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은 매달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소식지 ‘월간 공군’을 발간해 온‧오프라인으로 무료 배포를 하고 있다. 2022년 첫 호(1월호)의 기획특집은 ‘공군의 호랑이 F-5, 올해도 출격 준비 끝!’이라는 제목으로 F-5 전투기를 다뤘다. 공군이 보유한 모든 전투기 가운데 F-5E/F가 ‘타이거2(Tiger-2)’라는 별칭을 갖고 있어 임인년을 기념하는 기종으로 ‘공군의 검은 호랑이’로 택했다는 것이다.
월간 공군의 특집기사는 이번 사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 만큼 공군으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기사는 F-5 전투기의 장점을 부각시켰지만, 조종사와 정비사의 인터뷰에는 50년 가까이 현역 기종으로 남아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암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아주 단순한 2세대 전투기…성능개량 투자했으면”
먼저 F-5에 대해 김 모 조종사(소령)는 “아주 단순한 2세대 전투기다. 전투기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임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 기본에 충실한 전투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동만 걸면 바로 출격할 수 있어 다른 전투기들이 비해 2배 가까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보통 F-5는 전방 기지에 배치돼 초도 전력으로 활용된다”면서, “2세대 전투기와 비교했을 때 고속이든 저속이든 뛰어난 안정성을 보인다. 전투기 중에서는 굉장히 작은 축에 끼다 보니 근접 교전을 할 때 적기가 육안으로 F-5를 포착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F-5의 아쉬운 점에 대해 김 모 소령은 “전투기 자체에 대해서는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50년 가까이 된 전투기에 바랄 수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운용할 줄 알았더라면, 전투기 성능개량에 조금 더 투자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현역 조종사도 전문가들이 꼬집었던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F-5 조종사로서 느끼는 자부심에 대한 김 모 소령의 답변은 F-5의 문제점은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F-5 조종사들은 공중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판단과 결정, 조종을 조종사 스스로 해야 한다”면서, “최신 기종은 이러한 부분을 뒷받침해주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있지만. F-5는 오로지 조종사의 몫이다. 그만큼 조종사의 기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모든 것을 해내야 하는 전투기는 조종사에게 매력적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제작사‧미 공군도 정비실력 인정했는데 사고가
변 모 정비사(상사)는 F-5 전투기를 “아날로그 전투기 중 최고다. 항공기를 정비라는 데 굉장히 수월하다. 최신 기종과 달리 하드웨어 정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프트웨어 정비 비중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전자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변 모 상사는 F-5 정비사로서 느끼는 자부심에 대해 “몇 년 전에 F-5 제작사와 미 공군에 F-5 정비 관련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한국 공군의 F-5 정비실력이 우리보다 뛰어난데, 왜 물어보냐’는 것이었다”라면서, “제작국과 제작사에서 인정할 정도이니, 대한민국 공군의 정비실력이 최고라고 자부해도 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조종사와 정비사의 의견을 종합하면, F-5는 정비가 수월해, 출격 시간이 빠르며, 기본에 충실한, 비행 상황에서 맞이하는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뛰어난 기량의 조종사가 조종해야 하는 아날로그 2세대 전투기다. 이러한 F-5가 반세기 넘게 대한민국 영공을 수호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보유한 정비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도, 공군의 F-5는 2000년 이후 총 10차례에 걸쳐 13대가 추락했고, 15명의 조종사가 순직했다. 아무리 완벽한 정비를 해도 노후화한 기체의 사고 위험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월간 공군 기사는 “F-5 조종사, 정비사는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며, 올 한해도 호랑이 모양을 꼭 닳은 한반도를 평화롭게 수호할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됐다. 전문가들은 언제까지 공군의 소중한 인재들이 ‘주어진 현실’에 맞추려다가 희생을 치러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