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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의 반도체 패권에 대응하는 아시아 동맹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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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의 반도체 패권에 대응하는 아시아 동맹 역설

전문가들 "이상적이지만 분열 전제로 해 호응 힘들어"

중국 오성홍기. 사진=로이터
중국 오성홍기. 사진=로이터
중국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에서 발간하는 영자신문 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는 지난 14일(현지 시간)자 보도에서 미국 반도체 패권에 대비해 아시아 반도체 동맹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국익을 대표하는 언론인만큼 이런 내용의 기사는 다분히 아시아동맹을 내세우지만 중국의 이해와 직결되는 주장이다.
글로벌 타임즈는 지난주 하버드 케네디 스쿨 보고서에서 중국이 향후 10년 안에 AI, 5G, 반도체 등 21세기 핵심 기술에서 미국을 추월할 태세라는 주장을 전제로 미국이 중국 등 아시아에 대한 견제가 집중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21세기 경쟁: 중국 vs 미국’이라는 이 보고서에는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이 향후 10년 내에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타임즈는 중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부상하자 미국은 통신대기업 화웨이와 반도체업체 SMIC 등 중국 기업을 탄압해 최첨단 기술을 넣지 못하게 한 데 이어 세계 반도체 산업 체인을 교란하려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무모하게 패권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타임즈는 미국이 자국 주도의 ‘중국이 없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구축하고, 중국 반도체 분야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압박으로 일본과 한국을 통제해 왔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한국 SK하이닉스의 최근 장쑤성 우시(武西)시에 있는 반도체 공장의 혁신 계획이 미국 압박으로 중단될 상태임을 거론했다. 첨단 장비들이 중국에 건너가는 것을 미국이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타임즈는 현재 전 세계 자동차 생산에서 가전제품에 이르는 제조업체들이 칩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도 미국 정부가 세계 반도체 부문을 분열시키려는 정치적 강요와 간섭 때문이며, 중국의 반도체 부문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가 결국 글로벌 칩 부족과 스트레스를 초래하고 더욱 증폭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타임즈는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미국의 이런 시도는 결국 실패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1980년대 일본의 메모리 칩 산업이 미국 기술력을 따라잡으며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자 미국은 관세를 이용해 일본이 자국 내수시장의 일부를 미국제 메모리칩에 사용하도록 하는 데 합의하는 등 대일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미국의 무역 전쟁은 결국 국내 반도체 칩 생산자들을 육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업계 내 미국 시장 점유율은 1980년대 초반의 급락에서 결코 회복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미국이 제조업 역량의 공동화, 글로벌 공급망 파괴, 코로나 대유행을 배경으로 정치적 간섭을 통해 시장경제를 왜곡시키고, 대만과 한국에 미국 국내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초래한 세계 반도체 산업 체인의 붕괴는 세계 반도체 산업 체인의 분열을 가속화시켰다. 유럽도 독자적인 반도체 동맹의 형성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타임즈는 해법으로 미국의 압박에 벗어나기 위해 아시아 반도체 동맹을 구축을 제시했다. 아시아반도체연합(Asian Semiconductor Alliance) 구성은 현재 미국 반도체 패권 아래 아시아 지역의 자주권을 확보하고 통합과 발전을 향한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반도체 시장은 정부 지원, 거대한 시장 규모, 연구 증가 등으로 중국, 일본, 한국이 전 세계 반도체 총수입에서 상위 6개국에 속한다. 아태지역도 세계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따라서 아시아 국가들의 반도체 산업 체인을 통합하면 미국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을 수 있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도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제조능력에 있어 한국은 칩 제조에서, 일본은 장비와 소재에서, 중국은 가장 큰 시장을 가지고 있고 반도체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희토류 같은 중요한 자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음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타임즈 주장은 상당히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분열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중국 입장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호응을 얻기 어렵다.

중국과 미국은 모두 패권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글로벌 인구는 2021년 12월 기준으로 79억 명이고 글로벌 전체 GDP는 대략 88조 달러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이제 바야흐로 지구경제를 떠나 우주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지구의 저궤도와 고궤도에서 상업적 시장이 열리고 있고 달과 화성 등 비교적 가까운 지구 밖에서도 자원 확보가 가능하고 인류가 생존할 수도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미래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나와야 모두 공감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