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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뉴 삼성’ 파격 인사…방점은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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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뉴 삼성’ 파격 인사…방점은 ‘융합’

CE‧IM 부문 통합한 완제품 사업 한종희 부회장 주도
전기서 신인사 제도 구상 경계현 사장, 전자서 구현
김기남 회장 승진으로 반도체 사업 성과 자축

김기남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김기남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7일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그리는 ‘뉴 삼성’의 미래가 적극적으로 드러났다. 특히 ‘융합’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발표한 신인사 제도에 따라, 이어질 부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는 더욱 파격적인 모습이 예상된다.

창업회장 및 선대회장과 달리 이 부회장은 최고경영책임자(CEO)의 자리를 오르지 않는 대신 최고소통책임자(CCO)로서 사업부문간, 고객간 조화를 이뤄내는 데 주력해왔다. 이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뉴 삼성’의 해답을 ‘완제품(SET)’에서 찾았다. 그냥 완제품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각자도생 방식으로 진행해왔던 디바이스솔루션(DS),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등 3개 부문 체제를 DS와 세트 2개 부문으로 재편한 것이다. 통신과 가전‧IT의 융합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지만, 삼성전자를 포함해 다른 글로벌 업체들도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큰 틀로 추진하지 않았다. 5년 만의 미국 출장을 다녀 온 뒤 현지에서 느꼈던 위기감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지난달 말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해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겁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17년 이후 유지되어 왔던 3인 대표이사 체제를 바꾸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60대를 넘어선 이들을 50대 후반의 최고 경영진으로 교체하고, 사업 부문 개편도 단행해 새로운 시도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최고의 순간 물러난 김기남 회장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한 주인공은 반도체였다. 지난달에는 미국에 20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건설 부지도 확정했다. 당연히 올해 승진 인사도 반도체가 속한 DS부문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론은 의외였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품 등은 높은 이익률로 회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하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다가가긴 어려웠다. 따라서 이런 것들이 조합해 만든 ‘그동안 경험해 보지 않은 완제품’을 창조해 고객의 삶의 질과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도체 임직원들은 다소 서운할 수 있겠으나 회사 전체의 측면에서 본다면 미래를 위해 결정해야 했다. 이들의 마음을 다잡으려는 듯 삼성전자는 김기남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삼성전자 전문 경영인 가운데 회장에 오른 것은 8번째다.

1958년생인 그는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KASIT에서 전자공학 석사, UCLA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력의 대부분을 반도체에서 쌓아오며, 회사는 물론 업계에서도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 김 회장은 2017년 대표이사 겸 DS부문장을 맡은 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역대 최대실적을 갱신하고, 특히 미국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업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최고의 순간에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종합기술원 회장으로서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양성에 이바지하도록 했다.

최경식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최경식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세트 사업성과 따라 뉴 삼성 가속화 결정될 듯

사업부문이 2개로 축소된 것에 맞춰 대표이사 진용도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 투톱 체제로 바뀌었다. CE‧IM부문이 통합한 세트 부문은 한종희 부회장이 이끌어 간다. 1962년생으로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롤 졸업한 한 부회장은 입사 후 지금까지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에 종사한 TV 개발 전문가다. 2017년 11월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TV사업 15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뛰어난 리더십과 경영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부회장 승진과 함께 SET사업 전체를 리딩하는 수장을 맡아 사업부간 시너지를 극대화시킴은 물론 전사 차원의 신사업‧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해 SET사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가 이뤄낸 성과에 따라 뉴 삼성이 지향하는 가치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다.

경계현 사장은 196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 대학원 동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메모리사업부 내에서 D램 부문과 함께 플래시메모리 개발을 담당하며 이 제풉 세계 1위로 도약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1월 삼성전기로 이동해 대표이사를 맡으며 회사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고, 젊은 직원들과 소통을 확대해 새로운 인사제도를 연착륙 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등 CEO로서의 능력도 인정 받았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직급 통일 등 개편된 인사 제도는 삼성전기에서 먼저 시행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IM과 CE 부문은 한 부회장이, DS 부문은 경 사장이 총괄하는 ‘가 사업뿐만 아니라 인사, 유연한 조직 문화 등 전반에서 뉴 삼성으로 변화를 가속할 전망이다.

박용인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박용인 삼성전자 사장. 사진=삼성전자

◇성과주의 원칙 따라 사업부문 리더 승진

한편, 주요 사업부문의 리더들도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경식 삼성전자 SET부문 북미총괄 사장은 구주총괄 무선담당, 무선사업부 북미PM그룹장과 전략마케팅실장을 역임한 영업 전문가로 2020년 12월부터 북미총괄 보직을 맡아 역대 최대 매출을 이끌어 내는 등 북미지역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 영국 등 주재 경험과 북미 시장 전문성, 영업 역량을 두루 갖춘 최 총괄의 사장 승진으로 북미지역에서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업계내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용인 삼성전자 DS부문 시슽템 LSI사업부장 사장은 동부하이텍(현 DB하이텍) 대표 출신으로 2014년 삼성전자 입사후 LSI개발실장, 센서사업팀장, 시스템 LSI 전략마케팅실장 등 시스켐 LSI사업부내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DDI‧PMIC‧Sensor 사업 성장을 주도했다. 이번 사장 승진을 통해 시스템 LSI사업부장을 맡아 비메모리 사업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스템 반도체 사업 성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수목 삼성전자 SET부문 법무실장 사장은 삼성전자 법무실, 준법경영실 등을 거치며 각종 법무이슈 대응에 기여했으며 송무팀장으로서 차별화된 법률지원 및 법무역량 제고를 이끌어왔다. 사장 승진과 함께 법무실장을 맡아 법무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준법경영을 보다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학규 삼성전자 SET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은 삼성전자 VD사업부 지원그룹장,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SDS 사업운영총괄,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하며 회사 발전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내 핵심사업과 부서를 두루 경험하면서 전체 사업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보유하여 CFO로서 역량 발휘가 기대된다.

강인엽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 사장은 2017년 5월 시스템 LSI사업부장으로 보임된 이후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시스템 LSI 비즈니스를 성장시켜 온 모뎀 개발 최고 전문가다. 미주총괄 담당사장으로서 시스템반도체 기술력과 글로벌 비즈니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신기술 발굴 및 신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진=삼성SDI이미지 확대보기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진=삼성SDI

◇SDI‧전기‧에스원에 전자 출신 대표 내정

이와 함께 전자전기 계열사들도 이날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삼성SDI는 신임 대표이사에 전략 수립 전문가인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전영현 사장은 배터리 사업을 크게 성장시키며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한 공을 인정해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이사회 의장으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및 경영 노하우 전수 등 후진 양성에 기여하도록 했다.

삼성전기는 장덕현 삼성전자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 반도체 개발 전문가로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시스템 LSI사업부 LSI개발실장, SOC개발실장, 센서사업팀장 등을 역임했다. 장 사장은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의 기술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에스원 신임 대표이사에는 남궁범 삼성전자 남궁범 사장이 내정됐다. 남궁 신임 대표는 2013년 12월부터 삼성전자 재경팀장을 맡아온 재무 전문가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