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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도발은 바이든 정부 관심끌어 몸값 올리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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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도발은 바이든 정부 관심끌어 몸값 올리기 전략"

미국 랜드 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 국방분석관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 국방분석관은 18일(현지시간) 본지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한국의 차기 대선에서 보수당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탄도 미사일 도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 국방분석관은 18일(현지시간) 본지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한국의 차기 대선에서 보수당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탄도 미사일 도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7일 올해 들어 네 번째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런 도발이 북미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거나 미국의 강력한 보복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은 북한을 외면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정부의 관심을 끌면서 북한 주민에게 북한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자부심을 주려고 합니다. 만약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4차례 탄도 미사일 발사에 북한이 기대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북한이 그 수위를 높여가면서 도발을 계속할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바이든 정부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격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연쇄 도발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조성해 북한이 유리한 국면으로 새해 주변 정세를 끌고 가려 합니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은 오는 3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 횟수와 수위를 조절할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과도한 도발이 한국의 대선에 ‘북풍’으로 작용하고, 한국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해 대북 강경 노선을 취하는 보수 세력이 한국의 차기 정권을 차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전략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싱크 탱크인 미국의 랜드(Rand) 연구소에서 북한 군사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선임 국방분석관은 18일(현지시간) 글로벌 이코노믹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베넷 박사는 "북한이 미사일 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와 관련된 북한 인사를 제재함으로써 이런 협력을 지속하기 어렵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제재 효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으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통제하기는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북한, 올들어 네 번째 탄도 미사일 발사…북미 관계 파국 없도록 수위 조절


그는 또 한미 양국의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방어 대책에 대해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C 계열의 미사일이 고도 100㎞에서 비행하면 레이더로 탐지해 요격이 가능할 것이나 극초음속 미사일은 고도 10㎞로 비행할 수 있어 기존의 레이더로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베넷 박사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30~70㎞ 고도에서 분리된 탄두가 마하 5 이상 속도로 활강하는 등 변칙 이동이 가능해 비행 궤적과 낙하지점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베넷 박사는 현재 전개되는 상황으로 볼 때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 대선 전 종전선언이 실현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이 한미 양국 정부가 종전선언 문안에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다소 과장된 말로 들린다"고 말했다.

베넷 박사는 "북한이 현재 심각한 내부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북한이 식량난과 물품 품귀 사태에 직면해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국경 봉쇄로 인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이 현재 그 무엇보다 내부 불안을 잠재워야 하는 심각한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베넷 박사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북한의 4번에 걸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바이든 정부가 공식적으로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버락 오마바 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했다. 이는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대북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이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바이든 정부가 북한이 움직이도록 하려면 대북 제재 수위를 높여 전략적 인내 정책에서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정보전(information operations)'이다. 김정은 정권은 그 무엇보다 외부 세계의 정보 유입을 두려워하고 있어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끌어내는 전략으로 정보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간의 문재인-바이든 정부 간 한미 동맹 복원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 정부보다 바이든 정부의 한미 관계가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바이든 정부가 특별히 한국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출범 1년이 지났으나 아직 주한 미국 대사를 공석으로 남겨 두었다. 이는 곧 한미 관계가 바이든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3월 대통령 선거가 다가왔고, 이제 바이든 정부는 한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에 차기 주한 미 대사를 결정해야겠다고 판단하고 있을 수 있다. 지금 바이든 정부는 미중 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 정부가 협력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대선전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선제타격론'을 제기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이에 반대하는 견해를 밝혔는데 미국은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인가.


"한미 국방 당국이 최근 새로운 안보 환경에 맞도록 작전계획 5015를 최신화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로 위협할 때와 지금처럼 핵미사일로 위협할 때와는 완전히 안보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45개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한국이나 미국이 모두 북한의 이런 실질적인 핵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이 북한 미사일을 선제타격하려면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전시 작전권을 이양받는 게 선행돼야 한다. 한미 양국이 몇 년 전에 전작권 전환 원칙에 합의했으나 양국 모두 이에 필요한 조건에 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나는 한국이 아직 전작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또 한국이 전작권을 가졌을 때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응하는 미국의 핵무기 사용과 배치를 어떻게 할지 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 연구소 선임 국방분석관.이미지 확대보기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 연구소 선임 국방분석관.

文정부, 대선 전 종선선언 불확실…"문안 합의했다"는 과장인 듯


-미중 대결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정부가 한국의 차기 정부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바이든 정부가 공격적인 중국을 통제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력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히 군사 분야뿐이 아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중국이 한국에 경제 보복을 단행했고,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한국 국민도 이 점에 대해서는 동의할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중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과의 경제 교류를 확대해온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익 때문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은 한국 등과의 경제 관계를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 된 상황에서 한국이 어려운 선택의 갈림길에 와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그래야 중국이 한국에 대한 지렛대를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롯데 그룹을 제외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 미중 관계는 지난해에 비해 더 악화할 것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49년까지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중국은 그때까지 지속해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려 들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미국의 조야가 중국의 위협에 눈을 떴다. 중국이 세계 지배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지만, 미국 역시 그런 중국을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에도 미중 관계가 지난해에 비해 나아질 것도 없고, 더 나빠질 것도 없을 것으로 본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중국과 대만 간 양안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한국의 현 정부나 차기 정부가 대만과 교류를 확대하면 중국이 사드 배치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한국에 대한 무차별 보복에 나설 것이다. 중국은 올해 대만을 위협하면서 한국에도 대만과의 관계를 단절하라고 압박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베넷 박사 약력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경제학과 졸 △랜드 대학원 정책 분석학 박사 △랜드 대학원 교수 △랜드 연구소 선임 국방분석관 △'북한 붕괴 가능성 대비' 등 다수의 한반도 관련 연구 논문 발표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