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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길 위의 이가(二家) 모녀 이야기…김은희‧임현선의 신축년 '모전여전'(母傳女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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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길 위의 이가(二家) 모녀 이야기…김은희‧임현선의 신축년 '모전여전'(母傳女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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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검무(김은희, 노한나)
12월 2일(목) 저녁 7시 30분, 동대문역 부근 전통공연창작마루 광무대에서 ‘김은희우리춤움직임원리연구회’‧‘임현선춤예술아카데미’가 주최·주관하는 신축년 「모전여전(母傳女傳))」이 공연되었다. 이 공연의 시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은희·노한나, 임현선·박지선 모녀의 춤판 「모전여전)」(母傳女傳)은 어머니가 딸에게 춤을 전수하는 소중한 춤판이 되었다.

예인 가족 개념이 두드러진 「모전여전(母傳女傳))」은 김은희·노한나 모녀의 ‘밀양검무’에서 시작되어 임현선·박지선 모녀의 ‘즉흥무’로 종료되었다. 춤이 시작되고 전통춤 예술가의 자세를 견지한 춤은 이소(離巢)한 ‘젊은새의 무한 호기심’과 ‘어미새의 지긋한 심정’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했다. 노련한 어머니들과 물오른 딸들의 춤은 예술과 가족 사이의 말 없는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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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검무(김은희, 노한나)

운초(運招) 김은희와 아당(婀堂) 임현선이 서울의 동방에서 전통춤을 화두로 두고 엄선한 자신의 대표작을 딸과 연행하는 행위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전통춤에 통달한 노련한 두 춤꾼 김은희와 임현선, 주목받는 두 춤꾼 노한나와 박지선의 거침없는 ‘희망 작법’의 춤은 흥미를 배가했다. 공연은 진정성을 살리면서 서민들의 춤에 집중하며, 심도를 높였다.

두 무사(舞師)는 한글 성씨의 가나다 순위만 있을 뿐 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전통춤 계승자이다. 안·밖으로 반듯한 두 사람의 춤은 딸들에게 부드러운 착지의 공간을 마련한다. 김은희·노한나의 『밀양검무』(김은희 복원), 임현선의 『태평무』(강선영류), 박지선의 『진도북춤』(박병천류), 노한나의 『살풀이춤』(박금슬류), 김은희의 『살풀이춤』(이매방류), 임현선‧박지선의 『즉흥무』(강선영류)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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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임현선, 강선영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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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무(임현선, 강선영류)


공연된 춤의 인상을 피력한다. 김은희·노한나의 『밀양검무』; 장검과 복식이 눈길을 끈다. 검에 대한 예(禮) 갖추기로 사전 의식이 존재함을 알린다. 춤 행위의 3단계는 맨손에서 검을 들기까지, 검을 들고 진을 오가며 춤추는 행위, 춤이 결부에 이르며 종료됨을 알리는 연희 과정에서의 역동성과 유희성이 두드러진다. 오랜만에 모녀의 『밀양검무』를 보는 것은 행운이다.

임현선 독무의 『태평무』; 우아함과 역동성의 자신감 넘치는 격조의 춤은 공간감을 살리면서 신체 각 부분의 정지와 손·발·어깨·허리에 걸친 의미적 움직임과 사위와 디딤의 상징성으로 에너지 충만한 작무(作舞)를 보여준다. 늦가을의 정취를 일으키는 임현선의 푸른 춤은 섬세하게 연산된 익숙한 움직임을 구사하면서, 미묘하게 변주된 마음의 움직임은 장단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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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북춤(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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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북춤(박지선)

박지선의 『진도북춤』; 박지선 특유의 세련미와 자신감을 보이며 절정의 유희성을 살린 작품이다. 아담한 북에 복을 부르는 신명의 춤은 흐르는 음악 소리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나른한 철에 봄바람이 불어오자 북채 잡은 분주한 손놀림이 구와 눈을 번쩍 띄게 한다. 연희자에 따라 다른 느낌의 춤, 호박 조명에 윤기 나는 춤은 광무대를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노한나의 『살풀이춤』(박금슬류); 해가 갈수록 진정성을 더해가는 노한나의 춤은 풀이를 연기해내는 기본자세와 동선이 아름답다. 노한나는 전통춤의 핵심 갈래인 『살풀이춤』을 통해서 슬픔을 비축해둔 듯한 표정과 애절한 사연을 풀어낸다. 춤의 나이가 깊어질수록 노한나는 비극을 창출해내는 연기력과 춤 미학의 실체에 접근하는 진정성을 견고하게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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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춤(노한나, 박금슬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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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춤(노한나, 박금슬류)


김은희의 『살풀이춤』(이매방류); 김은희 판 백색유희는 현상적 무대 이면에 가득한 슬픔을 가슴에 장전하고, 원상의 희로애락을 복제한 듯한 일상을 영접하고 알리고 보내고 해원하면서 격조의 품격을 연희한다. 수려한 이매방의 춤사위를 따라 추억을 살려 가는 춤은 천이 상징하는 연(緣)의 수사가 몰입의 경지를 연출하고, 그 지점의 하이키라이트가 분위기를 대신한다.

임현선‧박지선의 『즉흥무』; 뒷모습에서 시작된 즉흥은 화평을 만끽하는 자유의 모습을 보인다. 화려한 의상의 색상의 의미를 따라가며 몰입과 냉정의 차이를 보여준 춤은 기교적 문학성을 도출한다. 가벼운 수건이 일렁이는 마음의 한 부분을 연기해내면 구음이 신명의 요소임을 확인시킨다. 반동의 거리가 몸으로 측계되고, 흥신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한 판 즉흥은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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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춤(김은희, 이매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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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춤(김은희, 이매방류)


신축년 「모전여전」(母傳女傳))은 춤과 가족이 모티브가 된 제목이다. 다양한 춤 길에서 운명적 전통춤을 택한 김은희, 임현선 두 무사는 그들의 정신과 기교를 대표하는 딸을 무대에 출연시켰다. 두 가계의 춤 이야기는 무용계에 자주 회자할 것 같다. 낭만적 서사를 단 공연은 가족의 화합이 그리울 때, 지속의 원리로 탄력을 받아 공연되는 작품이 될 조짐이다. 신축년 「모전여전」(母傳女傳))은 잊히지 않을 의미가 되었다.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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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무(임현선, 박지선, 강선영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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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무(임현선, 박지선, 강선영류)

○출연자 프로필

□김은희

중앙대학교 대학원 무용과 박사과정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공연예술학 석사

밀양검무보존회 회장

(사)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

우리춤움직임원리연구회 회장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이수자

2015 두리무용예술상 전통부문 전통예술상 수상

2010 PAF 선정 올해의 전통무용가상 수상

□임현선

이화여자대학교 및 동 교육대학원 졸업

한양대학교 체육학 박사

전 대전대학교 교수

(사)한국전통춤협회 부이사장

(사)한국춤협회 부이사장

대전춤작가협회 고문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이수자

임현선춤예술아카데미 대표

춤느르 예술감독

국립국악원 연주원 역임

대전예술인 시장표창

제28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수상

□노한나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성균관대학교 무용학 박사

밀양검무보존회 부회장

(사)한국전통춤협회 밀양시지부 부지부장

성균관대학교 유가예술문화콘텐츠 연구소 연구원 역임

성균관대·대진대·경북예고 강사 역임

제35회 올해의 주목할예술가상(전통부문,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수상

□박지선

성균관대학교 무용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성균관대학교 무용학 박사

안양예고 무용과 전임교사

임학선댄스위 수석 단원

(사)한국춤협회 이사

국가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전수자

성균관대학교 유가예술문화콘텐츠연구소 선임연구원

2014 두리춤터 차세대 안무가페스티벌 ‘작품대상’ 수상

2014 (사)무용문화포럼 선정 두리춤터 예술상 수상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