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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오스트리아서 시작된 '백신 미접종자 규제', 전 유럽으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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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오스트리아서 시작된 '백신 미접종자 규제', 전 유럽으로 확산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총리(왼쪽부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총리(왼쪽부터). 사진=로이터
유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예방 백신 접종을 맞지 않는 시민에 대한 전쟁에 사실상 돌입한 모양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통한 사실상의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가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여타 유럽국가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한 시민의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결정으로 전국의 영화관, 대형마트, 백화점, 보습학원, 독서실, 박물관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가 오는 18일부터 해제되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백신 미접종자의 시위가 유럽 곳곳에서 거세지고 있음에도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조치에 나서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강력한 전파력을 지닌 오미크론 변이의 창궐로 코로나 사태가 다시 심각한 수준으로 대유행하고 있고 특히 코로나 입원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체계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율이 낮은 국가를 중심으로, 현재의 방역 수준으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이른 나라를 중심으로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그리스, 백신 미접종 과태료 매달 14만원 부과


그리스 정부는 60세 이상 국민에 대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겠다면서 백신을 맞지 않는 시민에 대해 다음달부터 매달 114달러(약 14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17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번 달은 계도 기간으로 정해 57달러(약 7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뒤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114달러를 부과하겠다는 게 그리스 정부의 계획이다.

미접종자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EU)의 평균 완전 접종율은 70%를 웃돌고 있지만 현재 그리스 국민 1070만명 가운데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이에 못미치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코로나 관련 사망자와 입원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달 발표를 통해 이 과태료는 처벌의 성격을 지닌 것이 아니라 일종의 ‘보건 요금’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리스 정부는 공공 보육시설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어린이의 입소를 거부한 것에 대해 그리스 법원이 지난 2020년 합헌 판결을 내린 바 있어 과태료 부과 조치는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그리스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한 여론은 매우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이탈리아·독일도 미접종자 규제 팔 걷어


프랑스 정부는 그리스와는 방식은 다르지만 백신을 맞지 않은 시민의 사회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일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창궐로 확진자가 역대급으로 치솟고 코로나 관련 입원환자의 급증으로 의료체계의 부담이 심각하게 커지고 있다면서 “봉쇄조치를 다시 내리는 것보다는 16세 이상의 미접종자가 식당, 카페, 기차역, 운동경기장,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가는 것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백신 미접종자도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백신을 맞아야만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 정책은 프랑스 하원이 16일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백신 미접종자 규제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곧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그리스의 경우보다 더 낮은 50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 대해 백신 접종 의무화하고 미접종자가 출입할 수 없는 다중이용시설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조치를 이달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사상 최고를 기록 중인 독일에서도 백신 접종 의무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해 11월 선출된 올라프 숄츠 총리가 최근 독일 연방하원에 출석한 자리에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자신과 관련된 결정일 뿐 아니라 신규 확진자 규모를 봤을 때 다른 8000만 독일 국민과 관련된 결정”이라면서 백신 접종 의무화 법안을 올 1분기 내에 마련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숄츠 총리가 소속된 집권 사회민주당(SPD)은 다른 원내 정당들과 공동으로 법안을 마련해 3월 안에 처리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 첫 테이프 끊어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정부의 이같은 계획은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처음으로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나선 오스트리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18세 이상의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내달 초부터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코로나 백신 접종 의무화 법안을 지난달 9일 발표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오스트리아 국회에서 20일 처리될 예정이지만 여야가 모두 지지하는 입장이어서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지난 16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초 발표한대로 다음달 1일부터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 대해 코로나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한다”면서 “이는 백신 미접종자를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백신 접종만이 모든 국민이 다같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정부는 계도기간을 거친 뒤 3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단속에 들어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경우 연간 최대 4회까지 최소 600유로(약 81만원)에서 최대 3600유로(약 488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