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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교수 "연준, 물가 잡기 이미 실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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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교수 "연준, 물가 잡기 이미 실기했다"

"물가 추가 상승 요인 넘치고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최소 몇 달간 계속될 것"

미국 '월가 족집게'로 불리는 손성원 미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 교수가 12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지니'를 다시 병속에 넣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월가 족집게'로 불리는 손성원 미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 교수가 12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지니'를 다시 병속에 넣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로 급등해 198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물가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너무 때가 늦었습니다. 문제는 병 밖으로 나온 ‘인플레이션 지니’를 다시 병 속으로 집어넣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자산매입 축소 조처인 테이퍼링을 종료하고, 기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도 단기간 내에 고물가 사태를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 경제계에서 ‘월가의 족집게’로 불리는 손성원 미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 교수는 12일(현지시간) ‘글로벌 이코노믹’에 이같이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6년 ‘올해의 최고 족집게 이코노미스트’로 손 교수를 선정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최고 경제예측 전문가 5인’ 중 한 사람으로 손 교수를 뽑았다. 손 교수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글로벌 금융기관인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등을 거쳐 현재는 로스앤젤레스시의 240억 달러에 달하는 펜션펀드(LACD) 투자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손 교수는 “미국에서 임금과 물가가 연쇄 상승하는 사이클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이 가격을 올리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물가와 임금이 연쇄 상승하는 사이클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이를 멈추기가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고용주가 봉급과 보너스를 인상하고,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으나 인력난이 조만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 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젊은 층은 보다 나은 보수와 근무 시간 조정 등을 요구하면서 만족도가 높은 직장을 찾아 나선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고용주와 종업원 간 관계가 역전됐고, 이제 종업원이 결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노동 인구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라면서 “1980년대에는 노동 인구가 연간 1.6%가량 증가했으나 최근 10년 사이에 증가율이 제로에 근접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인플레이션이 알코올과 같아서 술을 마시거나 돈을 찍어내면 좋은 효과가 먼저, 나쁜 효과가 나중에 나타난다’라고 했으나 이제 이를 정반대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술을 끊거나 돈을 찍어내는 것을 중단하면 고통이 먼저 오고, 힐링이 나중에 온다”라면서 “미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을 가속화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나쁜 효과 즉 고통이 먼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0% 급등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지난 1982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으로, 지난달의 6.8%에서 다시 0.2% 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5%,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손 교수는 “CPI가 1982년 이후 최고로, 근원 물가지수가 1991년 이후 최고로 상승한 것은 수요과 공급이 모두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쪽으로 함께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병목 현상에 따른 자동차와 전자제품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모든 상품과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 자금을 살포해왔고, 연준이 시중에 유동성을 확대해왔다”라면서 “정부와 연준의 이런 정책으로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계속될 것이고, 이제 가격을 억누를 수 있는 기저 효과가 사라졌다”라고 평가했다.

지난달에 미국 전체 CPI에서 3분의 1의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전월보다 0.4%, 전년 동월보다 4.1% 각각 올라 2007년 2월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중고차 가격은 전월보다 3.5%, 전년 동월보다 37.3%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29.3% 급등했으나, 전월보다는 0.4%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손 교수는 물가 추가 상승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당에서 소매점에 이르기까지 많은 자영업자와 상인들은 변덕스러운 손님들이 오지 않을까 봐 비용 증가에 따른 이익 감소를 참아왔으나 조만간 이를 소매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주거비도 지난 1년간 4.1%가 올랐으나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