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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잇단 세대교체 바람…신사업 대응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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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잇단 세대교체 바람…신사업 대응 더 중요해졌다

네이버·카카오 이어 아프리카TV도 교체…글로벌·신사업 요구 반영

서수길 아프리카TV 전 대표, 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 조수용 카카오 전 대표. 사진=뉴시스, 각 사이미지 확대보기
서수길 아프리카TV 전 대표, 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 조수용 카카오 전 대표. 사진=뉴시스, 각 사
IT업계 대표이사 물갈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IT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기존 대표이사가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물러나는 분위기다.

이미 IT업계 최대 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대표이사를 교체했고 아프리카TV도 조직을 개편했다. 이 같은 변화는 IT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TV 서수길 각자 대표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신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정찬용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서 대표는 아프리카TV 이사직은 유지하면서 블록체인과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서수길 전 대표는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새로운 직책인 CBO(최고방송책임자)를 맡는다. 아프리카TV 측은 그동안 각자 대표 체제로 유지한 만큼 서 전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경영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 전 대표는 이와 함께 신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서 전 대표는 15일 주주서한을 통해 아프리카TV를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한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서 전 대표는 “10년 전 아프리카TV를 플랫폼으로 만들 때부터 저의 비전은 70억 인류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며 “아프리카TV는 새로운 기술 개발과 신사업 발굴을 위해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체인이 향후 10년간 지구를 바꿀 제2의 인터넷이 될 것”이라며 “아프리카TV는 블록체인 기술들을 이용해 플랫폼을 확장하고 새로운 사업들을 일으켜서 양적·질적으로 성장하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한성숙 대표이사의 후임으로 최수연 책임리더를 내정했다. 1981년생 최 내정자를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파격 인사로 평가했다.
최 내정자는 2005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 입사했다. 이어 퇴사 후 미국 법무법인 코브레&킴과 한국 법무법인 율촌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며 2019년 네이버에 재합류해 글로벌 사업자원부에서 해외사업을 도맡았다.

최 내정자는 창업자인 이해진 GIO(글로벌 투자책임자)의 신임이 두텁고 글로벌 사업 경험이 많아 글로벌 시장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네이버의 미래 비전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사건으로 어수선한 조직을 재편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내정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선입될 예정이다.

대표이사를 교체하면서 한성숙 현 대표이사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업계에서는 한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 프랑스 지사로 자리를 옮겨 커머스 사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사업고문 자격으로 네이버의 해외 진출을 도울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와 함께 IT업계를 지탱한 양대 공룡인 카카오도 대표이사를 바꾼다. 카카오는 기존 여민수-조수용 공동 대표 체제에서 여민수 대표만 자리를 지킨 가운데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새로운 공동 대표로 내정했다.

류영준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1977년생으로 카카오 보이스톡 개발팀장을 거쳐 2013년 카카오 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을 맡았다. 이어 카카오의 핀테크 사업을 총괄하면서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까지 도맡았다. 류영준 대표가 물러난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자리에는 신원근 현 전략 총괄 부사장이 내정됐다.

또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는 카카오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는다. 카카오게임즈는 공동 대표였던 조계현 대표의 단독 체제로 전환한다.

카카오의 이 같은 변화는 꾸준히 제기된 골목상권 침해와 갑질 논란이 커지면서 상생안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상생안에 따라 골목상권 침해 사업에서 철수하고 혁신 기술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조수용 전 대표는 카카오톡에 콘텐츠를 접목해 사용성을 확장시킨 인물이다. 디자인 전문가인 조수용 전 대표는 카카오의 콘텐츠 역량을 끌어올려 여민수 대표와 함께 수익성을 높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때문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후 사업고문 형태로 남아 카카오의 미래사업을 지원하거나 퇴사 후 새로운 회사를 꾸릴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는 조수용 전 대표의 향후 거취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IT업계의 이 같은 세대교체 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과 BM(수익모델) 논란이 거세지면서 대표이사 교체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또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커지면서 메타버스와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조직이 개편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존 사업의 성공을 이끈 대표이사가 미래 사업을 책임지기 위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GIO도 한때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2017년부터 한성숙 대표에게 자리를 넘기고 GIO로서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주 이사도 넥슨과 NXC의 대표이사를 맡았으나 올해 7월 이재교 이사에게 대표직을 넘겨주고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IT업계는 기술에 따른 사업전략 변화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대표이사 교체가 잦다”며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과 미래사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최근 대표이사 교체가 잇달아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