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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목줄’ 잡힌 중국인민은행…시진핑 재정개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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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목줄’ 잡힌 중국인민은행…시진핑 재정개혁 영향

중국인민은행, 공산당 규율 조사관들에 의해 조사…엄중 메시지 전달받아
완화기조로 돌아선 인민은행…금융권 “내년에 지준율 인하 예상돼”
중국 경제의 지배세력이었던 인민은행, 중국 정부에 ‘목줄’

베이징에 기반을 둔 중국인민은행이 국가 규율검사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베이징에 기반을 둔 중국인민은행이 국가 규율검사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경제계에서 특별한 지위를 누리던 중국인민은행(PBOC)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중국 금융 부문 개편으로 옥죄임을 당할 전망이다.

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주 초 중국인민은행(PBOC)은 은행의 지급 준비금 요건이 완화돼 은행 대출에 더 많은 자금을 사용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PBOC의 입장과 반대되는 행보로, 중국 경제에서 자본주의 세력을 억제하려는 시진핑 주석의 노력에 기인한다. 올해 가을 초 PBOC는 중국 최고 반부패 기관인 공산당 규율 조사관의 정밀조사를 받았다. 규율 감독관은 PBOC 외에도 25개 주요 금융기관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는 중국 정부가 기술, 오락, 교육 등의 분야에 대한 느슨한 규제와 부채로 인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제의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이번 검사에 대해 현지 전문가들은 주정부 재정 보증인이 민간 기업과 너무 친밀했는지, 감독기관은 민간기업으로부터 야기된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는지 여부를 핵심으로 진단했다. 특히 이번 부동산 대출 단속은 신용완화가 투기성 거품을 유발한다는 견해를 지닌 PBOC의 호응을 얻었다. 실제, 헝다(恒大) 그룹을 비롯해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채무불이행으로 시장이 흔들렸음에도, PBOC는 이를 방관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15일 쑨궈펑 인민은행 화폐정책국장은 “4분기에는 전체 관점에서 유동성 수급 상황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PBOC가 대규모 유동성 주입에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노무라 애널리스트들도 10월 17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4분기에는 지급 준비율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지도부는 부동산 부문의 혼란을 진정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의 한 고위 경제 고문은 “중국이 3분기 예상보다 훨씬 더딘 4.9%를 기록하면서 인민은행이 보다 보수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지도자들이 경제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6일(현지시간)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와의 화상 통화에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지급 준비율 인하를 약속하며 PBOC의 지침을 사실상 뒤집었다. 중국 관영 방송의 화면에는 이강(易綱) PBOC 총재가 배경에 앉아 부지런히 필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이후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를 발표했다. PBOC는 정책 규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더 완화해야 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내년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경제 지배세력인 인민은행, 중국 정부에 ‘목줄’ 잡히다

지난 2018년 총재로 은퇴한 저우샤오촨(周小川)은 PBOC를 정책 수립에 보다 투명하고 자율적으로 만들었다. 그가 이끌었던 15년간 PBOC는 중국 대중들에 의해 ‘빅 마마’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 경제의 지배적인 세력이 됐다.
2018년에 PBOC 총재로 은퇴한 저우샤오촨 전 총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8년에 PBOC 총재로 은퇴한 저우샤오촨 전 총재 [사진=로이터]

저우샤오촨 총재는 재임 기간 동안 시장 친화적인 것으로 알려진 류허(刘鹤)와 함께했다. 류허는 현재 금융 분야를 감독하는 부총리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중국 관료체제에서 인민은행의 위상을 높여 정부 부처의 요구에 저항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였던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는 “PBOC는 금융 자유화와 보다 시장 지향적 통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운용 자율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제 운용 자율성에 대한 개념은 정부의 보다 간섭적인 역할과 충돌하고 있다”며 “현재 PBOC는 정부에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규율 감독관은 이미 인민은행의 금융 안정 담당 고위 관리인 저우쉐동(Zhou Xuedong)과 PBOC의 금융기술회사 감독 관련 다른 전직 관리 왕용홍(Wang Yonghong)을 조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현재 국영 금융회사인 중국산업은행의 전무인 저우쉐동과 왕용홍이 무엇 때문에 조사를 받고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PBOC, 중국산업은행,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등은 침묵하고 있다.

또한 쉬자아이(Xu Jia'ai) PBOC 수석감사관은 지난달 징계위원회 웹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의 감사팀이 은행 내 당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전역의 인민은행에서 정당 강연을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강연에 참석한 일부 참석자들은 “향후 인민은행이 어떤 거시 정책 규율을 유지하려해도, 이는 당 지도부가 요구하는 내용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이라는 메세지였다”고 말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