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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올해 통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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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올해 통합 어려워

공정위, “조건부 승인으로 독과점 우려 해소” ... 항공업계, “미래 경쟁력 제한”
9개 필수신고국가 중 5개국 승인 아직 없어
아시아나 재정 상황 더 어려워져

대한항공과 아시아항공의 기업결합이 올해 안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대한항공과 아시아항공의 기업결합이 올해 안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항공의 기업결합이 올해 안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두 항공사 결합에 대해 경쟁 제한성을 우려해 기업결합 승인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제한성은 자원이 효율성 있게 배분되지 못해 소비자 선택 폭을 줄이는 걸 말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시장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합병을 허락하지 않거나 별도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경쟁제한성 판단 기준은 합병사가 1위 사업자로 올라서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에 해당 됐을때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요건은 1위 사업자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1~3위 합계가 75% 이상일 때 성립한다.

실제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 국제노선 총 143개 가운데 점유율이 50% 이상이 되는 노선이 32개에 이를 것이라 밝혔다.

◇공정위, “조건부 승인으로 독과점 우려 해소” ... 항공업계, “미래 경쟁력 제한”


이에 따라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운수권이나 공항 슬롯(항공기 이착륙 권리) 축소 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10월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양사 기업결합이 경쟁 제한성이 있어 일절 조치가 불가피하다”라며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시사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시정조치가 과도할 경우 통합 항공사 미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운수권과 슬롯이 외항사로 넘어가면 해당 노선을 복구하거나 경쟁력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수익이 나는 주요 노선 운수권을 줄이고 슬롯까지 빼버리면 통합 항공사 경쟁력은 악화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달 안으로 기업결합 심의를 위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이후 인수·합병 허가 여부를 최종결정하는 전원회의가 개최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심사보고서가 이달 중으로 작성될 예정”이라면서 “두 항공사 기업결합을 최종 결정지을 전원회의가 남아있어 연내 통합은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9개 필수신고국가 중 5개국 승인 아직 없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핵심 경쟁당국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항공사 간 기업결합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항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해당 국가들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공정위와 미국, EU, 일본, 중국 등 9개 경쟁 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중 베트남, 터키, 대만, 태국에서만 승인을 받았다.

임의신고국가에서는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승인했고 영국과 호주 그리고 싱가포르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임의신고국가는 기업 결합 신고가 필수는 아니지만 향후 당국 조사 가능성을 고려해 대한항공이 미리 신고한 국가다.

이들 국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해도 노선 운행은 불가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국과 EU 등 주요 국가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면서 “다만 올해 안에 결론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결합 늦어질수록 아시아나 재정 상황 더 어려워져


문제는 공정위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졌을 경우 아시아나항공 재정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말 기자 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3분기 말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3668.3%다. 이는 지난해 말 1343%에서 3분기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은 규모다. 12월에는 1343%, 지난 1분기에는 2308%, 2분기에는 2131%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빨리 인수해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부실을 털어내는 게 답”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무급휴직 등으로 1년여를 버틴 직원들 고통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무급휴직자는 평균 임금의 50% 수준을 받는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50%가 순환 휴직 중에 있다.


류으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frind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