘픽업트럭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에 출시하면서 도전장을 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신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 싼타크루즈는 성공 여부를 섣불리 예상하기 어려운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에 따르면 ‘소형 픽업트럭’에 속하지만 현대차는 싼타크루즈에 픽업트럭이라는 명칭 자체를 쓰는 것을 거부했다. 대신 ‘스포츠 어드벤처 차량(SAV)’이라는 낯선 개념을 싼타크루즈에 적용했다.

그동안 픽업트럭을 출시해본 적이 없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내놓은 픽업트럭이라는 점에서, 그것도 내로라하는 전세계 업체들의 픽업트럭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미국에서 내놓았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동차 전문가들조차 예상을 어렵게 한 이유는 정통 픽업트럭도 아니고 정통 SUV도 아니고, 기존 통념으로는 딱히 분류하기 어려운 싼타크루즈의 이른바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것)’ 외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신중한 관측은 기우로 판명됐다. 미국 시장 진출 불과 4개월 만에 싼타크루즈가 받아 든 성적표는 예상을 크게 벗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력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픽업트럭이 미국 시장에서 대형사고를 쳤다면서 현대차의 ‘장르파괴 전략’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듣보잡’이지만 혁신적인 차량


지난 8월 발표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팔리는 신차’ 순위. 사진=아이시카즈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8월 발표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팔리는 신차’ 순위. 사진=아이시카즈
비즈니스인사이더는 5일(현지시간) 올린 분석기사에서 2022년형 싼타크루즈가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그 원인을 집중 조명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싼타크루즈의 “괴상하지만 전혀 새로운” 외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현대 싼타크루즈는 픽업트럭으로 분류하기도 어렵고 SUV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픽업트럭과 SUV의 경계선에 있는 차”라면서 “미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전혀 새로운 차로 다가온다”고 평가했다.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미국식 대형 픽업트럭의 이미지와는 당연히 거리가 멀고 딱히 특징이 없는 기존의 크로스오버 차량들과도 크게 차별화된 외관이라는 뜻이다.

이는 크로스오버 부문에서 장르를 파괴하는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싼타크루즈에 비견할만한 사례는 전무하다는게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지적이다.

싼타크루즈가 출시됐을 때 소형 픽업트럭 시장에서 격돌할 경쟁모델로 언급된 바 있는 ‘혼다 리지라인’이나 ‘포드 매버릭’이 비근한 사례인데, 이들은 여전히 픽업트럭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싼타크루즈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얘기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독특한 ‘크로스오버적’ 외관만으로도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데 가격까지 저렴한 것이 금상첨화였다.

실제로 이는 미국의 자동차 정보사이트 아이시카즈가 지난 8월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 팔리는 신차’ 부문에서 싼타크루즈가 1위를 기록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평균 판매 소요일을 기준으로 집계되는 이 순위에서 싼타크루즈는 8일을 기록해 8.3을 기록한 GM의 ‘쉐보레 콜벳’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싼타크루즈가 미국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또다른 이유는 가격까지 합리적이라는 것. 2022년형 싼타크루즈의 4가지 트림 가운데 가장 저렴한 SE 트림의 가격은 2만3990달러(약 28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트림 전체 평균 가격으로 따져도 3만달러(약 3500만원) 선이다. 반면 쉐보레 콜벳의 평균 가격은 9만달러(약 1억원)에 육박한다.

좁은 적재함도 문제 되지 않는 이유


싼타크루즈가 출시됐을 때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진 전문가들이 내세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통 픽업트럭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이었다. 무엇보다 픽업트럭과 SUV를 합쳐놓은 외관을 갖추다보니 기존 픽업트럭에 비해 적재함 공간이 좁아졌다는 것.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현대는 좁다는 지적을 받은 적재함을 다용도, 다목적로 쓸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극복했다”며 이 조차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농촌 같은데서 엄청난 부피의 적재물을 일상적으로 나르는데 필요한 픽업트럭이 필요한 경우라면 싼타크루즈는 적합치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도시에서 생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을뿐 아니라 오히려 효용도가 높다는 것.

부피가 큰 적재물을 옮기는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산악자전거, 캠핑 장비 등 도시 거주자들에게 친숙한 물건을 싣고 나르는데는 전혀 손색이 없는 ‘매우 도시친화적인’ 픽업트럭이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호평했다.

정통 픽업트럭에 비해 몸집도 작고 SUV와 유사한 형태이기 때문에 도시권에서 주행하는데도 매우 적합한 차량이라는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 픽업트럭의 대표주자로 통하는 포드 F-150 같은 정통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어느날 갑자기 싼타크루즈로 갈아탈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몸집이 가벼우면서도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픽업트럭을 선호하는 도시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차”라고 강조했다.

2022년형 현대 싼타크루즈.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형 현대 싼타크루즈. 사진=비즈니스인사이더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