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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랑 안무 및 재구성의 '운파제자백희'…영남교방청춤 만개(滿開) 축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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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랑 안무 및 재구성의 '운파제자백희'…영남교방청춤 만개(滿開) 축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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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교방청춤(성예진)
모진 바람에 실려/ 춤이 일상이 되어버린 여인/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다/ 영남교방춤 알리려고 서울 온 지 30여 년/ 아직도 초심으로 버선발을 디디고 있는데/ 어느새 성장하여 스승 곁을 지키는 무사라니/ 스승은 울다 웃다를 번갈아 한다/ 제자들이 버선발 제대로 디딜 수 있도록/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 주는 의식/ ‘운파제자백희(雲破弟子百戲)’무대/ 연말 분위기로 들뜬 강남 중심가 극장/ 영남교방춤 향기가 오렌지 향처럼 퍼지네

2021년 12월 19일(일) 저녁 다섯시, 한국문화의집(코우스, KOUS)에서 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영남문화예술연구원 주최·주관,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보존회 후원의 박경랑(영남교방청춤 보존협회 이사장) 안무 및 재구성의 「운파제자백희」((雲破弟子百戲) 공연이 있었다. 이 공연은 스승 운파와 제자들이 마련한 백희였다. 운파(雲破) 박경랑은 춤을 출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의 초대 문화재인 김창후 선생의 외증손녀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공연 문화에 쉽게 노출되었고, 자연스럽게 예맥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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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랑(영남교방청춤 보존협회 이사장)

박경랑의 학습시대에는 전통의 현란한 장인인 외증조부 김창후(1960년대), 황무봉(1970년대), 조용배(1970년대~1980년대), 마산권번의 김애정(1980년대~1990년대), 김수악(1980년대~2000년대), 김진홍(1990년대~2020년대), 동래권번의 마지막 춤 선생 춘정 강옥남(1990년대~2020년대) 선생과 함께했다. 피나는 긴 학습 시간과 스승의 학습 기간이 쌓인 퇴적층의 박경랑 춤, 그것을 잇는 춤 제자들은 다양하게 완벽한 전통춤을 배울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의 전통춤이 역사성을 인정받는 자랑스러운 춤 학습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자랑스럽게 영남교방청춤이라고 이름을 내건 이날 공연은 최은숙, 백재화, 성예진, 성현주, 문서주 다섯 무사를 선정하여 5인 7색의 경연에 버금가는 영남 질감의 춤을 선보였다. 호남 소리, 영남 춤의 균형 감각을 찾아가는 바람직하고 자랑스러운 공연이었다. 공연의 진정성을 보태기 위해 음악 담당은 음악감독 정영만을 비롯 국악집단 ‘남해안 별신굿’이 담당했다. 서울에서 오로지 ‘영남교방청춤 공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공연을 한 것은 전례를 찾을 수 없다. 앞으로도 춤의 다양한 변주로 서울 무대에서 자주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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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교방수건춤(백재화)

1. 영남교방수건춤(백재화) ; 짧은 손수건을 들고 추는 교방계열의 춤, 영남지역의 춤사위를 경·서도제의 흥겨운 생음악이 보조를 맞추고, 민요 가락에 맞추어 춘다. 이 춤은 ‘마산권번’의 춤꾼 김애정 선생에게 전수(1985년~1991년)받은 것을 원전으로 한다. 여유와 평정심으로 정해진 동선을 따라가면서 치맛자락을 살짝살짝 치고 들어 올리며 내딛는 버선발의 현란함이 관능미로 녹아난다. 교방춤의 기본기를 보여주는 가변의 춤으로써 엄숙한 기품의 춤이다.

2. 영남교방청춤(성예진) ; 영남교방청에서 추던 춤사위를 집대성한 춤, 경상도 전통춤의 멋과 맛이 정갈하게 녹아드는 춤이다. 춤 속에 상·하, 음·양의 조화가 잘 구성되어 있고, 여성스러운 섬세한 발디딤, 활달하면서도 단아함이 깃들어 있다. 박경랑의 춤에서 영남 춤의 한계를 벗어난 비규격, 비정형, 강건, 자유 개념이 드러날 때 멋이 생긴다고 한다. 이 춤은 날카로운 춤사위의 예술성 보다는 생음악 주도의 소통의 춤이며 반전적 묘미를 소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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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교방승화무(최은숙)

3. 영남교방승화무(최은숙) ; 교방의 승무로써 작은방 여건상 드물게 연희 되었다. 복식을 좀 더 화려하게 변형하고, 연꽃 상징의 북채와 장삼의 소매길이가 짧다. 청·홍의 쌍가사를 두르고, 작은북 놓을 자리가 없을 때는 기생들이 받쳐 들었다. 북가락은 좀 더 화려한 가락을 보태 승화무라 했고, 당일 교방 손님의 만복과 건강을 빌었다. 한삼을 북에 걸치는 등 행위가 차별화되며 승무의 북울림을 통해 개인의 기운을 북돋우며 북가락을 치며 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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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산조춤(진주선화무, 성현주)

4. 영남산조춤(진주선화무, 성현주) ; 산조음악에 맞추어 즉흥적으로 추어왔던 춤이다. 악기별 산조형식이나 류파별로 춤사위가 다르다. 영남교방 즉흥산조춤은 황무봉에 이어 박경랑이 재정립한 춤이다. 진주선이라는 부채를 들고 춤을 춘다. 진주선은 왕가의 공주가 혼례식이나 나들이 때 또는 귀부인이나 기생들이 나들이할 때 햇빛 가리개 용도로 사용했다 절기에 따른 여인의 마음을 표현한 윤기나는 춤으로 단아하고 정갈한 여성의 멋이 담겨있다.

영남교방소반춤(성예진)이미지 확대보기
영남교방소반춤(성예진)

5. 영남교방소반춤(성예진) ; 굿거리장단에 맞춰 머리에 소반(작은 접시)을 얹고 걸어 나오면서 춤이 시작된다. 머리에 소반이 얹혀진 채로 호흡이 담긴 춤사위를 춘다는 것은, 일단 춤집이 예사롭지 않다는 함축적 의미를 자아낸다. 자진몰이 장단에서는 흥겨운 소고놀이로 소반을 손에 들고 추어내는 동작으로 이어진다. 마산권번의 김애정 선생에게 사사 받은 춤을 박경랑이 재정립하여 추고 있다. 성예진은 붉은 열정으로 접시를 운용하며 여유와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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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허튼진쇠놀음춤(백재화)

6. 영남 허튼 진쇠놀음춤(백재화) ; 박경량류 진쇠춤으로 영남 특유의 경쾌하고 흥이 넘치는 가락들로 구성된다. 첫 박의 지르는 강박과 덧배기 장단이 조화롭게 짜인 춤에서 장단과 춤사위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박경랑 특유의 신체 사용법인 상체의 역동성을 지닌 양적인 움직임, 더불어 대비되는 다양한 발놀음이 맥을 이루는 하체 동작의 여성적인 움직임으로 음양의 조화가 기막히게 잘 표현된다. 흥신을 일구는 영남춤의 대표적 춤으로써 격조의 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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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허튼걸립들놀음북춤(문서주)

7. 영남 허튼 걸립 들놀음 북춤(문서주) ; 걸립 들놀음 북춤이다. 동지나 보름날 마음을 돌며 각 집안의 태평과 안녕을 빌며 지신밟기를 할 때나 농번기와 추수철에 농악, 농요 등으로 힘을 돋우거나 흥을 얹을 때 추어졌던 경상도 지역의 농악놀이 중의 하나이다. 진도북춤과 달리 한 손에만 북채를 들고 덧배기 춤가락과 함께 북장단을 두들기며 추는 춤으로 흥과 멋이 깃든 신명의 춤이다. 힘이 느껴지는 문서주의 연주가 일품의 마무리가 되었다.

일생의 기예를 제자에게 전수하는 행위는 깊은 신뢰와 애정없이는 불가능한 거룩한 행위이다. 영남 교방계열의 춤만으로 무대를 따뜻하게 만들겠다는 박경랑류 영남교방청춤보존협회 회장 최은숙, 척박한 교방문화를 지금까지 생명력 있게 일구어온 자체만으로도 박경랑 선생은 업적을 인정받아야 하고, 제자들이 영남의 교방 기운을 담아 ‘전통 춤판을 여는 춤 문화방식은 가치 있는 무대’라고 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 회장 백재화는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다.

운파제자백희 포스터(박경랑)이미지 확대보기
운파제자백희 포스터(박경랑)

앞으로도 영남교방청춤이 인접 장르의 도움을 받아 다양하게 발전했으면 한다. 이번 공연은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군무로의 확장과 세련된 영상 사용, 고급진 연출로 영남 교방문화의 차별화된 확산, 교방 예인의 매혹적 연기력 도출 등의 과제를 남겼다. 아름다운 춤은 포장술 또한 뛰어난 춤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해마다 주제를 내건 춤판이 기다려지는 춤판이 되도록 후학들의 의지적 열공정진과 주변의 적극적 도움이 있기를 기원한다.

출연진 소개

최은숙(박경랑류 영남교방첨춤보존협회 협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최은숙(박경랑류 영남교방첨춤보존협회 협회장)

* 최은숙

1. 경남정보대학교 전통예술원 지도교수

2. 2005년 제9회 창원 전국국악경연대회 종합대상 국회의장상 수상

3. 박경랑류 영남교방첨춤보존협회 협회장

4. 최은숙 아향예술단 예술감독

5. 2020년 풍운을 여는 춤의 여드레 팔일 교방춤 출연

백재화(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백재화(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 회장)

* 백재화(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 회장)

1. 동덕여대 학사, 석사 국민대학교 이학박사

2. 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 회장

3. 국가무형문화재 제40호 학연화대합설무 이수자

4. 개인공연 10회

5. 팔일(八佾)3회, 지무(知舞)1회 출연

성예진(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 부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성예진(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 부회장)

* 성예진

1. 세종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2. 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 부회장

3. 국가무형문화재 제40호 학연화대합설무 이수자

4. 제20회 전국국악경연대회 국회의장상 수상

5. 명지대 사회교육원 문화콘텐츠과 지도교수 역임

성현주(라반동작분석연구소 동작분석사)이미지 확대보기
성현주(라반동작분석연구소 동작분석사)

* 성현주

1. 단국대학교 무용학과 박사과정 수료

2. 뉴욕주립대학 무용교육학 석사학위 취득

3. 라반동작분석연구소 CMA(동작분석사)

4. 뉴저지 민속예술협회 그랜트 수여

5. 뉴욕 탤런트 언리미티드 공연예술고등학교 강사 역임

문서주(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 전수자)이미지 확대보기
문서주(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 전수자)

* 문서주

1. 영남교방청춤 연구·보존·계승학회 상임이사

2.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 전수자

3. 조이 라이트 예술단 강사

4. 2021년 풍운을 여는 춤의 여드레 팔일 교방춤 출연

5. 제23회 여수진남전국국악경연대회 명인부 우수상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