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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40년 조선 천하’ 막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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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40년 조선 천하’ 막 내리나

CANSI, 지난해 CSSC가 3대 수치 세계 1위 달성 주장
CSSC‧CSIC가 합병해 2019년 출범한 초대형 조선 업체
韓, 2010년 국가별 순위서 밀린 후 기업 1위도 내줘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2010년 국가별 조선산업 순위(수주잔량별)에서 한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던 중국이 이번엔 기업 별 순위에서 중국조선그룹(CSSC)이 한국 현대중공업그룹의 40년 천하를 무너뜨리고 처음으로 글로벌 톱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선박공업협회(CANSI)는 CSSC가 2021년 조선소 선박 수주량, 선박 인도량, 수주잔량 등 사업 3대 지표에 걸쳐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1301억 5000만 위안‧2598만4000DWT(재화중량톤수)을 수주했고, 206척의 선박(1만7081만DWT)을 인도했으며, 4195만3000DWT의 수주잔량을 보유해 연간 목표를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중 운용계약 금액은 연간 계획보다 2배 이상 늘어나 2008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SSC는 지난해 수행한 약 300건의 선박수주 중 전략적 고객, 시장선도 고객과 장기 협력을 통해 맺어진 고품질 고객의 비율이 56%에 달했다고도 했다. 주력선종 집중도는 약 87%, 중·고급선종 비중은 75.2%, 수리 비율은 0.40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무산 직후 발표

CSSC는 지난 2019년 중국 1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2위인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이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중국은 1982년 제6기계공업부 소속 135개 기업 등을 합병해 중국선박공업총공사를 세웠다가,

1999년 국유기업 개혁 차원에서 이를 CSIC와 CSSC로 분리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합병 직전인 2018년 기준 CSSC의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11.5%로 2위, CSIC는 7.5%로 3위였다. 둘을 합치면 비중이 세계 전체의 19%였다.

20년 만에 다시 합병하는 것은 내부 개혁뿐만 아니라 세계 조선업의 대형화 추세 속에서 한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의도가 강했다. 특히 CANSI가 CSG의 세계 1위 등극을 발표한 날짜는 공교롭게도 EU(유럽연합) 집행위회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입결합심사에 대해 최종 불승인 결정을 내린 날이었다. 중국은 CSSC와 CSIC의 합병 때 EU 등 해외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않았다.

직접적 비교 불가능한 수치, 확인 필요
중국 CSSC 조선소 전경. 사진=CSSC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CSSC 조선소 전경. 사진=CSSC
CANSI의 주장대로 라면, 한국은 2010년 국가별 조선 순위에서 2위로 밀려난 데 이어, 기업별 순위에서도 40년여 만에 중국에 자리를 내주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CANSI의 발표 내용이 정확한지 여부는 파악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우선 CANSI가 제시한 CSSC 실적 수치 단위 DWT는 말 그대로 선박의 중량톤수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고부가‧저부가가치를 가리지 않고 선박을 많이 수주하고 건조하는 조선사가 능력을 과다 홍보하기에 유리한 단위다. 반면, 한국과 일본 등은 수주한 선종 및 선형의 난이도에 따라 건조시 공사량을 동일 지표로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 총톤수(GT)에 선종별 환산계수를 곱해 산출된 톤수인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단위를 적용하며, 클락슨리포트 등 시장조사기관도 조선사의 기술적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CGT 단위를 사용한다. 중국보다 수주선박 척수가 적어도 한국이 조선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CGT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CANSI는 CSSC의 실적을 근거로 세계 1위라고 했지만, 정작 비교 수치인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적은 제시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도 “실적을 집계하는 수치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를 하려면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은 결산을 외부에 공개할 의무가 없어 회계상의 집계 절차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룹 가운데 상장사의 회계결산만 외부에 공개할 뿐, 나머지 매출손익은 자체적으로 집계해 1년에 한번 상부 기관 보고 및 대외에 발표하는 것이 전부다. 이 과정에서 국제회계기준은 차치하고라도 일반적 내부 회계 기준이 지켜지는 지도 알 방법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연결회계 규정인 내부 매출에 대한 중복집계가 제외되는 것인지 아닌지 조차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나마 규모를 추산할 수 있는게 한국의 조선해양플랜트협회 격인 CANSI가서 발표하는 중국조선통계자료인데 이 통계조차 정확성을 의심받고 있다.

클락슨 통계에서도 턱밑으로 쫓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CSSC가 현대중공업그룹을 앞섰다는 객관적인 지표가 존재하고 있어 CANSI의 주장이 과장된 것 만은 아닌 듯 하다. 클락슨이 매월 1회 발표하는 ‘월드 십야드 모니터’(World Shioyard Monitor)는 수주잔량 기준 조선소 및 조선사(그룹) 순위가 CGT 기준으로 발표하는데, 11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그룹은 1475만3000CGT로 1위, CSSC는 1447만7000CGT로 밑까지 쫓아온 2위를 기록했다. 12월에 국내 조선소들이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한 반면, 중국 조선소들은 막판까지 수주몰이를 해서 국가별 수주잔량 순위 1위를 탈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2월 사이에 순위가 뒤집혔을 가능성이 크다.

어찌됐건, 현대중공업그룹의 글로벌 조선 시장 1위 독주는 40년여 만에 끝나는 시대를 맞이했다. 1983년 건조량 기준으로 처음 세계 1위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IMF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 등 숱한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톱 자리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조정을 배경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지를 키운 CSSC와 수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 무산이 아쉬운 대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은 철강, 자동차, 철도차량 등 중공업 부문에서 차례로 중국에 뒤쳐졌고, 조선은 마지막 보루였다”면서, “기술경쟁력은 여전히 우위라고 해도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한국 조선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기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