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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눈치보지 말고 대만과 실질 교류 늘려야 국익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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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눈치보지 말고 대만과 실질 교류 늘려야 국익에 도움"

더글러스 팔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석좌연구원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석좌연구원은 한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의 압박을 피하려면 확고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미지 확대보기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석좌연구원은 "한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의 압박을 피하려면 확고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대만과 비공식적으로 실질적 교류를 확대하는 것은 한국의 고유 권한이고, 한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본다면 한국의 입지가 오히려 약화할 것입니다. 한국이 양안 관계에 대처하는 데 최고의 방어 전략은 이 문제에 대한 확고한 공식 외교 노선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대만대표부 대표(대사)를 역임한 더글러스 팔 미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석좌연구원은 11일(현지시간) 글로벌 이코노믹과 인터뷰에서 한국의 대통령 직속 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대만의 탕펑(唐鳳·영어명 오드리 탕) 행정원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화상 연설에 초대했다가 취소한 소동 등을 예로 들면서 이같이 말했다.

팔 연구원은 "한국이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무엇이 공식적인 것이고, 무엇이 비공식적인 것인지 분명한 행동의 원칙을 세워야 중국의 압력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관계, 경제계, 학계 등에서 두루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아시아 전문가인 팔 연구원은 또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여러 현안에 직면해 있어 한미 관계나 한반도 이슈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美·中, 대만문제 견해차 불구 양국 모두 충돌 피하려 할 것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가 훼손한 한미 동맹 관계 등을 포함해 동맹 복원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그의 진심이라고 본다"면서 "문제는 그가 다른 여러 미국 전임 대통령들처럼 동맹 복원 이외의 다른 국내 현안에 매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팔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현재로서는 인도·태평양 지역 질서 재편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팔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고령으로 인해 재출마를 포기하거나 대선에 나가 패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바이든 정부가 집권 1기로 끝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그의 뒤를 잇는 미국 대통령이 다시 바이든 대통령처럼 미국의 국내 재건 문제에 매달리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들이 국내 문제에 발목이 잡혀 국제 질서 재편 작업이 뒷전에 밀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3월 대선 앞두고 종선선언 이벤트 가능성 남아


팔 연구원은 문재인 대통령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종전선언 이벤트를 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팔 연구원은 "한국의 대선 후보 여론 조사를 보면 여야 후보가 여전히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면서 "대선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깜짝 이벤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고, 그것이 종전선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전쟁의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확인하는 절차이지만, 이것이 한미 동맹 관계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따지면서 좀 더 치밀한 협상이 관련 당사국 간에 진행돼야 하는 절차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팔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새해 한반도 정세의 특징은?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남북관계, 북미 관계 등에서 한반도 주요 이슈에 관한 극적인 진전이 있을지 관심이 집중돼 왔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그 어느 나라보다 북한이 내부 경제난 등으로 인해 밖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정부도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국내 재건을 비롯한 정치 현안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해 미국과 중국은 충돌과 타협 중 어느 길로 갈 것인가?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화상으로 회담했고, 양측이 주요 현안에 관한 실무자간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서로 충돌 불사를 외쳤던 그 전의 분위기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 문제 등 국내 현안 해결을 위해 서로 '타임아웃'을 외친 상황에 있다고 본다. 서로 대결의 수위를 높이고, 감정싸움을 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미중 양국은 대결과 타협의 사이를 끝없이 오가고 있고, 올해에도 그럴 것으로 본다."

-대만 문제가 미중 양국 간 불안정한 균형이 무너지는 촉매제가 될까?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금 대만 문제의 '레드 라인'이 어디인지 탐색전을 하고 있다. 두 정상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확대 문제 등 다른 현안을 놓고 레드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그렇지만, 두 정상이 반드시 충돌 코스로 간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고, 현재 서로 '전략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향후 몇 개월 내에 다시 화상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양국이 대만 문제로 군사적인 충돌을 할 가능성은 희박한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대만 문제에 대한 현격한 견해차를 보이지만, 이 문제를 둘러싼 의도치 않은 충돌 사태가 발생해 국내 주요 현안이 좌초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 과제인 사회복지예산(Build Back Better, 더 나은 재건) 입법화에 성공해야 한다. 바이든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어 가시적인 실적이 필요하다.

시 주석도 2월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있다. 그는 올가을에 열리는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당 총서기직 유임을 결정한 뒤 내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하려 한다. 시 주석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경제 안정과 성장이 필요하고, 이를 해칠 수 있는 국제적인 충돌을 피하려 한다."

-그렇다면, 올해 미중 관계의 소강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나?


"미국은 중국이 대규모 미사일 기지를 신축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면서 우주 무기 개발과 사이버 공격을 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미중 양국 간에 그 어느 때보다 군사 분야 대화 채널 가동이 중요해지고 있다. 미중 관계 진전의 희망은 오래가지 않는다. 미중 관계는 늘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 양국이 올해 일시적인 데탕트를 유지해 나갈지 아니면 전략적 경쟁을 다시 본격화할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대체한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연설에서 대남, 대미 메시지를 생략한 배경은?


"한국이나 미국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현재로서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현재 심각한 국내 문제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북한에도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을 것이며 북한 경제가 고립 속에서 침체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고 있다. 북한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대북 대화가 재개되기는 어렵게 된 것인가?


"현재까지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될 조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들이 모두 국내 문제에 치중하고 있고, 북한 문제가 솔직히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했나?


"전략적 인내라는 것은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그런 점에서는 전략적 인내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아직 주한 미국 대사도 지명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현 정부의 한반도 인식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새로운 위협과 지역의 외교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작전계획 5015를 최신화하기로 했는데 어떤 내용이 포함될까?


"작계 5015의 변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이것이 근본적인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대북 대응 태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그런 방향은 잘못된 것이고, 새로운 안보 환경 변화에 맞는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는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에 순서가 있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한미 동맹 관리에 관한 장기적인 전략이 수립된 뒤에 이뤄질 수 있다.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해도 한미 양국이 당장 이 문제를 협의하지는 않을 것이고, 내년에 가야 실질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

▲팔 박사 약력

△브라운대 중국학과 졸 △하버드대 아시아 역사학 박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대만대표부 대표 (대사) △JP모건체이스 국제 담당 부회장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회장 및 석좌연구원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